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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걷거나 타거나-국내

[송도세계문자박물관2]박물관덕후여,이곳을 지나치지 마오 심지어 무료니까. 상설전시<문자와 문명의 위대한여정> 뮤지업샵 까페테리아 야외전시

by 돌냥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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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지하1층부터 2층까지 나선형 계단를 관통하는 어마무시한 높이의 <바벨탑>이라는 제목의 설치 작품(김승영作).

화~금요일 각 타임별 전시해설을 이용하면 관람시 도움이 되는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포스팅 하단 전시해설 시간표 참조*

 

 

 

송도 글자박물관 1층 특별전시를 마치고 지하 1층 상설전시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에는 인류의 역사에 함께 해온 각 나라의 ‘문자 문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부 문자, 길을 열다”와 “2부 문자, 문화를 만들다” 두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전시품의 경우 해외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들을 뛰어난 퀄리티의 모형본으로 복제해내어 직접 손으로 만져가며 관람할 수 있어(이게 이렇게 관람에 재미를 더할 줄은 몰랐습니다) 더 실감나는 관람이 가능합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온 인류는 환경에 맞게 자신만의 문자를 만들었습니다. 문화가 흥하고 쇠하는 과정을 따라 문자 역시 생성과 소멸을 반복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전파력이 강한 몇몇 문자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 종교적 신념, 상업적 교류 등에 의해서 더 멀리 확산되게 되었습니다. 유럽은 라틴문자, 서아시아는 아랍문자, 인도는 데바나가리 계열의 문자, 동아시아는 한자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인류가 사용해온 문자는 사백여 종이지만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는 삼십여 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바로 한글이 있으며 문자를 만든 목적과 원리를 알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문자라고 합니다.

 

라스코 동굴벽화. 문자가 생기기 전의 구석기시대 기록으로 선사시대 사람들의 일상과 소망이 담겨져 있습니다 

 

 

쐐기문자, 인류가 처음 사용한 문자

쐐기문자는 인류 최초의 문자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현재 이라크 인접 지역)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강가의 진흙으로 만든 점토판에 갈대로 문자를 기록했으며 그 새긴 모양이 삼각형이나 쐐기 모양과 비슷해 쐐기문자라는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물품, 상거래에 대한 기록용으로 쓰였지만 이후에는 종교적 문서, 법률, 역사 사건 등 언어적 표현을 위한 도구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수메르어 , 아카드어, 바빌로니아어, 아시리아어 등 여러 고대 언어를 기록하는 데 쐐기문자가 사용되었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몰락으로 서서히 사라지다가 로마제국 시대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쏘툰 명문.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1세가 반란군에게 승리 후 비쏘툰산에 새긴 기념비.

같은 내용으로 고대 페르시아어, 엘람어, 아카드어 총 세 가지로 되어있어 쐐기문자 해독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것보다 더 예쁘고(?) 선명한 모형본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잘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은 고대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가 제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법전 중 하나입니다.

수메르어와 아카드어(당시 바빌로니아 언어)가 쐐기문자로 새겨져있으며 가정, 노동, 상업,형량 등을 약 282개 법조항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상단의 양각그림 중 오른쪽이 법을 하사하고 있는 샤마쉬 신, 왼쪽이 법을 받고 있는 함무라비 왕의 모습입니다.

 

 

 

이집트문자, 문자의 어머니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된 문자를 성각문자라고 하는데 "신성하게 새겨진 글자들"을 의미합니다. 약 5,000년전 개발된 성각문자는 단어와 음절, 개별소리를 나타내는 기호와 상징을 갖고 있어 복잡한 개념이나 추상적 아이디어도 표현할 수 있었으며 인류 역사상 최초의 완전한 문제 체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현대 대다수의 문자 체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문자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합니다. 신전 벽화나 공식적 문서, 피라미드같은 왕묘 등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파피루스 에버스.

종양 탈골 화상 등 외상치료와 내과 피부과 치과 부인과 등 민간요법까지 의학에 관한 내용을 파피루스에 기록한 고대 이집트 대표 실용서입니다.

