google-site-verification=BT9t5vwpLKjnDbQ-9V3X99BD75B5tgA74Y15Fyq_bHY 말 없이 '공존'하는 법 — 고양이 삼형제에게 배운 거리두기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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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마음 사용법

말 없이 '공존'하는 법 — 고양이 삼형제에게 배운 거리두기의 철학

by Ophelix 2025. 6. 10.

 

도심 공원에서 마주친 세 마리 고양이.
그들은 말없이 각자의 거리를 지키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얽히지 않되 함께하는 법'— 고양이 삼형제에게 배운 공존의 기술,
그리고 우리가 잊고 지낸 거리의 미학에 관하여 고찰하게 된 시간이었다.

 

 

동영상 출처_본인

 

 

 

거리두기의 미학,

고양이 삼형제에게 배운 공존의 기술

- 얽히지 않고, 흘러가는 존재들의 조용한 조율에 대해서



도심의 공원, 오후의 햇살 아래 바스락한 풀밭 위에

세 마리 고양이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검은 호랑이무늬, 올블랙의 고요한 그림자, 

그리고 다리와 배에만 흰 무늬가 남은 얼룩고양이.
우연히 모여든 듯하면서도, 뭔가 질서 있는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여워 눈길이 갔지만

조금 더 지켜보니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리 생활도, 서먹한 거리두기도 아닌 고양들 간의 공기였다.
생김새도, 태도도 다른 이 고양이들 사이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간격이 있었다.

 

 

 

사진출처_본인

 

아무 소리 없이, 존재감 엄청난

검호와 아이들

 

 

서로를 향하지 않지만 등을 돌리지도 않는
간섭하지 않되 무시하지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였다.
사람으로 치자면 아무 말 없는 채 같이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 같았다.

이름 없이도 존재가 또렷한 고양이, '검호'
셋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검은 호랑이무늬 고양이였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은 이 아이는, 당당하게 선심이라도 쓰듯

포즈를 취해줄테니 사진을 찍으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빛을 정면에서 받으며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자세가

거의 고양이 모델 수준이었다.

물론 검정바탕에 줄무늬를 가진

이 길고양이의 별명을 따로 아는 건 아니지만

나는 속으로 ‘검호’라 불렀다.

(이 귀여운 얼굴 너머로 호랑이만큼의 조용한 위엄이 느껴졌기에)


포즈를 취해주는 고양이를 의식해(?) 계속 촬영은 했지만

처음의 결정적인 한 컷은 찍지 못했다.
(자연만큼이나 동물도 역시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

 

 

 

사진출처_본인



나란히 함께,

그러나 섞이지 않는 존재

 

검호 옆에 있던 두 마리 고양이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서도 

희한하게 어색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햇빛이 잘 드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나누며

누구 하나 다투지도, 불필요한 기싸움을 하지도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합의가 있었던 듯하다.
누구의 영역도 침범하지 않고
서열이나 우위를 만들 필요도 없이
그냥 같은 공간을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뭐랄까, '여기까지는 너와 나 모두에게 괜찮은 거리'라고

은연중에 말하는 듯했다.

 

 

 

사진출처_본인 (포즈 취하는 냥이 보다 재밌는 건, 나뭇가지 위에서 가만히 관조 중인 냥이)


사람보다 더 섬세한

'거리두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거리두기’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졌다.
하지만 고양이 삼총사는 조금 다른 방식의 거리두기를 보여줬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편하지 않은 거리-그러나 경험상, 사람의 사이의 간격이란 늘 '불편'하다-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섬세하며, 정제된 간격으로.

말 한마디 없지만
긴장도 없고
경계도 없는 이 세 존재간의 고요한 평화 속에는
어떤 선도, 벽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물만이 가지는 본능적인 예민함과 함께,
함께 있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깃들어 있었다.

 

 

 

 

 


'함께 있는' 것과 '얽히는' 것은 다르다는,

새삼스러운 사실

 


선명한 거리 감각, 그리고 공존의 방식을

고양이에게 배운 날.

 

날 나는 사진보다 더 귀한 것을 얻은 것 같다.

 

굳이 다가서지 않아도 괜찮은 거리,
그저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주는 온기, 

라고 해야 할까..

세 마리 고양이가 보여준 건

말보다 더 깊은 관계의 기술이었다.


침묵 속에 흐르는 평온함 그 속에는
우리가 자주 놓치고 사는 -
존재의 존중, 여백의 미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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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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