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에서는: 동물 행동, 정신 분석 이론 및 미술 치료 개념의 매혹적인 교차점을 발견하세요. 영토 인식, 범주화 인식, 초자연적 대상, 지각 인식과 관련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미술 치료의 역할과 같은 주제를 탐구합니다. 실제 사례와 실제 적용을 통해 설명된 지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치료 중재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얻으세요.
완전히 새로운 것도 없고 기존의 사실이 변하지도 않지만 동물행동학에서 나온 개념이 정신분석 이론과 만나면서 미술치료와 관련해서도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각에 반응하는 두 가지 정반대의 대립 방식을 구별하고자 한다. 첫째는 자신의 영역과 다니는 길을 인식하는 영역 지각(territorial perception)이고, 둘째는 두드러진 특징을 알아보고 대상의 종류를 구별하는 범주화 지각(the perception of categories)(카테고리 지각/ 대상구분지각)이다. 나는 동물이 특정 영역에 애착을 가지는 것이 영역 지각과 관련되어 있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영역 지각은 동물이 생김새를 보고 자신의 동료인지 아닌지를 단순하고 쉽게 구별하는 지각과는 뚜렷하게 다른 것이다. 대상을 범주화하는 지각은 사회적 동물들 안에서 신호 체계(signal system)의 진화와 분명한 신호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영역지각-후천적 기억과 인식
범주화지각- 선천적 반응기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이라면 어떤 동물이든지 자신의 영역과 다니는 길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후천적인 학습(영역 지각)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다.
범주화 지각은 선천적인 기제다. 생명체는 영역과 개체뿐 아니라 음식(먹을 수 있는 음식/ 없는 음식), 미래의 배우자감, 경쟁자, 적 또는 기후변화와 같은 수많은 환경 요소에도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유기체는 이러한 구분을 인식하도록 하는 학습에 항상 의존할 수는 없으며, 반응은 시도와 오류에 의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은 개별적으로 학습한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세대에 걸쳐 필수적인 특성만 골라서 축적된 각 종의 기억에 의존한다.
실험에 의하면 지각 시스템은 어떠한 사건도 걸려낼 수 있으며 각 구분에 따라 정의되는 성질에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맹금의 먹이가 되는 작은 새는 넓은 날개, 짧은 목을 가진 새와 유사한 대상을 적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작은 새들은 즉각적으로 숨을 곳을 찾는다. 이것은 마분지로 만든 실험용 가짜 새를 걸어놓아도 실제 독수리나 대머리 수리를 만났을 때와 같은 반응이 나타나며 모양이 단순하고 명백할수록 더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이로써 지각과 반응은 모두 본능적인 것으로 보인다.
카테고리 (범주화)지각은 쉽게 말하면 졸라맨 같은 그림을 보고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어린 아이는 배우기 전에 뱀, 바퀴벌레가 무섭거나 징그럽다는 사실을 이미 안다.
슈퍼노멀 오브젝트(supernormal objects)
동식물 연구가들은 동물들이 단순한 특성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대상의 특성을 강조한 모조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동물들로부터 집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러한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용 사물은 '슈퍼노멀 오브젝트'라고 부른다. (예: 유튜브 영상 검색 '헝겊원숭이 철사원숭이' )단순화된 형태일 수록 이러한 결과가 더 잘 드러난다.
기생하는 동물은 원 주인이 갖고 있는 자연적인 신호를 보다 크고 선명하고 매력적으로 최적화(원대상의 특징을 극대화)하여 부당하게 이용한다. 기생 뻐꾸기의 전략은 좋은 예다. 어미새는 대개 새끼들의 부리가 벌어진 것을 보고 먹이를 준다. 둥지 안의 기생 동물인 뻐꾸기는 매우 크고 알록달록한 부리를 가지고 있다. 뻐꾸기가 부리를 벌리면 어미 새들은 실제 자신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보다 뻐꾸기에게 더 열심히 먹이를 주게 된다.
로렌츠는 산업단지 가까이 서식하는 새들이 어떻게 작은 가지 대신 전선 조각으로 둥지를 짓는지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실제 나뭇가지보다 인공의 단단하고 곧은 가지 같은 사물이 둥지를 짓는데 더 편리하여 새들은 전선조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만 전선으로 만든 둥지는 겨울에 매우 춥다. 모든 슈퍼노멀 오브젝트, 즉 자연이 가진 특성을 보다 강조한 대상들에 있어 공통점은 '유혹적인 힘'이다. 이러한 유혹의 힘은 동물을 흥분시켜 정해진 일련의 행동방식에서 벗어나게 해 막가든 지점까지 몰고 간다. 로렌츠는 슈퍼노멀 오브젝트가 자극하는 이런 탐욕적 욕구가 악습 또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요안나: 바나나보다 더 바나나향 같은 향, 딸기보다 더 딸기향이 나는 향, 소고기맛이 나게 하는 인공 육수, 여성의 신체 중 가슴이나 힙 부분만 강조한 포르노 용품, 종이신문이 아닌 인터넷 신문 그리고 헤드라인만 짜깁기해 보여주는 카톡 기사..
