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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雜記

[미술치료]치료과정에서 의존성과 예술적개성의 통합의 성공/크레이머<치료로서의 미술>10장 엔젤의 사례-미술치료와 재능 있는 정서 장애 아동

by 돌냥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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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에서_
정서적 장애가 있지만 재능 있는 아동인 엔젤의 영감을 주는 미술치료 성공 스토리에 대해 탐구한다. 

지속적인 미술치료 과정이 어떻게 엔젤이 도전을 극복하고 정체서을 개발하고 성공적인 삶을 구축해가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 알아본다.
엔젤의 사례를 통하여 각 아동들의 독특한 요구를 해결하고, 회복력을 기르고, 장기적 발달에 기여하는 미술치료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조명해 본다.

 

 

 

10장 엔젤의 사례-미술치료와 재능 있는 정서 장애 아동

 

 

재능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정서적 장애가 심각한 아동과 작업을 할 때에, 아동의 장애와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함에 따라 아동이 겪을 어려움에 대한 염려로 작업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동이 살고 있는 조건은 이상적이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어서 아동의 재능이 치료적 환경 밖에서는 시들어버릴 때가 많다.

 

엔젤은 네 살하고 삼 개월이었을 때 병원에 오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말하기를 멈추고 모국어인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 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외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으며, TV를 끊임없이 보고,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열여섯 나이에 엔젤을 낳은 엄마는 너무 미성숙했고 엔젤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엔젤의 삶은 언제나 혼돈 자체였다. 어머니, 할머니, 계부, 친척들 모두 고의적 잔인성이 보이진 않았지만 엔젤의 감정과 필요에 대해 무관심했다. 엔젤은 환상의 세계로 철회(withdrawal)하였고, 매우 혼란스러운 정체감을 가지며, 삶을 위험한 것으로 여겼다. 엔젤은 지능 검사에서 몇 가지 영역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얻으며 정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잠재적 지능이 높다고 간주되었다. 로르샤흐 검사(Rorschach)와 주제 통각 검사(TAT, Thematic Apperception Tests)결과,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란?

로르샤흐 잉크반점 테스트(Rorschach inkblot test)라고도 알려진 로르샤흐 테스트는 근본적인 사고 장애를 측정하고 정신병적 사고와 비정신병적 사고를 구별하기 위해 고안된 심리적 투사 검사다. 이는 20세기 초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헤르만 로르샤흐(Hermann Rorschach)가 개발되었다.

테스트는 카드에 인쇄된 일련의 잉크 얼룩(보통 총 10개)으로 구성되며, 잉크로 종이 한 장을 접어 대칭적인 추상 패턴을 만든다. 테스트 중 한 사람에게 이러한 잉크 얼룩을 한 번에 하나씩 보여주고 각각의 잉크 얼룩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는 무엇을 생각나게 하는지 설명하도록 요청한다. 시험관은 참가자의 인식을 자세히 탐구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인식을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로르샤흐 테스트의 기본 아이디어는 응답이 개인의 성격, 사고 과정 및 정서적 기능의 측면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는 응답의 내용, 스타일 및 기타 요인을 분석하여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기능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이 검사가 '프로젝티브'라고 불리는 이유는, 객관적인 심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무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 생각, 경험 등을 '투영(투사)'하는 방식을 관찰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무의식적인 마음의 상태나 감정, 생각의 패턴 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로르샤흐 테스트는 신뢰성과 타당성, 해석 방법 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이 테스트를 과학적인 도구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검사 결과가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에 크게 의존하므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로르샤흐 검사는 한때 널리 사용되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 인기가 떨어져 오늘날 임상에서는 그다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성격과 정신 건강의 다양한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타당성이 확립된 다른 표준화된 심리 검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주제 인식 테스트 (Thematic Apperception Test, TAT)란?

헨리 마레이와 그의 동료 크리스티아나 D. 모건이 1930년대에 개발한 프로젝티브 심리검사로, 근본적인 생각 패턴, 동기 및 태도를 알아내기 위해 고안되었다.

TAT는 개인에게 일련의 모호한 사진을 제시하고, 각 사진에서 발생하는 일을 설명하거나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검사는 일반적으로 30장의 그림 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검사자는 10장 정도를 선택하여 테스트에 사용한다. 

