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중심, 군둘리체바 마켓(Gundulićeva Poljana)의 아침 풍경과 현지 장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과일, 올리브오일, 라벤더 제품까지. 여행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박하고 정겨운 시장 이야기.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 그 붉은 지붕과 바다의 푸름 사이로 시간이 멈춘 듯 펼쳐지는 도시 한가운데. 이곳에는 오늘도 변함없이 장이 선다.
'군둘리체바 시장(Gundulićeva Poljana)'은 대성당 뒤쪽 광장에 위치해 있으며, 매일 아침마다 두브로브니크의 일상을 펼쳐 보이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숙소 바로 앞에서 시작되는 이 마켓은 오전 7시 무렵부터 정오까지 활기를 이어간다. 일요일은 휴무이니 방문 계획 시 참고해야 한다.
이 시장은 겉보기엔 작고 단출하지만, 코나블레 지방의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 올리브 오일, 라벤더 제품, 전통 잼과 말린 무화과 등 현지에서 정성 들여 만든 품목들이 질서 있게 진열되어 있다.
병 디자인부터 내용물까지 모두 수공 제작된 올리브오일, 라키야(크로아티아 전통 브랜디), 수제 치즈 등은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품목이다.
청결 상태도 훌륭하고 진열이 깔끔해 구경하기 쉽다. 유럽의 여느 대형 마켓과는 또 다른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상인들은 대부분 정직하고 조용한 편이며, 관광객에게 과하게 말을 걸거나 무리한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친근한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반가워하며 짧은 농담이나 제스처를 주고받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과일을 고르는 손길들, 각자의 템포로 오일을 고르고 향신료를 살피는 여행자들,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까지—이 마켓은 평범한 상거래의 공간을 넘어, 두브로브니크의 삶과 태도를 그대로 비추는 일상의 풍경이다.
특히 올리브오일은 시중 브랜드 제품과는 달리 작고 정겨운 병에 담겨 있어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는 두 병을 선물용으로 사와서는 한 달 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지마자 2주도 안되어 다 먹어치워버렸다)소량을 사더라도 꼭 맛을 보고 고르는 것을 권한다. 특히 치즈와 함께 곁들일 때 풍미가 배가된다.
과일은 제철에 따라 종류가 다르지만, 자두, 무화과, 복숭아 등은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맛과 향 모두 탁월하다.
다만 카드 결제가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친환경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챙겨 가면 구매한 물건을 정리하기도 편리하다.
바닷바람이 살짝 스치는 이른 아침, 마켓을 산책하듯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여정의 템포가 차분하게 정돈된다. 마켓 옆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장에서 산 과일을 맛보는 여유도 추천할 만하다.
군둘리체바 시장은 두브로브니크가 단지 아름다운 관광지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래된 성벽과 좁은 골목, 대성당과 맞닿아 있는 일상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흐름이 있다. 단지 몇 가지 물건을 장을 본 것뿐인데, 왠지 이 도시와 더 가까워졌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다. 오늘도 이 소박한 시장 풍경은 여느 때처럼 조용히, 담담하게 두브로브니크의 아침을 열고 있다.
© Ophelix,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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