이렇듯 원하는 지점만 자극하는 것에 인간이 본능적 원초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 동물이 경제적으로 반응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일단 한 번 편하게 길들여지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혹'하게 만드는 것이 슈퍼노멀 오브젝트의 특징인데 그것에 '혹' 당했을 때의 결과는, '전선으로 만든 둥지는 겨울에 매우 춥다'이다.
슈퍼노멀 오브젝트처럼 대상이 가지는 특성만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예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미술 작품보다 광고나 포르노그래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포르노그래피에서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에서는 성적 특징인 가슴과 엉덩이가 과장되어 실제로 이런 여성이 존재한다면 성적욕망보다는 혐오감을 조장한다. 졸라맨 이미지도 자신이 의도하고 원한 작가적 성향이냐, 아니면 편의에 의한 슈퍼노멀 오브젝트 개념에 의한 그림인지도 유념해 보아야 한다.
[참고]
헝겊원숭이와 철사원숭이?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가 실시한 유명한 원숭이 실험이다.이 실험은 모성 박탈이 새끼 원숭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에는 두 가지 유형의 대리모-철사 원숭이어미와 헝겊 원숭이어미가 사용됐다.
철사 원숭이: 이 대리모는 철사로 만들어져 새끼 원숭이에게 먹이(병)를 준다. 철사 어미는 생계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편안함과 따뜻함이 부족하다.
헝겊 원숭이: 이 대리모는 부드러운 천으로 제작되어 편안함과 따뜻함을 준다.단, 헝겊어미는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는다.
새끼 원숭이들은 생물학적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철사 엄마 또는 헝겊 엄마 둘 중 하나에 의해 양육되도록 무작위로 배정되었다.
실험 결과, 새끼 원숭이들은 철사 엄마가 영양분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함과 따뜻함을 추구했으며 헝겊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들은 배가 고플 때만 철사 어미에게 갔으며, 그들의 주된 애착은 헝겊 어미에게 있었다.
이러한 발견의 중요성은 애착과 모성 유대감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에 도전했다. Harlow의 연구는 영장류의 초기 발달에서 '정서적 편안함'과 '접촉적 편안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유아가 단순히 음식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하고 '감정적으로 편안한' 애착 대상에 대한 선천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약하자면, Harlow의 원숭이 실험 결과는 감정적, 육체적 '편안함이 강한 애착 형성에 중요한 요소'이며, 양육하고 지지하는 환경이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건강한 발달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이 실험은 애착 이론에 대한 이해와 초기 발달에서 돌봄의 중요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사회적 미소
생후 약3~6개월 된 유아는 자신에게 몸을 굽혀 쳐다보는 모든 사람에게 미소짓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윗부분에 두개(또는 그 이상)의 점(눈)이 찍힌 커다란 마분지를 아이 얼굴 위에 놓고 움직이면 유아가 생기발랄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렌스(Ahrens)는 점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점이 6개인 경우에 가장 두드러진 반응을 이끌어냈다. 따라서 만다라의 보편적 상징적 매력은 엄마 가슴의 둥근 형태와 얼굴의 둥근 형태에서 그 힘을 얻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미술과 과도기적 대상
인간 얼굴에 대한 본래의 관심과 즐거움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유아의 엄마에 대한 선호도는 엄마 대신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을 때 부정적이고 때로는 격렬하기까지 한 반응을 나타내는 생후 약8개월에 절정을 이룬다. 디행히 엄마에 대한 갈망이 증가하면서 엄마의 부재를 견딜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생후 15개월쯤 되면 유아는 과도기적 대상 또는 현상을 '발명' 부재중인 엄마와의 연결을 유지한다(곰인형, 애착담요,엄마 목걸이 등).
대상을 통한 위로의 힘은 모든 중요 대상이 실제로 있어야만 발휘되기에 대상을 잃어버리거나 대상에 손을 대지 못하게 되는 경우 유아는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연상을 할 수 있게 되면, 과도기적 대상은 지금 없는 사람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시각예술에서의 도식적 표현과 개성적 표현
우리는 모든 미술작품에서 개요적이고 질서있는 원리이자 골격과 구조를 제공하는 스타일인 도식(schema)를 만나게 된다. 개성적인 표현은 도식에 생기와 흥미를 불어넣는다. 도식적인 표현과 개성적인 표현의 비율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이중성은 어떤 미술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불교 선종의 잘 알려진 그림인 '여섯개의 감'에서 볼 수 있는 도식적 표현과 개성적 표현의 균형을 추상적 요소와 묘사적 요소의 상호작용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고딕 성당 건축의 중심 요소인 웅장한 장미창은 추상적인 범주화 요소와 추상적이면서도 표현적, 영역적인 요소 사이의 균형을 보여준다. 장미창의 만다라 모양은 중심력과 고요의 힘을 발휘한다.
