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IP] 걷거나 타거나-국내

[조계사]절린이가 좋아하는 동네 절/서울 가깝고 조용한 절/수도권 사찰힐링여행/ 연휴명절 나혼자 가볼만한곳

by 돌냥 2023. 9. 23.
반응형

조계사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55
1호선 종각역 2번 출구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주차
- 경내 주차장 : 10분당 1,000원 
- (주변)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 10분당 800원- (주변) 조계종 총무원 주차장 : 1시간에 3,000원 (30분에 1,500원 추가)

연락처
02-768-8600

 

 


 

 

평소 운이나 사주 이런 걸 믿는 편은 아닙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작년은 태어나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매일이 힘들었습니다 사실 마음놓고 편했던 날이 있나 싶지만..ㅎ

어쨌든 임계점이라고 하나 그런 걸 넘는 수준이었다고 할까요

늘 그랬듯 혼자서만 달음박질하고 그리고 사방은 막혀있고..

그런 답답함이 모여 내 운명이 궁금해졌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말 팔자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지금은 특정종교를 믿고 있지 않지만 근 삼십오년 동안은 철저한 종교인으로 살았습니다

분명 나의 많은 결점과 결핍들을 보완해주었지만 동시에 내 삶의 많은 것을 종교 명분과 종교 핑계로 외면하고 게을리 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삼십대의 굵고 짧은 정점과 나락(?), 올라갈때는 마치 직선같더니 내리꽂을 때는 완만과 급경사가 뒤섞이며 계속 하염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그 전까지는 ‘내면의 평화’ 즉 심신안정을 위해 종교를 찾는 사람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극단주의와 비현실성 모두를 갖추고 있는 나는 종교를 믿는 동안은 종교가 제 ‘현실’이자 세계관 자체였기 때문에 단순한 평안감 보다는 내가 세상을 헤쳐나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버팀목', 긍정적 사고의 지지대 이런 것들이었거든요 (뭐 결국 같은 말이겠지요)

 

 

 

돌이켜보면 저는 종교를 통해 심적인 평안을 누리기 이전에 내 자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싸워 이겨내기 위한’ 도구로서 종교를 이용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온전한 평안도, 승리도 얻은 적은 없었습니다(당연한 것이 매일 해가 뜨듯 매일 새로운 해결과제, 불안이 끊임없이 등장했으니까요)

 

어쨌든 어찌저찌해서, 세상에서 본인이 가장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죽음도, 신도 생각하게 마련인데요 저는 죽음보다는 일단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그리고 나는 부정하고 싶지만 팔자라는 큰 맥락이 실존하고, 이걸 좀(그러나까 나 자신을)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서 순화해야겠다는 생각에) 작년부터인가 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절이라고 해서 어릴 적 우리엄마가 그랬듯이 시주하고 절하고 스님과 돈독하게 상담하고..

뭐 이런 건 하나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는 지 몰라서 아직은 절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제가 열일곱에 처음 접한 ‘현각스님’(저서인 <선의 나침반>을 읽은 후 그 길로 학교수업 을 제끼고 강의 들으러 다닌 적 있음)을 통해 불교의 전반적인 메시지에 매료된 후로 아직까지 어설프게, 그리고 친숙하게나마 공감하고 있지만 그 길로 주기적으로 절에가는 불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성화가 들되고 독단성이 큰 사람인 것 같다는 자기발견 끝에 공인된 종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약간은 이상한 유신론+무신론자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신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사 정치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현세의 종교는 아니다 이런 주의)

물론 나이들고 마음이 약해지면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냐 위로받고 상부상조도 받을 수 있으면 좋지 행동을 바꾸게 될 지 모르겠지만요

 

절은 가지만 불교는 아니다라는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작년에는 친구로부터 들었던 ‘삼재(제 띠는 작년부터, 올해, 내년까지 삼재입니다)’얘기를 귓등으로 들었다가 삶과 정신상태가 정말 바닥까지 이르자 도대체 그게 뭔데? 하며 찾아도 봤구요, 물론 얄팍하게요

 

사주는 올해 처음봤습니다

음.. 정확하고 신기하고 심난했습니다 일단 제가 적어도 60대까지는 지금같은 힘겨움이 계속 있겠구나 싶어서고요;

저는 인생에서 10대가 가장 힘들다고하는데 (나뿐아니라 초년, 중년, 말년 사주비교에는 대부분 10, 20대가 가장 힘든 경우가 많은 듯..그냥 순리인가)그냥 안좋은 게 아니라 불행할 정도로 아주 안좋다고 했습니다 (네 그래서 제가 어린 그 나이에 ‘제 발로’ 종교를 찾아서 믿기 시작했던 겁니다-물론 이단, 사이비는 결코 아니예요ㅎ)

 

 

 

 

아무튼.

