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그렸다 아마도 처음
오랜만에 든 4B연필.
적어도 5년간은 잡고 깎고 했던 물건인데 이제는 쥘 때마다 어색하다.
여전히 지우개질을 많이 하긴 하지만..
회피형 완벽주의를 개선하는데 그림은 일단 도움이 된다
생각나는 것을 그리라고 해서 그렸는데 왜 그렸을까(시간제한도 있고)하니
얼마 전 조계사에서 봤던 그 대형 잔디코끼리가 꽤나 인상적이었나보다
그 와중에도 핸드폰으로 코끼리 사진들을 휘리리 찾아보니 생각보다 뿔(뿔이 아니고 상아지만) 달린 코끼리가 안보여서 놀랐다
생각없이 그림을 맹복적으로 그리고 나서야 상아에 대해 뒤늦게 찾아보았다
엄연한 의미에서 상아(코끼리 상象 어금니 아牙)는 틀린 말이다
어금니가 아닌 앞니 일종인 ‘엄니’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상아, 엄니는 영어로 ‘ivory’라고도 하는데 아이보리색의 어원이 바로 상아의 색이라는 게 뜻밖이고 뭔가 새삼스럽다
실제로 ivory를 영어사전에서 검색해보면 첫번째 뜻이 ‘상아’로 나오고 그 다음부터 상아로 된 물건, 상아색, 아이보리색이라고 나온다(십 년 넘게 옷 파는 동안 매일같이 써왔지만 전혀 몰랐던 사실).
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현재 아프리카코끼리의 암컷들은 상당수 상아가 없는 채 태어나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아시아코끼리와 인도코끼리 암컷들이 상아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 상아만 가졌다 하면 바로 도륙이 나기 때문에 암수 모두 상아를 가진 아프리카코끼리를 포함해 점차 모든 종의 암컷들이 '상아를 버린 채'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는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향한 살육이 끈질기게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틀리길 바라지만)
코끼리 상아에 투여된 인간 욕망의 의미
그나저나 코끼리의 상아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무자비한 희생의 대상이 되어왔을까?
그렇다 결국은 '돈' 때문이다
그래서 코끼리 상아에 무엇을 그렇게 투영하길래, 그토록 오랜 시간 인간세계에서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가 높은 것일까?
(INTP는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궁금증 줍줍)
코끼리의 상아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희소성, 내구성, 그리고 조각하기 좋은 특성 때문에 수천년 동안 인간들에게 매우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상아는 보석부터 예술품, 장식품, 악기, 종교적 유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의 물건을 만드는 데 이상적인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부와 지위의 상징: 코끼리 상아는 그 희소성과 함께 상아를 조각하는 데 필요한 고도의 기술력 때문에 종종 부유함과 높은 사회적 지위와 연관되어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통틀어 많은 문화권에서 상아로 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권력이나 부유함의 표시였다.
종교적 의미: 상아는 이미지적인 신성함과 순수함, 아름다움으로 인해 때문에 다양한 종교적 맥락에서 사용되어왔다. 기독교에서는 성화, 성물함(성령을 담은 용기) 등 종교적 예술로써 사용되었으며 불교에서는 그물코라고 알려진 작은 상아 조각들이 일본에서 사용되었다.
마법적 속성: 몇몇 문화에서는 코끼리상아에 마법적인 속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어떤 아프리카 부족들은 코끼리 엄니에 그것을 가진 동물(코끼리)의 힘과 지혜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예술적 매체: (안타깝게도) 상아의 고운 알갱이는 세밀한 조각 작업이 가능해 이상적인 곡선을 형성할 수있다. 복잡한 장면을 미니어처 형태로 묘사한 중국의 상아 조각부터 고딕 시대의 유럽 조각까지 오래 전부터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인기 있는 매체가 되어왔다.
민간 전설 & 신화: 많은 문화에서 코끼리는 ‘지혜’나 ‘행운’과 같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숭배를 받고있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코끼리 엄니도 비슷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상기한 상아의 가치들로 인해 코끼리는 수세기 동안 대규모 불법사냥(밀렵)의 대상이 되어왔다
코끼리에게 부여된 역사적이거나 전통적 의미가 어떻든 간에, 밀렵은 코끼리 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고, 국제사회가 코끼리 상아 거래금지와 보호조치를 취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CITES 협약(멸종 위기 종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신규 상아 국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많은 사회에서 야생동물 보호와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합성 '상아'나 다른 천연 재료와 같은 대체재를 찾고 있으며, 예술품이나 장식품 외에도 이미 다양한 용도의 각 분야에서 상아보다 훨씬 더 우수하고 실용적인 대체제들이 활용,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그림으로 다시 돌아와서..
내 그림의 코끼리는 어디 출신 코끼리를 보고 그린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갈증해소를 위해 가득 쌓인 탱탱볼 사이즈의 수박들과, 그것을 한번에 세개에서 다섯개까지 코로 흡입해 먹는
코끼리 코와 입을 대단한 위력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나름껏 사실주의에 치우치다보니 얼굴과 눈의 주름이 강조되서 어딘지 병색과 노환이 느껴진다
실제로 나이가 있어보이는 코끼리여서 미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어도 위장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식탐이 왕성한 나를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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