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BT9t5vwpLKjnDbQ-9V3X99BD75B5tgA74Y15Fyq_bHY 『시간을 파는 남자』: 자유와 인생을 저당 잡힌 현대인을 위한 블랙 코미디 소설
본문 바로가기
[BOOK] 풍부의 추월차선

『시간을 파는 남자』: 자유와 인생을 저당 잡힌 현대인을 위한 블랙 코미디 소설

by Ophelix 2025. 6. 14.
『시간을 파는 남자』는 '시간을 상품처럼 판매한다'는 설정을 통해, 현대인의 자유·노동·부채 시스템을 풍자하는 풍자소설이다. 현실을 환상처럼, 환상을 현실처럼 엮으며, 독자로 하여금 "내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시간을 파는 남자
〈행운〉의 저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의 최신작. 자신의 인생을 대차대조표로 분석하고 35년을 빚지고 있다는 보통남자, TC가 '시간을 사고 파는' 기발한 사건을 창조적인 상상력과 재치 있는 화술로 풀어나간다. 작가는 엄격한 경제적 인과관계의 논리를 통해, 시간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높이 사지 않을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비유와 풍자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나라'에 평생 갚아야 할 주택 융자금과 아파트 밖에 가진 게 없는 '보통 남자
저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06.11.22

 

 

<시간을 파는 남자>는 우리가 팔아버린 인생의 정체를 묻는다
자유는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쉽게 포기하는 것도 ‘자기 시간’이다.

 

 


시간을 '실체'로 만든 남자

 

『시간을 파는 남자』는 마케팅 이론과 경제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잘 알려진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얼핏 공상과학처럼 보이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현대 사회의 구조와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현실 경제에서 '시간'이란 자원이 어떻게 철저하게 자본화되고 있는지를 풍자적으로 포착한 이 소설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구조화된 시스템 비판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에사데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리틀 블랙북>, <수평형 마케팅> 등 다양한 저작을 통해 경제, 마케팅, 인간 행태를 복합적으로 연구해왔다. 2025년 기준 그는 여전히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활발히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시간을 파는 남자>는 삶의 시간과 자유를 경제 구조에 빼앗긴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간, 인생의 부채로 전환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보통남자’라는 인물이 있다. 줄여서 TC(Typical Citizen).

직장생활을 반복하던 TC는 문득 자신의 ‘인생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게 된다.

결론은 명확하다. 그는 이미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미래의 빚으로 ‘저당’ 잡혔다.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 각종 금융상품 속에서 TC의 시간은 현금화되어 소비된 상태였다.

이 절망감이 전환점이 되어,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주식회사’라는 새로운 조직을 세운다.

이 회사에서 그는 전례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시간' 자체였다.
즉, 그는 5분, 30분, 1시간처럼 정해진 단위의 시간을 직접 상품처럼 포장해서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시간만큼 실제로 자신의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예컨대 ‘5분짜리 시간 상품’을 하나 만들려면, 그는 진짜로 5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
이 독특한 설정은 작품 속에서 “시간조차 자본이 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내는 핵심 장치가 된다.

놀랍게도 이 황당한 상품은 특허를 획득하고, 실제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시간을 구매하고, TC는 점점 더 많은 시간—1시간, 1일, 1년, 급기야 35년어치의 시간까지—판매하게 된다.

이 작품은 그렇게 ‘시간을 상품화한다’는 개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노동·소비·가치에 대해 낯설고도 신선한 시각을 던진다.
이렇듯 "시간을 팔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는 소설 속의 설정은, 시간마저도 상품이자 비용이 되는 자본주의의 역설을 통찰력 있게 풍자한다.

 

 

 

 

Fernando Trías de Bes

 

 

 

나는 내 인생의 시간을 누구에게 넘겨주고 있는가?

이 작품은 명백히 허구다. 그러나 독자는 읽는 동안 이 허구를 잊게 된다. '시간을 판매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설정이 현실에서 이미 존재하는 구조의 메타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거비, 노동, 부채 시스템은 각국의 문화나 제도와 무관하게 보편적이며, 그 속에서 개인의 시간은 자동적으로 사라진다. 이 소설은 이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단순한 풍자를 넘어, 시장 자본주의 하에서 인간이 처한 구조적 속박을 재조명한다.

 

 

『시간을 파는 남자』는 고도로 계산된 설정과 치밀한 경제적 은유로 가득하다.

소설은 마치 회계 보고서처럼 건조한 문체로 빠르게 전개되며, ‘속도감’ 자체가 주제인 ‘시간’을 더욱 강하게 환기시킨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시간은 우리 삶의 본질이다. 그 시간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곧, 모든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난 인간 중심의 가치 복원을 요구하는 선언이다.

 

'35년 빚'이라는 설정은 '하우스푸어'라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단어와도 선명히 겹쳐진다.
실제로 나 역시 30대 초반, '내 인생을 온전히 내가 소유하고 있는가?'를 고민해본 적이 있다(물론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독립 이전에, 시간의 독립성에 대한 전면적인 고찰.『시간을 파는 남자』는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각자 직면해야할 저마다의 시간 주권, 시간 소유권에 대해 직면하도록 만든다. 

 

 

소설은, 우리가 팔아버린 인생의 정체에 대해 묻는다 자유는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쉽게 포기하는 것도 ‘자기 시간’이다.

 

 

 

정리.

픽션과 논픽션의 그 경계점에서

 

소설 속 배경이 다소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수많은 형태의 노동, 약탈적 금융 시스템, 자동화된 소비 구조가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이 모든 현상을 ‘픽션’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기도 하다.

어쩌면 정말로 언젠가는, 정부가 ‘시간화폐’를 도입하고, 과거 부채를 정산하며 국민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제도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는 아직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 『시간을 파는 남자』는 그런 상상력을 현실 가능성의 영역까지 확장시킨다.

 

『시간을 파는 남자』는 단순히 ‘기발하다’고 치부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그것은 풍자와 철학, 경제학과 문학, 현실과 환상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독자에게 자기 인생의 시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내 시간이 온전히 없다면, 누구에게 팔아넘겼는가?

 

 

 

 

 

© Ophelix, 2025  
텍스트와 이미지의 모든 권리는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