예전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절을 발견하면 발길 닿는 대로 꼭 들어가곤 했는데, 아마 절이 지어진 곳이 대부분 풍수지리를 고려해서 지은 일종의 ‘명당’자리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뭔가 편안하게 받아주는 기운이랄까.

 

직접적으로는 산 중에, 기본적으로 수풀이 많이 우거진 곳에 있어서 약간 삼림욕하는 기분도 들고요 암튼 절에 가는 건 종교성 이런 걸 완전히 떠나서 기분 안좋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하긴 유럽여행하며 그 수백개의 성당을 돌 때도 단지 조금 지겨워질 뿐 매번 차분해지고 확실한 힐링이 되었죠)

 

강화도 보문사가 참 좋았는데 그 뒤로 서울에 있는 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뭔가 점집(?)같거나 너무 불교불교 스러워서 감히 들어갈 엄두가 안나는 동네 사당 같은 곳 말고요

 

 

 

 

그런데 조계사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더라고요

 

조계사?

들어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근처였다니.

알고보니 자주 다니는 인사동과 안국동사거리 바로 앞인데 저는 여기에 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사람과 차가 북적대는 종로 한복판이기도하고 하긴 딱히 관심없으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게 이런 종교기관이니까요 아마 저 같은 분들도 많으실 듯..

 

도심 속 절이라는 게 생소한데 들어오고 나면 순식간에 이곳의 분위기에 단번에 집중되게하는 힘이 있었어요

저는 첫 인상에 홍콩에서 들른 만모사 절이 생각나고(많이들 가보셨겠지만 거기도 번화한 도심의 동네 한복판에 있어요)돌아다녀보면 소박한 면적 대비 대웅전은 어마무시하게 크더군요

종교와 상관없이 시민들이 가볍게, 또 부담없이 자주 들를 수 있는 곳인 것 같아 진작 왔음 좋았을 걸 생각까지 들었어요

(평안한 외관과 달리 조계사의 다사다난한 역사와 사건사고는 '나무위키'에 아주 상세한 내역이 나와있습니다)

 

여하튼 이곳에서, 기도, 정말 열심히(?)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되더라고요

 

퇴근하면서 들린 것으로 보이는 시민들(불자분들이겠지만)의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향을 붙이고 기도하는 동작들이 뭔가 이국적으로 느껴지고 (기존에 한국에서는 관심없다가 외국여행 나가서 처음으로 눈여겨 보게되고 다시 한국에서 돌아와서 보면 새삼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그래서그런가 그냥 집 근처 절에 갔을 뿐인데 여행하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실제로 제가 갔을 때 경내 안과 주변에 외국인들이 제법 있었어요 당연하지만 불교는 이미 글로벌화 된 것 같아요

제가 갔던 절마다 한국여행 온 외국인들(기간 내내 서울 곳곳에서 정말 많이 마주쳤던 잼버리도..)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눈에 띄거든요 갈만한 곳이 정해져있는 것도 있겠지만.

 

 

 

조계사는 산을 끼고 있지 않아서 다른 건물로 옮겨가기 위해 오르막길이나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고 평지만 걷는 편의(?)성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암자처럼 산 꼭대기 절만 가다가 고행(?)없는 절에 오니 넘나 편한 거. 무시할 수 없는 大장점)

 

부지가 컴팩트해서 동선도 간단하고요, 직장인분들도 오다가다 잠깐 차 대고 기도한 후 빠질 수 있어서(30분 무료예요!) 공원처럼 일상생활에서 즐겨찾기 좋은 ‘기동성 갑’의 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도하는 방법(부적을 태우고 향꽂고 절하고)은 제가 하나도 알고 있는 게 없어서 생략할게요..

그래도 저 같은 맹충이도 절에 와서 어떻게 기도하든 아무도 터치 안하고(조용하게, 그리고 폐만 안끼치면 되니까요) 불자 아닌거 티가 많이 나도 눈치보는 분위기가 아니라 더 좋은 거 같아요

 

 

 

조계사뿐 아니라 다른 절들도 그렇지만 이렇게 도시 속에서도 유동인구 많은 곳의 절이 많지 않아서 이 가치(자유함, 편의성)가 더 크게 좋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직장이나 집이 근처 사시는 분들은 콧바람 쐴 겸 가셔서 한 번 힐링하고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힐링. 마음챙김. 어떻게 보면 하기좋은 뻔한 말이지만 한번 겪고 나면 또 찾게 되는 그런 거더라구요

요즘 나를 돌보고 나를 챙기는 행위에 전 같지 않게 진지한지라(다들 자기얘기가 되고나서야 태도가 달라지죠 ㅎ) 이젠 그런 말이 딱히 낯간지럽게 느껴지진 않는 거 같아요

 

며칠 전부터 제가 이런 저런 고민 거리가 많아서 다시 신경성 위염이 도지고 말았는데요, 사진을 다시보니 이번주에 다시 조계사를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천성이 뚜벅이니 터벅 터벅 걸어서 가도 좋구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