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좋아해서 시팅을 시작했지만
할 때마다 기력이 다 축이 나서 마이너스 에너지가 된다
힘만 빠지만 모르겠지만 지성 감정 모두 다 빠져나가서
결국에는 우울과 침잠이 한동안 지속된다
보호자가 집에 없을 동안 강아지가 겪는 분리불안이 내게 옮겨온 것처럼
나는 다 빠져나간 감정들 속에 빈껍데기가 되어 혼자 불안해진다
장사하면서 겪었던 서비스업의 고충(진상손님을 대할 때의 정신소모)과는
또 다른 소모와 결핍이다
24시간 밀착케어가 5일이라도 넘어가면 마지막 날에는
원하든 원치 안 든 눈물이 나오게 된다
번아웃도 아니고 뭔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나는 통곡(?)을 하고 있다
흩어진 생각들.
나의 집도 아닌 아빠소유의 집에서 펫시팅을 하는 반니트족 상태에서 한번 시팅이 끝나고 나면 적어도 3,4일은 쉼이 필요할 만큼 몸을 축내고(보호자가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활동량이 많은 애들은 하루 8km도 넘게 걷는다.. 줄 당김이 팽팽해 코어와 다리에 상당한 힘이 들어가는 상태에서) 그것도 시팅 전후로 집을 청소, 소독, 단장하는 노동량까지 포함하면 내가 시팅동안 하는 노동량도 이미 충분히 마이너스지만 훨씬 더 성과라곤 전연 없는 것에 가까운 봉사활동이 되고 만다
이미 몸뚱이밖에 자원이 없으면서 전기세 물세 물품비 등등 주제넘은 짓이 되는 것이다
(보호자가 시키지 않았고 보호자맘에 들기 위한 것도 아닌 반려견장난감, 용품, 기타 건강식-당연히 보호자 것 외에는 주면 안 되지만 최대한 알레르기 유발 없는 고급식으로 식탐이 강한 아이들에게 가끔 주는 용도-등을 사고, 플랫폼 회사에 거대한 수수료를 뜯기고 나면 정말 일종의 거마비(?) 정도 남는)
사실 시팅 동안은 인센스향을 피우며 잠깐씩 환기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개인적인 일(설거지도 못할 만큼)을 못할 만큼 돌봄 행위와 보고 행위에만 매달려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살 수 있을까?
한번 하면 힘들고 내 의욕껏 하면 더더 죽어나지만 '개를 돌보는 일'이라서 크게 인정받을 수도, 그럴 생각도 없는 일.
그러면서도 휴일에 나에게 시팅을 믿고 맡겨놓은 사람들의 형편과 환경이 부럽다거나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 내가 사랑하는 존재에게만은 돈을 아끼지 않았던 그 재정상태&그런 마인드는 부러워진다
좋아하는 것에 자신의 작은 바람만큼은 '투자'할 수 있었던 그 상태가.
나 역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지금만 생각하자
내가 하는 분야에 하루하루 충실하게 집중하고, 매번 최선의 마무리를 하자
그러나 독단 자만 경거망동 금지, 입조심, 무탈과 무사고가 최우선.
인정과 성과는 나중에 생각하자
그렇게 벌써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C를 키울 때는 그때의 내가 참 '선을 넘는 최선(당시 사회 통념 기준)'을 다한다고
아주 단단한 착각과 무지에 빠져있었다
'배움 없는(적은)'책임감과 돌봄은 때로 결과적으로는 본연의 책임감대로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시팅을 하면서 각각 강아지들에게 어느 정도의 세심함 완벽함 성실함을 시시 때때 제공하고 있는지를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다고 자부한 C와 M, N이 안다면 참으로 배신감과 실망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이 모르더라도, 내 스스로가 이미 나의 과거(내가 좋은 보호자라고 착각했던)의 여러 단면들과 현재의 모습을 계속 교차 비교하면서 어쩌면 가장 '부작용이 없는' 교육과 돌봄은 '상거래'를 기반으로 할 때 더 변수없이 원칙적이고 일관되고 사리사념 없고 그래서 끝까지 공연한 역효과가 없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가장 좋은 교육과 돌봄은, 좋은 것이나 정성을 주는 것도 있겠지만 애초 '필요 없는 행동(일관성없음 또는 정보부족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상처나 부작용을 낳는)'을 하지 않는 것이니까.
