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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雜記

[미술치료]스스로 답을 찾는 힘을 기르는 미술교육/로웬펠드<인간을위한미술교육>/1장 미술을통한인간교육의의미/미술교육이론 미술치료북스터디

by 돌냥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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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 요안나 북스터디 코치

 

서문

미술교육은 물론 미술치료에서 이 책을 놓치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기초를 놓치는 것과 같다.

‘노멀’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무엇이 정상인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정상적인 아동의 미술교육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것에도 십 년 정도가 걸린다. 추가 부분이 덧대어지기 전인 네번째 개정판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1947년 로웬펠드 서문)이 책은 미술교육자(미술교사나 일반교사, 유치원교사)와 어린이의 창의적 작품을 미적 관점으로 가망하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의 창의적인 활동의 근원과 내면을 연구하려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쓰여진 것이다.  또 어린이의 정신적, 정서적 발달에 대하여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쓰여졌다.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예술가이며, 단지 재료만 있으면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없이 창작이 가능하다는 어린이에 대한 이상주의적인 생각은 교육의 기능과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충동을 오히려 무시하는 등의 폐단을 미술교육에 가져왔다.

아이들을 완전히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것보다 곁에서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졌을 때 아이들의 창의성이 훨씬 더 잘 발휘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완성작품보다 작업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이유를 분석하지 않은 채 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에 필자(로웬펠드)는 그들이 그것을 실제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상하게도 이런 중요한 견해를 강조하는 교육자들이 자신들의 저서에는 단순한 미적과정에 의해 제작된 것에 불과한 그림을 제시하여 오히려 작품의 결과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창의미술이 제시하는 것들을 보면 첫눈에 봤을 때 어른들 눈에 세련되고 예쁘기 때문에, 도리어 결과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어린이의 일반적인 성장이 그의 창의적인 발달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으며, 또 그 반대의 경우가 어떠한 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987년 브리테인 서문)어떻게 어린이를 신체적, 심리적으로 보살피고 기르느냐에 따라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창의적이고 지적인 성장은 모든 교육제도의 바탕이며, 이 책이 아동교육을 즐겁고 의미있는 경험으로 만들고, 그런 영역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로웬펠드가 이 책을 쓴 지 약 70년이 지났다. 아직도 이런 기본도 모르는 채 미술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본을 더 배운 선생님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제1장 미술을 통한 인간교육의 의미

미술활동은 학교교육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가 6살즘 학교에 입학하여 규정에 따라서든 또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든 학교문을 나서기까지 6~20년 정도를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어린이에게 학교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교육체계는 대부분 단순하고 실용적인 지식(factual information)의 습득을 강조하고 있다. 시험과 같은 어떤 과정을 통과하거나 실패하는 것, 한 학년씩 올라가는 것, 경쟁에서 이기는 것 등은 교사가 전달해주는 기존의 지식을 얼마나 숙달했고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에 좌우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학교체제의 기능은 단편적인 지식을 정리해두었다가 주어진 신호에 따라 이것을 반복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지식을 말하거나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길들여져 왔으며, 그것이 바로 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길이라고 믿도록 교육받았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단편적인 지식을 되풀이하는 능력이 우리가 길러내고 있다고 믿고있는 ‘사회에 기여하고 잘 적응하는 사회구성원’의 개념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소 변화하긴 했으나 큰 맥락으로는 1950년대 80년대를 거쳐 지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현대에도 아이들은 교사가 건네는 단편적인 지식을 잘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는 사람으로 길러지고 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해가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잘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단편적 지식은 스마트폰이 보급된 현재에 더욱 심화되었다.

 

학교교육에서 학생이 배워야 하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는 교사에게 문제의 해답과 방향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찾고 발견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미술활동 경험에서 강조되는 것이 바로 이런 능력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빨대나 색종이, 병뚜껑 등으로 <봄>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든다든가 또는 물감을 혼합하여 새로운 형태를 그린다든가 하는, 대부분의 미술활동으로 길러질 수 있다.