프삼테크 멘티의 카노푸스 단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프삼테크 멘티가 사망한 후 그의 장기를 보관하기 위해 사용된 그릇입니다. 카노푸스 단지는 보통 인체의 네 가지 주요 장기인 심장, 폐, 간, 그리고 소장을 보관하는데 사용되며, 각각을 보호하는 신들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마야문자, 사라진 문명의 흔적

마야문자는 약3세기부터 16세기까지 고대 중앙아메리카의 마야문명에서 쓰여진 문자입니다. 마야문자는 상징적 그림과 음절 기호를 결합한 형태로 약 800여개의 다양한 기호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종교성이 강한 이 문자는 역사,신화, 천문학 지식을 기록하는데 사용되었으며 제사장이 만든 마야력 달력은 현재의 과학적 수치와도 큰 오차를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드레스덴 문서. 고대 마야 문명의 중요한 유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 중 하나입니다. 아마틀나무 껍질에 그림과 글을 새겨 넣은 형태의 책이며, 주로 천문학적인 기록과 예언, 의식 등을 다룹니다. 특히 마야 달력과 관련된 복잡한 계산들이 포함되어 있어 마야의 천문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8세기에 독일 드레스덴으로 옮겨와 현재 드레스덴 왕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라틴문자, 영역 확장에 따라 전 세계의 언어로

라틴문자는 7세기 BC에 로마인들이 이탈리아 반도에서 사용하던 이탈릭 문자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초기 형태의 라틴 문자는 21개의 문자로 구성(현대는 총26자 알파벳 )되어 있었으며, 그 후 여러 세기에 걸쳐 변화하면서 추가적인 문자가 포함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확장과 함께 유럽 대부분의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 근세 식민지 건설 등을 거치며 전세계에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라틴 알파벳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문자 체계로, 많은 언어들이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로마 제국 귀족들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대리석 유골함.

양쪽은 사랑의 신 큐피트의 형상, 가운데는 남편을 위해 유골함을 제작했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람문자, 사막을 건너 초원으로

아람 문자는 고대 중동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아람어를 표기하기 위해 개발된 문자 체계입니다. 이 문자 체계는 약 기원전 1200년경에 발생하였으며, 그 기원은 페니키아 문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람 문자는 그 후 수 세기 동안 중동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며, 히브리어와 아라비아어 등 다른 여러 언어의 문자 체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던 히브리어와 아라비아 문자는 아람 문자가 직접적인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쿠란

엘레판틴 파피루스

 

 

 

인도-동남아 문자, 다양한 문명의 교차점

인도 및 동남아지역은 고대부터 여러 종족과 문화가 공존해온 교차로였습니다. 최초의 문자는 인더스문자, 이후 브라흐미문자가 등장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독자적으로 발전해오다가 오늘날 인도의 공용문자인 데바나가리 문자로 이어졌습니다. 한편 이 지역은 아랍의 문화에도 영향을 받아 아랍계열의 우르두문자도 사용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라틴알파벳을 수용해 말레이어를 표기하였습니다.

팔천송반야경 패엽경

 

 

 

한자, 수천년 동안 변화해온 표의문자

한자는 중국에서 발생한 문자 체계로 3,3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쓰이는 오랜 역사의 문자입니다. 각 한자는 고유의 의미와 음성을 가지는 표의문자로 발생시기나 구조적 특징에 따라 점진적으로 형태가 변화해왔습니다. 한자는 중국 문화권에서 널리 쓰이며, 일본어의 한자, 한국어의 한자 사용, 베트남어 등 다른 동아시아 언어들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석고문탁본

 

 

 

한글, 세계 최초 목적과 원리를 밝힌 문자

한글은 15세기 조선의 세종 대왕이 백성들의 읽고 쓰기를 쉽게 하고자 1443년에 창제하였습니다. 그 당시 한자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종은 모든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훨씬 더 직관적인 문자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한글의 각 글자는 개별적인 소리를 나타내는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됩니다. 이 요소들은 하나의 음절을 형성하기 위해 서로 결합되며, 이러한 방식으로 한글은 한국어의 복잡한 발음 체계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글자음과 모음의 형태는 발음하는 입술과 혀의 위치와 움직임을 시각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월인천강지곡. 세종이 부처의 생애를 칭송하며 지은 노래로 한글 창제 이후 최초로 만든 한글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입니다.