각 카드는 다양한 사람들, 물체,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검사자는 각 카드를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때 이야기의 주인공, 그들이 겪는 상황, 그들의 생각과 감정, 이야기의 결과 등을 포함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미지에 반응하여 생성하는' 이야기 또는 내러티브는 그들의 무의식적인 생각과 감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믿어진다. 검사의 목적은 이런 이야기 속에 투영된 개인의 무의식적 욕구, 감정, 성격, 경험 등을 파악하여 내부 세계의 측면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검사 역시 로르샤흐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결과의 해석이 검사자의 주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엔젤은 입원 몇 개월 후부터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였고 그리기는 그가 가장 즐겨하는 활동이 되었다. 제일 좋아하는 주제는 슈퍼맨, 뽀빠이, TV와 만화책 주인공들이었다. 그의 마음은 온통 슈퍼맨과 영웅들에 빠져 있었다. 아동들은 일주일에 두 번, 3~4명씩 집단치료를 받았다. 각 회기는 한 시간 혹은 한 시간 반씩 진행되었다. 우리는 점토, 크레용, 파스텔, 템페라 물감, 종이, 가위 등을 사용하였다. 엔젤은 병동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였으며 끊임없이 그렸다. 그림은 엔젤이 선호하는 ‘방어 방법’으로 느껴졌다. 엔젤이 화가 났을 때 그림은 더욱 강박적이 되었고, 그가 편안해지면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고 병동에서의 활동이나 학교생활에 참여하곤 하였다.

 

이 시기에 이르자 엔젤은 슈퍼맨 망토 입는 것을 그만두었다. 직접적 분장 대신 슈퍼맨을 그리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강박적으로 그리기는 하지만 엔젤의 그림 그리기는 변화를 가져오는 한 방법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엔젤은 그림을 대신 그려달라고 하지도 특정한 문제를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으며 예외적인 요청으로서, 오직 자기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하였다. 나는 머리카락과 옷차림새 등 자세한 부분을 생략한 채, 그의 자세를 가볍게 스케치해 주었다(제3의 손). 그러면 엔젤은 그 스케치를 타잔, 헤라클레스, 후에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로 바꾸어 그렸다. 이 과정에서 엔젤은 내가 그린 옅은 선들을 진한 크레용선으로 덮어 그렸다. 일단 엔젤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나면, 회기의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그림을 그리곤 하였다.

 

그렇게 잘 그리면서도 자기자신을 그리는 데 나(크레이머)의 도움이 필요한지 묻자 엔젤은 “나는 내 자신을 볼 수 없으니까요” 대답했다. 일곱 살 또래 아동 대부분은 어떤 대상을 그릴 때 직접 관찰하여 그리지 않는다. 그들은 각 사물에 해당하는 도식적 형태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 조금씩만 변형해 그릴 뿐이다. 엔젤은 자기 존재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나의 스케치가 필요한 것 같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나는 엔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을 통해 그의 망상적인 세계를 지원했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 보면 나의 참여(제3의 손)때문에 엔젤의 영웅 그림은 실제 자신이 드러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의존성은 아동의 예술적 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지만 엔젤은 자신의 예술적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나의 도움을 통합할 수 있었다. 나의 현실감있는 스케치로 그의 환상적 세계에 현실감을 주려는 그의 필요는, 엔젤 스스로 현실을 관찰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는 친구들을 다양한 영웅들의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친구들을 관찰하여 ‘진짜 그들의 특징’과 모습을 그림 속에 그려 넣었다. 관찰력의 성장과 현실성의 표현은 점차 엔젤이 환상의 세계로부터 빠져나오는데 유용한 독립적인 기술이 되었다.

 

그는 신체를 불균형하게 그리는 경향이 있었다. 어깨는 커다랗고 몸통은 점점 가늘어져서 다리는 약하게 그렸는데 이는 그의 현실적 상황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상 그는 가족에게 버려진 셈이었다(가족들은 문병을 거의 오지 않았다). 그는 잊혀진 존재였기 때문에 안정감 있게 발을 딛고 서 있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내 그림을 이용하면서부터 그의 그림 속 발은 적당한 크기로 땅에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었다.

 

엔젤이 영웅이라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그에게 있어서 아동기의 무기력함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빠른 표현 방식인 오직 선으로 그리는 그림(drawing)만이 엔젤의 선호하는 그림 양식이 된 것을 논리적으로 보인다. 빠르면서도 동시에 반복하길 원하는 욕구는 지루한 되풀이, 상징적으로 빠른 표현 등으로 인해 상투적이거나 정형화된 형태로 변질되기 쉽다. 그러나 엔젤의 경우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엔젤의 강박적 욕구가 주는 기쁨으로 인해 빠르면서도 더 현실감이 있는 연필 선 표현은 믿기 어려울 만큼 예술적 기교의 발달이 이루어졌다.