지금은 선생님이나 교과서로부터 수동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정답이 없어졌다. 과거에 답이었던 것이 더 이상은 답이 아니다. 새로운 답을 나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대이며 그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워킹맘을 예를 들어보자. 보통 워킹맘들은 아이에 대해 상시적인 죄책감을 갖고 있다. 그 죄책감의 내용이 단순히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지 못해서, 학원에서 집으로 라이딩을 못해줘서 미안해 할 것이 아니라, 5-6학년 나이가 되면 스스로 밥을 차려 먹을 줄 알고, 학교나 학원에서 스스로 집으로 찾아올 줄 아는 자립심이 있는 모습으로 ‘못 만들어 준’ 것에 대해 미안한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부모의 최종 미션은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부모 없이 살 수 있는 독립체,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다.

교사로서도 마찬가지다 교사로서 가장 좋은 답을 가르쳐 주지 못하는 것 또는 스스로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좌절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기본 자질이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이듯 미술시간에는 이런 ‘나만의 답을 찾는 훈련’이 작업상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창조활동, 바로 그 자체가 보다 나은 활동을 위한 새로운 통찰력과 지식을 제공해줄 수 있으며, 창조를 위한 가장 좋은 준비는 창조행위 그 자체인 것이다. 어린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끊임없이 창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미래의 창조활동을 위한 가장 훌륭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으면 달리면 된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으면 부르면 된다. 그게 기본이고 순리다. 요리를 잘하고 싶으면 요리를 하면 된다. 창조도 계속하면 창조를 잘 할 수 있게 된다.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쌓이면 능력이 안 생길 수가 없게 된다.

 

그동안 과학기술 같은 전문화된 특정분야의 급속한 발달로 물질적인 삶은 많이 향상되었지만,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욕구와 관련되는 가치들이 물질적인 것들로 변질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심층에 자리한 내면의 욕구를 무시하는 일련의 잘못된 가치체계를 초래했다.

많은 것들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응용하지 못하거나 내면 정서의 메마름으로 인해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자라느냐 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예술교육을 제대로 받았느냐 못받았느냐에 따라 거의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지각과 사고, 감정은 어떠한 창작과정에서든 동등하게 강조되는 것이며, 미술활동은 어린이의 지능과 정서 사이에 필요한 균형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대 사망률이 급속히 늘었다.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말세라고 여겨지는)모든 문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물질과 생명의 전도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들이다. 물질이 사람들을 장악하고 내면의 욕구를 무시하고 외면의 보상을 강조하는 행태가 지속되면서 잘못된 가치체계가 사람들을 좀 먹으면서 정서적 메마름과 가치 판단의 혼돈 등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게 됐다.

미술활동은 그 자체로 좌뇌 우뇌의 통합적 활동이고, 생각과 감정 등 내면의 가치에 대해서 계속 깨어있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미술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 때문이다. 공부는 하면 성적이 나오고, 일은 하면 돈을 벌지만 미술은 자기 내면적 만족 외에는 별다른 목표가 없다. 외면적 만족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술은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만족감과 충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거의 대표적인 작업이다.  

 

1-1. 창의성을 위한 미술의 중요성

학교교육에서 미술은 오랫동안 창의성을 높이는 활동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교과에서도 창의적인 사고력 육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창의성의 향상과 계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미술교육 프로그램이든 가장 중요한 목표가 창의적인 사고의 주체인 개인을 발달시키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미술이 모든 교과 중에서도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것은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술이란 정답이 없는 활동이고 선생님의 답이 아닌 다른 답을 내놓아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다른 교과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작업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어린이라도 ‘비창의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떤 어린이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잠재력이 내면에 간직되어 있다. 교사는 어린이가 복종과 불안정이란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창의적인’ 어린이도 없다. 다시 말해서 창의력이란 어떤 어린이에게나 이미 잠재되어 있는 것이며, 창의성을 보다 더 발달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는 신체를 건강하게 발달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학급에서나 정상아보다 영양이 부족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어린이들은 의사의 적절한 치료와 식이요법, 운동, 환경의 변화 등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영양소를 섭취하고 운동을 계속한다. 어떤 나이에서든 신체의 발달 정도가 다양하듯이, 창의적인 행동에도 교사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선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그린 복잡한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이 있다. 어떤 수준의 창의적인 활동에서든 어린이들의 현재 능력을 향상시켜 참된 창의적 성장에 보다 가깝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적 활동의 8가지 특성

1. 감수성 (sensitivity)

어떤 문제에 대한, 다른 사람의 태도와 느낌에 대한 그리고 생활경험에 대한 감수성이다.

