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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걷거나 타거나-국내

[열린송현녹지광장]도심속'동화나라'공원/추석가볼만한곳 무료나들이/힙하고+로맨틱하고+자연친화적 데이트코스(feat.인사동 경복궁)가족당일여행

by 돌냥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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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녹지광장에 다녀왔습니다.

본래 목적은 오랜만에 인사동 구경이었지만 경복궁 주차장에 주차 후 쌈지길 들어가는 길, 그리고 나오는 길 구경 삼매경에 빠지다보니 메인이었던 인사동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다 왔습니다.

 

 

매일 지나쳤던 길인데 어느 새.

인근 경복궁도 자주 오는 편이고, 집에서 세 정거장 밖에 안되는 길인데도 여태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갑자기’ 생겨버린 송현녹지광장. 그마저도 옆에 있는 공예박물관 야경을 차로 지나가면서 보고 너무 멋있어서 검색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낮에 더 이렇게 예쁠 줄이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있는 기존 송현동 부지에 생긴 녹지광장은 서울광장의 무려 3배에 달합니다(3만 7117㎡…후덜) 기존에 내가 모를 수밖에 없던 게 당연한 것이 100여년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원화 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모르고 살았을 이 드넒은 평야같은 광장공원. 사방이 탁 트여 근처 북한산과 인왕산이 한눈에 다 조망되고 무엇보다 평일에도 인구 유동량이 높은 인사동 문화관광의 메카 앞 십자로 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서울 내 어떤 공원보다도 접근성이 높습니다.



그림책 안으로 빨려들어온 듯 사랑스러운 풍경

일단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주도의 오름처럼 표현된 인공둔덕과 호수입니다. 강아지털 그루밍한 듯 반듯하게 정리된 잔디와 볼록볼록 올라온 네 개의 둔덕의 부드러운 곡선들. 난데없는 파란색 섬들과 바다의 축소판 같은 미니 호수의 등장에 일단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보면 볼수록 정말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러므로 올라가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기엔 그닥 높아보이지 않지만 발을 올리는 순간, 밑에선 보이지 않던 건너편 시야가 눈에 한번에 확 들어오면서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잔디언덕이 새로운 체험을 안겨주는 순간입니다. 군데군데 거인나라의 장난감처럼 놓여져있는 다채로운 설치물들과 한적한 시골풍의 길들, 정원식 꽃밭들이 이루어낸 널따란 전원풍경을 넋을 놓고 보다보면 순식간에 그림동화책 속 한페이지 속으로 빨려들어온 어린 아이가 되버린 기분입니다.

 

 

9.1~10.29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진행 중

지난 9월 1일부터 이곳에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까지 총3곳에서 진행 중)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적 고밀화 도시인 서울이 서울만의 진정한 정체성을 되찾고 향후 100년 후에 대한 이상향을 제안하고자 하는 취지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10월 29일까지 각 장소에서 진행됩니다.

 

녹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공사진행중인줄로만 알았던) 철제 구조물은 ‘하늘소(所) 축의 계단’이라는 이름의 설치작품이었습니다. 높이는 12M인데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보다 실제 계단을 올라갈 때 느끼는 경사가 만만치 않습니다. 설치작품 하나 올라가는 것이지만 지하철 티켓넣는 출입문을 지나가야 합니다. (참고로 설치물이 높아서 안전보행때문인지 계단 올라가는 방향 우측, 계단 내려오는 방향 우측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꼭대기에 오르면 마치 전통염색할 때 널어두고 건조하는 모습처럼, 또는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적삼처럼 철제에 천들이 걸린 채 휘날리고 있습니다. 이날따라 하늘이 맑은 코발트빛에 구름들도 미켈란젤로 그림처럼 신들이라도 올라가있어야 할 만큼 장관이었는데, 바람결을 따라서 일사분란한 춤을 추는 천들과 함께 어우러진 장면이 그 자체로 압권이었습니다. 이 설치작품은 계단 끝 스카이라인에서 북악산, 북한산, 인왕산으로 감싸진 모습을 내려다보며 630년 전 선조들이 계획한 친환경적 서울의 배치를 감상하게 하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 천들 아래쪽에는 평상처럼 된 합판 구조물 아래로 웬 흙더미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는데 이것은 각각 해남, DMZ, 경기도 양평, 북한산에서 가져온 흙으로 다양한 지형과 날씨와 문화를 가진 각 지역을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살자는 은유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씩 다 직접 만져보았는데.. 색깔만 차이날 뿐 제 손끝에는 질감 차이가 그렇게 잘 느껴지진 않았습니다ㅎ

 

 

축의 계단을 내려오면 설치문 측면에는 조감도 같은 이미지가 쭉 붙어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주최한 도시건축디자인 혁신 사업 첫번째 공모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6개 작품들입니다. 종종 보는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에서 소개되었던 유명 해외건축물의 유사한 느낌도 살짝 오버랩 되면서 서울에도 드디어 이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건물들이 드디어 나오는건가, 기대감에 잠시 설렜습니다.

