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깊은 애착 증상이 있는 보스턴테리어 노령견을 돌보는 펫시터의 감정적 여정
반려견의 분리 불안, 초기 삶의 경험의 영향, 그리고 펫 케어 전문가의 미묘한 현실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의 독특한 유대감, 펫시팅이라는 일의 숨겨진 투쟁과 내적 보상
우리의 네 발 달린 친구들을 이해하고 돌보는 조용한 헌신에서 나오는 심오한 교훈과 자아발견
(이번 돌봄 반려견에 대해) 하루 열번 이상 보낸 시팅일지 외에 개인적인 견해:
-밖을 향해 짖을 시 안심시키기 위해 간식을 주거나 기본명령어(앉아, 이리와, 또는 집으로 가)를 반복하지만 이미 습관이 오래 굳어져서 완전히 듣지는 않음 알아들으나 안하는 것 같음
(집에 대한 보호 및 본능적 경계이므로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나 긍정 강화로 교정을 시도할 때에도 여전히 연속으로 짖는 것은 문제임)
-짖거나 짖지 않거나 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가족이 여러명 있을 때는 한번 이상 여러번 짖지 않음
-누군가 자신을 좀 어려워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따라다님 옆에 더 잘 아껴주는 사람에게 가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해도 감정,지능적 에너지 충족을 굉장히 원한다 인생 모드가 "주인아~놀자~"같다
소통에 대한 갈망이 엄청 크고 사실 24시간 이런 상태이다 이런 갈망 모드일때 계속 대응을 원하는 만큼 해주지 않으면 소리를 내어 칭얼댄다
-어릴 때 아주 진이 빠질만큼 반복적으로 매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 해주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현재 나이에도 아주 헌신적으로 분단위로 관심을 주다가 잠깐 숨돌릴 틈이 생길 수 있다
-사실 가만히 있는 강아지보다는 정서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자신의 현재 욕구를 표현하는 강아지가 더 영민할 수 있다
무슨 예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에 맡은 개부터는 왠지 지금 이 일에 어떤 전환점이나 계기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예감은 맞았다
시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이번 아이를 보낸 후 펑펑 울었다
짐작도 못했고 설마 무의식적으로 예상했다 해도 개인적으로 몹시 저항할 만한 현상이었다
아니야 내가 키우던 애들(같은 단두종인)이랑 몹시 흡사한 습성들 때문에 옛생각나서 그런 걸거야.. 처음맡은 5일 장기돌봄이라 나도 모르게 애착현상이 생겨서 그런 걸거야..
뭐가 됐든 아이의 분리불안이 나에게 옮겨온 것처럼 내 안에 시팅 처음으로 울렁거림이 시작됐다 이게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 ‘전이’현상인가? 아..이론은 뻔하지만 왜 현실에서 이렇게 잘 적용이 되고 마는 것일까. 반려동물 행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자마다 살짝 다른 이론들은 실제 개들 1:1로 돌볼 때 있어 예외적 경우가 적지 않지만 또 그만큼 ‘이론으로 배운 것들이 가감없는 그대로 적용되는 순간’들 역시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이것은 별도 포스팅으로 후술하겠다)
여튼 나는 요가원에서 빈야사를 하는 내내 폭풍눈물을 흘렸다.나중에는 콧물이 너무 흘러서 다운독할 때 호흡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입으로 숨쉬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한시간 넘도록 입으로 숨을 쉬었다.
왜 일까? 요가를 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요즘 내가 심리적으로 외로웠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연이은 시팅 예약들과 처음 맡는 견종들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으로 시팅 전후와 시팅 동안 틈틈이 개인공부를 하느라 워치 헬스 통계를 보니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네시간(여덟시간은 넘게 자야 겨우 정신차릴까 말까한 잠탱이가-물론 수면질은 어차피 똑같이 40점대-)만 잘 정도로 나를 혹사시키며 ‘업무모드’로 나를 밀어세워 왔다
많은 이들의 오해 아니 나의 선입견과 달리, 펫시터는 되는 과정도 다소 머리가 빠졌지만 된 후에는 더 머리가 빠지고 특히 사업을 하면서도 그놈의 ‘노파심’때문에 사람죽는 소심+완벽주의 성격이라 내 경우의 시팅일은 일지를 쓰는 순간만이 아닌 반려견과 함께 있는 24시간 풀타임이 업무모드가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태껏 맡은 아이들은 사실 쉬운 아이는 한 마리도 없었다 내가 키웠던 애들이 그나마 참 편했던 애들이었다는 것을(아니, 이것도 잘못이다 아이들은 과거 유기된 시기에 길들여진 체념, 고착화 등으로 인해 외부적 표현력이 다소 부족했던 것뿐일지 모른다 또는 아마도, 내가 무지했던 것일 것이다)이렇게나 뒤늦게야 깨달았다(*하단 주)
공통된 점은 예외라 할 것 없이 모두 분리불안을 지니고 있거나(낯선 장소에서 태연히 지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더 이상하긴 하지만 여기선 눈에 띌 만한 현상들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8살 이상의 노견이 많다는 점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아이들은 그렇게 노년기를 맞을 때까지 분리불안적 현상을 일상적인 것으로 매일 지니고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야말로 고역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그렇다 지나간 과거이기에 미화되는 경향은 있지만 쉬운 적은 없었다).