2. 유창성 (fluency)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아이디어가 흘러 넘치고, 신속하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능력이다.

3. 융통성 (flexibility)

새로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거나 사고를 빠르게 전환시키는 능력이다.

4. 독창성 (originality)

전혀 새롭게 또는 색다르게 반응하는 사고 능력으로서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에 대한 반대개념이다. 즉 남들이 가진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능력이다.

5. 재정의(redefine) 재구성(reorganize)

아이디어를 재정리하고, 대상의 용도와 기능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보는 능력이다. 즉 알려져 있는 것을 새롭게, 그리고 남다른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기질이다.

6. 추상하는(abstract) 능력

어떤 문제에 내재한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거나 특정한 관계를 찾아내는 능력(각기 다른 것들로부터 공통점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다.

7. 종합하는(synthesize) 능력

각 부분들을 의미있는 방법으로 종합하는 능력이다. 하나하나 각자 떨어져 있을 때 의미가 없는 것을 모아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8. 조직하는(organize) 능력

조직하고 구성하는 능력은 의미있는 방법으로 서로를 결합시키는 능력이다. 만들기 입체조형을 할 때 기본적으로 쓰게 되는 능력이다.

 

이러한 특성들을 단순히 길러주는 것만으로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을 육성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특성들을 미술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꼭 고려해야할 요소들로 생각해야 한다(예: 이 프로그램은 독창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

 

이러한 능력은 대부분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에 속하며 이것은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대 개념이다.

수렴적 사고는 사고의 결과가 하나의 정확한 정답이 되거나 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대개 학교에서 강조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고방법은 모두 강조되어야 하며, 미술이 확산적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는 교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창의적 미술교육은 현교육체제에서 매우 중시되어야 한다. 창의적인 미술활동에서는 하나의 정확한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해결 가능성과 여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작품들은 모두 바람직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교육(art education)에서 말하는 기본 철학은 흔히 말하는 순수미술(fine art)에서의 기본 철학과는 분명히 다름을 미리 언급해두는 것이 좋겠다. 미술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창작이 인간 각자에게 미치는 자연스러운 효과지만 순수미술에서 강조하는 것은 완성작품의 미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1-2. 미술을 통한 교육에의 접근방법

학생의 창의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교사의 활동은 다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1. 교사 자신의 창의력과 감수성의 정도, 환경과 어느 정도 유연하게 관련되어 있는가

2. 교사가 학생의 수준에 적응시킬 수 있는 능력(아이들 각자 자신의 수준에 맞게 몰입하도록 하게 하는 ‘몰입조절능력’)

3.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들의 특성에 대한 교사의 이해와 지식(B급지식은 내머리에 있고 A급 지식은 책 안에 있다)

 

교사가 학급 전체에 동기를 부여할 때, 즉 어떤 특별한 경험이 학급 전원에게 동기로 부여될 때 어린이의 창의성이 억제되지 않을까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여기서 교사는 주제(subject matter)와 표현양식(mode of expression)을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어린이가 자신의 표현양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한 그들의 창의성도 계속 자유로운 상태에 있게 된다. 실제로 개별적으로 동기를 부여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실험연구로 밝혀져 있다.