미술은 도식적인 표현과 개성적인 표현이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쇠퇴한다. 이집트 26대 왕조 시대 미술 또는 로마 제국 시대의 조각상(roman empire sculptures)과 같이, 도식적 요소가 지나치게 나타나면 미술에 있어서 생기가 사라진다. 반면에 미술에서 구조와 형태의 조화가 깨어진 상태에서 지나치게 감성만이 표현된다면, 후기 바로크 미술이나 19세기 풍속화 혹은 노만 록웰(Norman Rockwell)이 그린 달력용 그림처럼 과한 감성으로 해체될 수도 있다.
우리는 미술이 고대 메카니즘에서 파생된 영역 지각과 범주화 지각 모두가 활발히 살아있는 상징적 세계를 구성한다고 말할 수 있다. 범주화하는 방식으로 얻어진 스타일적인 요소는 미술의 골격과 구조를 구성한다. 영역적인 요소는 생기, 따스함, 개성을 준다.
요안나: 과거 장애가 있는 아동을 가르치면서 나의 수업 효과에 대해 스스로 탐탁치 못해하고 고민이 많았던 시간이 있었다. 크레이머를 공부하고 ETC를 공부하며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범주화 지각은 타고난 부분(선천적), 영역지각은 학습된 부분(후천적)이다. 난화기 도식기 사실기 모두 각 기간에 수준에 맞추어 충분한 시간 동안 그려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도식기를 더 아트하게 보낼 수 있을까? 도식적인 그림이 너무 뻔하고 예술성이 없어서 그림이 늘지 않는다는 등 어머니들의 재촉에 서둘러 사실기로 넘어가게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늘 사실적인 그림만 그려서는 재미가 없다. 도식기 아이들은 아는 것을 그린다. 책상은 네모다. 그리고 다리가 네 개다. 아는 것 또는 보이는 것을 그린다. 모르는 것은 그릴 수가 없다. 미술실력과 상관 없다. 사자 기린 소방차 경찰차 등 아는 것을 그리는 도식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에도 얼마든지 개성이 있을 수 있다. 아이의 그림 상태를 보고 범주화 쪽으로 갈지 아니면 영역 쪽으로 가까이 할지를 결정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컵을 그린다고 가정할 때 동그란 입구, 하트모양 입구, 삼각형 입구, 여러가지 하고 싶은 형태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손잡이 형태, 무늬 유무, 받침 모양 등 다양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난화기도 너무 난화적이라면 약간 도식기로 당길 수 있고 도식기도 지나치게 도식기적이라면 사실기로 살짝 당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작품에서 많이 표현되는 주제를 다시 한번 체크해보고 대상의 본질의 뭔지(강아지, 집, 잠자리, 뱀..)알아보고 지식을 알려주고 차근차근 그리다보면 아주 다양한 그림들이 나올 수 있다. 룰을 잘 안지키는 영역지각에 치우쳐있는 아이라면 범주화 지각으로 가줘야 치료가 되는 것이다. 좀 더 형태가 나오고 도식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반대의 경우로 지나치게 집단적이고 뻔한 그림이라면 개성적인 영역지각으로 가줘야 발란스가 맞는다. 정말 산만하고 룰을 못지키는 아이에게 계속 놀이미술을 하게 놔두는 것이 문제다 점점 형태가 있는 그림으로 가줘야 되는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의도로 지속한다면 증상 또한 유지되어 개선이 어렵다.
대부분의 문제는 구조와 질서가 무너져서 문제거나, 아니면 개성이 억압되어 표현이 안되서 문제거나 거의 양 극단 중 어딘가에 있다. 치료나 양육에 있어서 영역지각과 범주화지각을 이해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영역과 범주화 스펙트럼은 초자아와 본능 사이의 괴리와 유사하다. 구조와 틀을 강조, 규칙, 질서, 집단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 초자아라면 그리고 자신의 원함대로 하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 사이에서의 '자아의 역할'- 초자아와 본능을 잘 통합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도식적인 표현과 개성적인 표현의 중간에서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과 상징적 의미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예시: 여섯개의 감 이미지, 장미창) 이 조화의 중앙이 창조적이면서 예술적인 지점이고, 심리치료에 있어서 밸런스의 지점 건강해지는 지점이고 건강해지는 지점이다. 예술성이 높아질수록 도식과 개성의 밸런스를 찾아가게 되고 일상에서도 초자아와 본능의 조화를 습득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미술치료와의 관계
영역지각과 범주화지각에 대한 통찰력이 문제를 가진 사람의 그림을 이해히고, 미술치료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지적 장애 청소년이 존(John)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수년간 그가 습관적으로 갖고 다니는 매직마커만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언제나 한가지 색으로 촘촘한 그물같은 선으로 채웠다. 기념비적인 어느날, 헨리라는 미술치료사가 직경 약8인치의 빳빳한 종이 동그라미를 잘라내 존에게 주었다. 존이 그것을 갖고 있다가 다른 미술치료사와 그림을 그릴 때 그 동그라미를 꺼내냈고 파란색과 빨간색 마커로 야구공을 그렸다. 색을 하나를 더 썼고 그림 전체를 그물로 채우지 않았다. 이 때부터 여백이 나타났고 그림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 말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 그림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존의 이야기는 미술에서 정신적 기능이 심하게 제한되어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영역과 범주화 특성이 함께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