유기견들에게 그런 것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행동교정은 때로 환상처럼 느껴진다 마치 고치기가 불가능해보이는 신체의 장애처럼 삶의 어떤 비극적 요소를 숙명처럼 받아들인 채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하루하루의 일상들을 너의 비극을 나의 비극으로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얼마나 컸든 경험한 이만 알 수 있는 그 값진 동행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행복한 기억들이 주로 남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설사 그것이 미화일지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동시에 나의 깊은 마음 속에는 책임감으로 포장된 공포감도 동시에 있다
봉사가 아닌 대가를 지불 받고 하는 일이더라도 일일이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이 일을 하면서야 처음 알았다
생명을 맡고 있는 일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헌신이 필요한 일 쉽게 말하면 모든 돌봄과 간호(갓난 아기를 본다거나 요양 업무의 하드함이 어쩔지 이제야 아주 희미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됐다)에 해당되는 모든 일들이 그러할 것이다
여튼 다시 돌아와서, 결국 결과만 두고 말하자면 초와 분 단위로 밀착해서 보아야 할 만큼 거의 3-4세 아기 수준의 강한 애착행동과 관심욕구를 갖고 있는 아홉살짜리 개(사람나이으로 치면 60대)를 24시간 껌딱지처럼 붙어서 돌보다가 갑자기 확 떨어지고 나니 오히려 시원한 것이 아니라 서글퍼졌다는 얘기다
아이는 기본적으로 정이 많았다 아주 넘쳤다 잠깐의 틈도 조금도 주지 않고 칭얼대는 순간이 하루 왠종일 이어질 땐 5일간의 시간이 흡사 감옥살이 형벌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서 실시간 내내 온신경을 쓰느라(잠도 꼭 침대에서 같이 자야하는데 나는 20년 넘게 반려생활 하며 평생 '각침'을 했기에 익숙치 않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 내내 깼다)거의 초췌해졌지만(게다가 할 수 있었다면 했겠지만 전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시팅 틈틈이 내 개인 업무는 결국 아예 할 수 없었다)아이와 견주님과 작병인사를 하고 난 뒤 난데없이 갑자기 엄청난 상실감과 결핍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이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오늘 겪은 이 경험, 내 알 수 없는 예감대로 시팅일에 있어서 어떤 분명한 분기점이 된 오늘의 감정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지를 내 스스로 마음을 먹고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뭘 하든 하면 좀 지나치다 싶게 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시팅 또한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옷가게일과 쇼핑몰 일을 할 때도 14시간 동안 화장실 한번 안가고 내리 일만 하는 등 항상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진 집착이 좀 있다)이번엔 개인적 시간까지 죄다 쏟아가며 헌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가능한 것들을 죄다 쏟아 '헌신'해 버렸고 다 끝내놓고 나니 그 아이에겐(내가 그 아이에게 그렇게 할만한)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돌봄기간 중에는 몰랐지만 말이다
나는 유기견들만 키워온 탓인가 아픈 애들의 아픔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견주님 말에 의하면 아이의 파양 경험은 1살 무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파양된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그 전에 몇 번 더 있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초기 성격과 행동이 결정되는 1살도 안되는 사이 인간으로부터 버려지고 거둬지고 다시 버려지고 결핍감 만큼이나 애착 증세도 당연히 심해지게 되어있다
주인은 고맙게도 먼 지방까지 가서 아이를 입양해 하나뿐인 식구로 받아들였고 여러 안정적이지 않은 증상들이 있지만 아주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8년이 지난 후 나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겪었던 경험이 타인의 경험으로 다시 연결되니 이렇게 반갑고 감사할 수가 없다
햇병아리 시터 주제에 상실 아픔을 운운하긴 아직 이르지만 오늘 일을 그저 감정기복적이고 치기어린 순간적인 일로 남기고 싶지 않다
인스타가 그런 면을 더 본격적으로 확장시킨 면이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든 돋보이는 자리에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가능하면 숨어지내고 싶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신의 판단 아래 가치 있는 일들을 조용히 해온 사람들을 조용조용 만나면서 그 안에서 홀로 조용하게 감사하고 만족하고 싶다 실제로 생명을 대하고 가르치고 보육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숨은 에너지와 인내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문제행동이 있는 강아지라면 더욱 그렇다
예전에 내가 진작 했어야 할 일 그러나 지금에서야 내가 직접 키우는 개가 아닌 남의 개에게 하고 있는 일 계속해서 인내하면서 반복하면서 동시에 공부하면서 가능성을 품고 시도하면서 견주가 아닌 개 자체로 하여금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지 못한 적이 많았지만 지금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정말 추구하고 싶은 일은 '내적 만족'을 주는 일들이다 일일이 따져보면 사서 고생처럼 보이는(실제로도 생고생..)일들, 그러나 지쳐도 그만두고 싶지는 않은, 확실한 충족감을 주는 일들 가운데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퇴고없이 올리는 이 글처럼 언제나 내 안에 이미 있는 '탐구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순간순간 집중하고 싶다
내적 자아 실현과 펫시터가 당장 무슨 연결인가 싶겠지만 보조 수단은 분명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펜하우어가 가치의 기준은 타인에게서 구하지 말고(타인의 인정) 자신에게서 스스로 구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유일한 일은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고 인격에 부합하는 일에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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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것은 오로지 견주와 거주환경 탓만으로 몰수 없다. 대부분이 펫숍이나 강아지공장(둘이 도찐개찐이지만)으로부터 입양되기에 태생 초기단계의 안전하고 성숙한 환경이 거의 부재하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탄생 후 8주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안타까운 조건들, 특히 부모와 형제와 떨어지는 비극 자체가 모든 강아지 행동문제의 바꾸기 힘든 원천적 인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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