즉 같은 주제로 작업을 하더라도 아이들의 표현양식이 다 달라서 독창적이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주제가 꼭 독창적일 필요는 없다. 재료가 독창적일 필요는 없다. 가장 독창적이어야 하는 것은 개인의 표현양식이다.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 각각 다른 주제로 각각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때로 불가능하다(두 명이 넘어가면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힘들다). 한가지 주제로 여럿이 각자 작업하는 경우 서로 나누면서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1-3. 미술을 통한 사고의 확장

어린이가 작업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어떤 것’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어떤 것’은 가끔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어린이 자신과 그 자신의 경험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어떤 어린이는 ‘어떤 것’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의미있는 경험과의 정서적 유대가 부족하거나 마음이 닫혀 있어서 그 주위만을 맴돌기 때문이다. 만약 어린이가 감각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면,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들의 마음이 닫혀 있어 판에 박은 듯이 행동한다면 그들에게 ‘사고의 폭(the frame of reference)’을 넓혀 줄 필요가 있다.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린이 각자의 개별적인 수준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그들의 발달단계와 발달수준으로부터 어린이의 사고와 느낌과 지각을 넓혀 나가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메리가 도화지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메리에게 크게 그리라고 요구하거나 종이 전체를 사용하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경험이 있는데 그것을 ‘떠올리지 못해서’ 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동기 부여 필요),아예 경험 자체가 없어서 떠올릴 수 조차 없는 경우(간접적인 경험의 제공)있다. 또한 아이들 각자의 ‘난이도’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는 비행기만 그려요”, “우리 아이는 총만 그려요”

이러한 말들은 부모나 교사에게서 끊임없이 듣게 된다. “이렇게 시시한 총들은 그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어린이가 보다 융통성 있게 되고 환경을 이해하는 데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이 말은 어린이가 반복적으로 그려서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빼앗게 될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같은 것을 계속 반복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밤중에 계속 짖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강아지가 계속 짖는다면 왜 그런지 돌아는 봐야 한다. 도둑이 들어서 짖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도둑이 들지도 않았고, 개가 왜 짖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추정해본다. 택배상자가 왔다거나 이웃이 지나갔다거나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확히 원인을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아이가 공룡만을 계속 그린다거나 같은 주제를 계속 그릴 경우 크게 두 가지 경우다. 같은 대상을 그려가며 승화해나가고 발전해나가는 반복일수도 있고, 병리적인 반복일 수도 있다. 고흐가 해바라기를 계속 그렸고 이중섭을 소를, 모딜리아니는 목이 긴 사람을 계속 그렸던 것도 발전적인 반복이었다. 어떤 주제를 반복해서 작업하면서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승화로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반복이 예술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것을 막는다면 아이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성장을 막는 것일 수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자동차에 대해 해박한 아이들은 자동차를 계속해서 그린다. 긍정적 반복의 증거로 작업에 ‘몰입’하고 ‘그림이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병리적인 반복은 똑같은 형태(디자인)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 다른 것 그리는 것이 너무 불안하거나 자신이 없는 것일 수 있다. (73페이지)더 나아가려 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머물러 안정감, 안전감을 느끼는 것이다. 강아지가 짖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강아지가 짖는다고 짖지마(똑 같은 거 그리지마)할 게 아니라 왜 짖는지, 아이에게 어떤 문제나 정서적 원인이 없는지를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정서적 문제가 해결되면 아이의 그림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그림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증상의 사인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주제를 반복해도 된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또 이에 대해 학부모와의 동맹을 맺은 상태에서도, 같은 대상 또는 같은 색상을 반복하는 것을 함부로 바꾸는 것이 아닌, 다양한 주제나 다양한 매체로의 ‘초대’정도는 할 수 있다. 대상의 경우 다른 대상과 접목을 할 수도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어린이가 흥미있어 하는 자신의 문제를 바꾸게 하여, 다른 재료로 다른 작업을 하게 하는 것은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작업으로 바꾸는 것은 어린이에게 좌절감만을 안겨줄 것이다. 만약 어린이가 비행기에만 집착하고 있다면 다른 재료로의 확장, 즉 평면 그리기에서 입체적 형태로 확장시킴으로써 비행기에 대한 그의 개념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재료(표현양식)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접근방법이 때로는 기존의 낡고 고정된 관념을 깨뜨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주제와 표현양식을 구별하라는 것을 이 부분에서 기억할 수 있다. 그리기에서 만들기로 평면에서 입체로 새로운 표현양식을 초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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