 

엔젤은 일곱 살이었지만, 그림그리는 스타일은 도식기(schematic)를 뛰어넘어 아주 잘 그리는 열두살 정도 수준이었다. 비록 이런 성장은 엔젤의 병리학적 욕구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그 결과로 얻은 기술은 자율성을 갖게 했다. 엔젤은 강박관념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기가 가진 능력을 보고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을 그림 그리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엔젤이 여섯 살이 되어 정신과에서 실시한 검사는 그가 네 살이었을 때 검사 결과와 비교하면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 자폐적 증상, 폭력성 등이 모두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무기력하고 방임된 아동이었지만, 뛰어난 재능을 통해 그가 가진 장애와 그의 주변에 있는 어른들을 능가할 수 있었다.

 

엔젤이 일곱살이 되어 상태가 양호해져서 병원이 아닌 가톨릭 기관으로 가게 되었다. 그는 이전처럼 싸움을 걸지 않았으며 직원과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엔젤은 자신에 관한 실제적 이야기를 그렸지만, 대부분은 초인적 능력을 가진 사람-기독교 성화(예수의 사탄의 유혹 거절)나 그리스 신화(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오디세우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렸다. 엔젤은 육체적 힘이 강한 것을 남성다움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엔젤은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그가 세운 남성다운 목표는 성취하기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엔젤의 그림 속 영웅으로 상징되는 남성다움은 비록 속이 빈 인위적인 것이었지만 그의 미술적 재능을 꽃피우게 했고 그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다. 그는 현실을 인지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데 이러한 재능을 발전시켰다.

 

엔젤이 열살이 되던 해, 그는 ‘자신의 일대기’를 그리고 싶다고 하였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불러주며 받아적게 하였고 거기에 그림을 그렸다. 모든 과정은 엔젤의 발달에 중요한 진보가 되었다. 그의 책을 완성하는 것을 돕는 것은 매우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책의 표지에서 엔젤이 높이 다이빙한 후 뛰어내리는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엔젤이 물을 정복한 것은 일대기의 주요한 성공담이다. 엔젤이 수영하고 다이빙하는 것을 배웠을 때 그가 환상 속에서 원하던 ‘하늘을 나는 능력’을 어느 정도 충족하게 되었던 것이다(현실에서 변하면 그림이 변하고, 그림이 변하면 현실에서 변한다). 엔젤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그려내었다.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진짜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엔젤의 자서전은 ‘아동의 특별한 욕구’에 맞추어 치료가 ‘지속’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서전은 치료적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고 팀워크의 필요성도 보여준다. 그 중 특히 미술치료가 어떻게 정체성 형성을 도울 수 있고, 과거 현재 미래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관에서 오래 산 아동들은 상담가, 사회복지사, 교사, 치료사 등 사람들이 자주 바뀌는 것으로 고통받는다. 비록 그들이 유능하고 적합한 사람들일지라도 자주 바뀌면 아동들은 지속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가 없다. 아주 튼튼한 관계를 맺을 지라도 아동들은 애착(attachment)에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끝이 있으며 결국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동은 냉담해지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아동은 관계를 피상적으로 맺고, 시간이 지나다보면 아무리 친절하고 잘 훈련된 사람들이 그들을 돌본다고 해도 기관에서 성장하는 많은 아동들은 ‘마음이 텅 빈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이러한 조건(관련 종사자들이 자주 바뀌게 되는)은 아동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와 치료사의 전문적인 열의와 공감 능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치료사까지 속이 빈 껍데기가 되는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엔젤의 사례는 일반적으로 비극적 이야기를 대면해야만 하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어려운 치료사들에게도 격려가 되는 경험이다. 단지 엔젤의 뛰어난 재능 때문에 엔젤의 예화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 기관에서 받았던 도움이 다른 기관에서는 제공되기가 힘들기 때문에 엔젤 같은 경우가 드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비극이다.

 

엔젤은 해군에 입대했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는 결혼하여 성장한 딸과 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었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업무 중에도 미술재료를 지니고 다녔다. 세월이 흘러 곧 해군을 은퇴하는 그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그림 그리는 데 투자하고 있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재능은 녹슬지 않았으며 관계를 묘사하는 능력은 향상되었다.

 

 

 

요약:

이 글은 심각한 정서적 장애를 가진 재능 있는 아이인 엔젤의 경우 미술치료의 변화하는 힘을 강조한다.

혼란스러운 양육으로 인해 처음에는 의사소통과 이해의 어려움에 직면했던 엔젤은 미술치료에서 위안을 찾았다.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환상을 표현했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했으며, 믿을 수 없는 예술적 기술을 개발했다.

격동의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엔젤의 예술적 여정은 그가 무기력하고 소외된 상태에서 해군에서 충실한 경력을 가진 성공한 개인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글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데 있어 지속적인 미술치료, 치료적 관계 유지 및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엔젤의 사례는 아이들의 정서적 장애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술치료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부모들에게 고무적인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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