일단 시팅 동안은 필요 없고 좋지 않은 행동(강아지를 혼자 오래 두거나,산책을 시키지 않거나, 규칙적 루틴이 없거나, 지루하고 심심하게 방치하거나)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에 그 없는 것들로 인하여 오히려 강아지들이 갖고 있던 기존의 여러 부작용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어쨌든 처음으로, 돈 때문보다도 ‘좋아서’ 시작한 일의 지금까지 발견한 하나의 장점을 꼽자면 나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고 육체적 피로나 정신적 소진의 경우 모두 잘 쉬면 금세 또 회복되고 새로운 강아지들, 또는 기존의 단골 강아지들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기본만 열심히 해도 아무도 탓하는 사람이 없고(주면 주는 그대로 오해 없고, 행동의 있는 그대로 반응해 주는,그래서 정죄와 비판이 없는 강아지가 좋다)그리고 나의 타고난 배움 욕구와 인정욕구(보호자들로부터의 ‘신뢰’에 가깝다)때문에 어떻게든 계속 배우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장사할 때는 온몸이 무너지는 것 같아도 다음날 쉴 수 없었다.
이 일은 내가 몸이 무너질 것 같은 날은 강아지를 안 받으면 된다. 무엇보다 장사할 때는 그놈의 ‘눈에 보이는 재고와 손해 때문에’ 컨디션이 좋건 나쁘건 늘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었고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허탈하고 우울했다.
물론 돈이 잘 벌릴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름의 재미를 느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타이밍-보람을 입증해 주는 수치-이 많이 없었다는 게 내 장사의 평균치였다.
시팅은, 마이너스(적자)라고 하면 내 체력소진이다.
지난 십 년의 장사를 접고 진절머리를 느끼다 보니, 돈까먹는 것보다 몸 까먹는(?)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 생겼다. 그런데 같은 체력소진에 장사는 남을 때 있고 안남을 때가 더 많고 거기에 성취감도 별로 없었다면 시팅은 똑같이 남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보람, 성취감은 실제적으로 더 크다. 물건을 팔 때 좋은 리뷰가 천개이상 달릴 때면 물론 기분이 너무 좋았지만 내 정신과 육체에너지를 쏟고 얻은 리뷰에는 몇 백배의 더 큰 자부심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나는 장사를 하면서도 내가 장인의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닌데 내 장사 속성에 비해 너무 고퀄리티의 원칙과 예우를 고수하다 보니(개인 성향과 본능에 의해서) 그래서 더 정신적, 물질적 상해가 계속된다고 생각했는데 ‘돌봄’이라는 무형의 상품은 대가를 받더라도 일의 생리가 기본적으로 ‘기여, 봉사’에 가까운, 개인적 만족감은 있되 경제적으로는 조금 밑지는 일이라고 인지를 한 상태에서 하니까 도리어 좋은 평판이나 인정을 받게 되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상대적으로 훨씬 큰 자부심과 성취감, 내가 그토록 바라던 ’ 일하는 보람’이라는 대가를 얻을 수 있었다.
뭐 하나에 꽂히면 열두 시간도 넘게 화장실도 안 가고 계속 지속하는 이상한 집착 근성 때문에 지금도 시팅을 한번 시작하면 행동과 일지 두 개를 동시에 넘나 드느라 화장실을 물론 밥도 물로 거를 때가 부지기수지만(그래서 평소에는 전혀 없는 변비가 생김)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 일 때문에 내가 장사를 관두고도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집안일과 식구를 챙기면서 내 소정의 자아실현과 더 소정의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굉장한 자기 수행이 필요하다는 걸 장사를 그만두고야 알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노동으로 인한 경제활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심신이 병약하여 한 몸값 갠신히 건사하는 나로서는 입을 다물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순전한 노동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유지될까? 시대와 양극화와 경제관념과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어도 간접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여태까지도 일부인만큼 앞으로도 인류의 대다수는 ‘노동의 직접 투여’로 삶을 이어가는 형태로 유지될까? 이제 더는 정규직 비정규직 운운조차도 사라질 만큼 안정성에 대한 갈망은 꿈도 못 꾸고,그만큼 직업변동이 커지고, 긱잡 투잡쓰리잡이 일상이 된 지금 시대로부터 한 조직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줄어들게 될까? 내가 노년이 되어도 우리 아빠처럼 계속 일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 텐데 그때쯤 우리는 ‘어떤 노동’으로 늙어가고 있을까?
작년 그리고 올해 나는 어떤 해보다도 ‘혼자 늙을 때 필요한 것들’, 혼자 남겨지더라도 고독사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일 그리고 정서 충족-에 대해 많은 시간 고민을 하고 있다.
+@
오늘도 무사히 잘 끝났다
성실은 하되 과정에서의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공명심 따위도 버리고
마음 비우고 마무리와 순리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보답 선물이 왔다
물건장사할 때는 그렇게 (날로) 퍼주어도 이런 게 없었는데..
단순히 대가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의 정신육체에너지가
매번 이렇게 ‘좋은 영향’으로 돌아온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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