 

 

Sound of Architecture라는 도심 속 ‘소리풍경’을 표현한 설치작품입니다. 목재틀이 각양각색의 기하학적 형태의 음향 구조물을 매달고 있는 방식으로 좁다란 복도처럼 연출된 사잇길을 걷는 동안 증폭되는 공명을 감상하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타이밍이 얄궃게도 걷고있는 동안 바로 대로 앞을 지나는 사이렌 소리가 설치작의 음향과 교묘하게 겹치는 바람에(길을 안비켜줬는지 그것도 한동안 계속되는..) 제대로 감상을 못한 것이 좀 아쉽긴 했습니다.

 

 

 

 

비누의자, 가정정원식 꽃밭, 넘치도록 다양한 포토존들 

녹지광장을 더 푸릇푸릇하게 돋보이게 해주는 것들 중 하나는 비누의자 입니다. 정말 비누를 본딴 것인지는 모르고 첫눈에 비누라고 느껴졌는데 의자 옆면에 SOAP이라고 대놓고 새겨져있습니다.ㅎ 편히 쉬는 시민들의 모습에 저도 앉아보고 누워도 봤는데.. 제 허리뼈가 이상한건지 생각보다 매우 불편했습니다. 잠깐 앉았다가기에도, 좀 불편했습니다.

 

 

일산호수공원, 석촌호수공원, 송도센트럴파크, 청라호수공원, 몽촌토성 공원, 올림픽공원..웬만한 규모의 공원은 다 가보았지만 송현공원은 특유의 아담하고 사랑스럽고 동화스러운 매력이 가득합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지만 이곳을 확실히 로맨틱하게 포인트업해주는 요소가 바로 가정식(?)텃밭처럼 자연스레 꾸며진 ‘정원식 화단’입니다.

 

서울의 매력을 돋보이도록 연출한 곳에서 유럽시골 또는 일본시골은 연상하게 된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컨츄리하면서도 러블리한 감성이 다채롭게 심겨진 꽃들마다 가득합니다. 땡볕아래 부지런히 꽃밭을 가꾸시는 분들의 솜씨와 노고 덕분에 평소 다른 공원에선 보지못했던 꽃들도 잔뜩 구경하면서 눈호강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은 다 통하는 건지 인사동에서 건너온 관광객들인지 이곳저곳 화단마다 외국인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며 간만에 내세울 수 있는(?) 서울 공원의 모습에 내심, 흐뭇 해졌습니다.

 

 

삼만평의 위치한 대형 작품들을 하나하나 재미삼아 훑는 것도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이날은 시간관계상 유에프오 같은 설치물과 밀짚모자 뒤집어놓은 것 같은 설치물을 꼼꼼하게 못봤는데, 내달말까지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그 전에 한번 더 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과 송현공원 사잇길(율곡로3길)도 강추

송현공원 옆은 바로 서울공예박물관이 있습니다. 밤마다 지나가는 길에 봤던 그 예쁜 야경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마침 휴관일이어서 안에 들어가진 못했습니다만 담백하게 빠진 네모형 건물이 오스트리아에서 본 박물관 느낌도 나고, 안뜰을 통크게 넓게 뺀 것은 루브르 같기도 하고.. 과함 없이 멋스럽게 깔끔한 외관 디자인이 건물 바깥만 구경하며 걸어다녀도 충분히 분위기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나와 공예박물관쪽 담벼락과 맞은편 송현공원(‘57th까페’건물쪽)의 돌무더기담벼락이 이루는 길은 덕수궁 돌담길 만큼 낭만적이어서 그냥 사위를 구경하며 걷고만있어도 사부작 마음챙김을 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연하게 쌓인 돌무더기 담벼락은 흡사 제주도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추석에도 갈 수 있는 연인,가족,혼자 나들이 장소(게다가 무료)!

경복궁과 인사동, 공예박물관과 함께 묶어 풀코스로

송현녹지광장공원과 바로 옆 공예박물관과 건너편 인사동까지. 풀코스로 돌고온 하루가 진정 값졌습니다.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가장 큰 만족을 얻게 해준 송현공원은 추석에도 정상오픈(?)(이미 오픈되있는 공원..)한다니 다행입니다.

연휴동안 서울에서 보내실 분들은 시간내어 인근 복궁(9.28~10.3 무료개방!!!!/ 10.4 휴무)부터 돌면서 인사동과 한코스로 묶어 송현녹지광장으로 나들이 한번 나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공예박물관도 추석 정상 오픈/매주 월요일 휴관)

 

이번에는 공원만 다니는데 한참 시간을 써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별로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는데 다음에 올 때는 본행사의 다른 장소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시민청’도 함께 들러볼 계획입니다. 추석 연휴기간 휴무는 아래에 게시해놓았습니다.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추석연휴 운영공지

열린송현녹지광장: 정상운영
서울도시건축전시관: 10.4(수) 휴관
서울시청 시민청: 9.29(금), 10.1(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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