조선왕조실록-정조간사고본. 필사본 4부가 4곳 사고에 나뉘어 보관되었다가 임진왜란, 이괄의 난,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수난을 겪었고 현재 완전히 남아있는 것은 서울대학교 규장각 보관의 정족산본,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보관의 태백산본입니다.

 

 

 

 

문화가 된 문자-인쇄술, 번역, 기록물, 매체, 서체

2부에서는 인류역사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준 문자로부터 파생된 여러 문화적 산물들에 대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혁신적인 인류의 혁명 중 하나인 인쇄술은 정치, 종교, 지식을 독점한 소수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던 문자를 일반 대중들이 광범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다른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바꿔주는 번역 기술은 종교, 사상, 문학, 과학, 의학 등을 지역의 한계없이 공유할 수 았도록 해주었습니다. 문자 이전에는 입으로 입으로 전해졌던 인류의 지혜와 지식은 문자에 의해 기록되었으며 이러한 기록물들의 축적으로 인류 문명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는 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기 쉽고, 구하기 편하고, 내구성이 좋은 도구들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종이, 펜의 역할을 하던 매체는 이제 디지털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제 문자는 기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아름다움의 감상의 대상으로 영역이 확장되었습니다.인류는 새로운 형식의 서체들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사상을 교감하고 있습니다.

 

 

 

파피루스 종이. 꼭 만져보세요. 뭘 써도 웬만해선 안지워질 것처럼 매끄럽고 견고합니다(매직으로 써야 써질 것 같은 느낌이..)

 

 

2층 야외 전시 & 까페 & 산책로

실내에서 벗어나 하늘을 캔버스 삼은 입체 조형물들을 보니 감상의 묘미가 또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아크릴, 자갈, 그물, 돌, 물, 수증기 등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재질들로 표현된 작품들은 파피루스 형태의 하얀 곡선 벽과 이날따라 더 새파란 하늘과 어울려 단독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파노라마 스타일의 복합적 감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미로 같기도 하고 공중정원 같기도 한 야외 구조 안에서 건물 디자인과 주변부와의 친화적 조화를 잘 살려낸 전시작들을 보며 1층의 체험과 2층의 학습과 또 다른 차원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과 하얀 벽, 돌들이 주는 깨끗함과 단순함은 장장 세시간의 관람을 리프레시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했습니다

 

 

 

다시 1층 뮤지엄샵(아트샵)

보통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박물관 도록을 이날 따라 사고 싶었지만(가격대도 양 대비 괜춘) 참았(?)습니다. 박물관 굿즈가 다양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관람평을 봤었는데 개관한지 얼마 안되어선지 그런 감이 있긴 했습니다. 그 가운데 포스트잇이나 다소 기발한 종이화병, 펜 정도는 간단한 선물로 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대없이 간 글자박물관에 이렇게 홀딱 빠졌다가 나올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평일임에도 박물관에 가족, 연인, 혼자 등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센트럴파크에 이어 ‘송도 가볼만한 곳’ 두번째로 등극한 송도 세계문자박물관이 박물관 특유의 고리타분한 거부감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즐겨 찾는 랜드마크가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신선했던 박물관 관람 후 교양심(?)이 충족되어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다리가 좀 피곤했지만 센트럴파크 잔디광장과 꽃사슴정원을 지나 한 바퀴를 쭉 걷다왔습니다. 

저처럼 박물관 덕후라면 장시간 자발적으로 재밌게 몰입하기 딱 좋은 곳입니다 (심지어 무료이기 까지 하니!) 

아이들과 함께는 물론 어른 혼자 들러도 전혀 아깝지 않은, '반나절 여행 코스'로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은 상설전시로 B1층으로 가면 됩니다(바벨탑 작품 가장 밑에 계단)

어린이 체험실을 별도 예약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송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이용안내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6시(입장마감 오후5시30분)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 / 설날 및 추석 당일
관람료 : 무료 (단, 기획전시는 경우에 따라 유료) *20명 이상 단체관람은 사전예약제로 운영*
주소 : 인천광역시 연수구 센트럴로 217 (센트럴파크역 3번 출구)
문의 : 032-290-2000, 2001
편의시설 :  
1층 안내데스크, 뮤지엄샵, 물품보관소, 수유실
2층 카페테리아,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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