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에서는_
이디스 크레이머와 보조 미술치료사 제인 필드가 개척한 세 가지 매체 미술치료 평가 회기가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가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미술치료사들이 체계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배운다. 연필, 물감, 점토 재료가 작업 중 무의식의 독특한 측면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미술 매체의 심리적 영향을 탐구하고 관계 형성을 강화하며 아동 발달을 이해하는 유용한 팁을 얻는다.
미술치료의 실제 현장에서, 진단적인 평가와 치료적인 노력은 결코 분리될 수가 없다. 만약 아동이 본격적인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특별하게 고안된 미술치료 회기에 참가한다면,미술치료사에게 다양한 과업들이 촉진된다는 것을 아동들과의 작업에서 알게 되었다.
특별히 고안된 미술치료 회기 절차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소아정신과의 후원으로 이디스 크레이머와 보조미술치료사 제인 필드에 의해 주창되었다.
평가 회기는 평소에 우리가 아동들과 작업하는 것과 같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작업 조건은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되며, 단일 회기 내에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동은 연필, 템페라 물감, 점토를 가지고 작업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각기 다른 세 가지 매체는 특정한 유형의 행동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각 매체에 대한 아동의 반응은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는 네 살부터 열다섯 살에 이르는 아동들과 이 방법을 성공적으로 사용하여 왔다.
원칙적으로 이 절차는 미술 재료를 조작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개인과, 충분하게 용감하거나 아이 같거나 또는 양쪽 모두에 해당되어서 재료들을 다양하게 조작하는 기회를 환영하는 개인에게 적합하다. 이 방법은 첫 번째 회기에서부터 템페라 물감이나 점토로 작업하도록 강요당한다고 느끼는 성인이나 청소년에게는 추천할 만하지 않다.
이 평가는 일반적인 미술치료 회기의 평가와는 다르다. 아동은 세 가지 가능한 미술 재료를 ‘모두 사용하도록’ 지시받는다. 미술치료사는 수동적인 관찰자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며, 아동에게서 가능하면 많은 것을 찾아내려고 몸을 구부린 조사관으로서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아동은 그들의 가족을 그리라고 요구받지 않는다. 가족을 그리라는 요구는 가족관계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아동에게는 매우 곤란하게 느껴진다. 미술치료 회기에서와 같이 미술치료 평가 회기에서도 미술치료사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고, 사람들을 돕고 끼어들거나 간섭하지 않지만, 전문적인 조언과 격려 그리고 아동들의 생산적인 작업에 필요한 어떤 것이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태도는 미술적 창조 과정과 일치한다. 우리가 아동의 심리 검사를 의뢰할 때, 검사자는 필요한 일반적인 격려 정도만 개입한다. 그것보다 더 개입한다면 검사 결과를 왜곡하게 될 것이다. 왜곡된 검사는 타당성이 없다. 또한 이러한 검사는 실패감을 줄 수 있다. 심지어 가장 영리한 사람조차 대답할 수 없는 질문도 있고 시간제한 때문에 제대로 끝낼 수 없는 과제들도 주어진다. 아동을 관찰 할 때 거기에는 성공이나 실패가 없고 즉각적 만족을 줄 수 있는 어떠한 결과물도 없다.
평가는 정규 미술치료 회기가 시작하기 전에 열려야만 한다. 각 아동을 개별적으로 면담해야 한다. 최소한 한 시간 정도가 평가 회기에 할당되어야 한다. 한 시간 반 정도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다른 아동의 작품은 시야에서 치워두어야 하고, 아동이 치료실에 들어온 후에 아동이 원한다면 치료실을 탐색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동은 미리 준비된 부드러운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레터사이즈(21.59cmX27.94cm *하단 요안나설명 참조)흰 도화지 묶음으로 그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도록 요구받는다. 그보다 종이의 크기가 커지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얇은 연필로 더 큰 종이에 그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동은 연필로 그리기를 마친 후, 물감이나 점토를 선택하도록 요구 받는다. 연필 그림을 포함하여 다른 두 가지 재료를 모두 사용하도록 격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재료를 가지고 그리더라도 아동이 깊게 작업에 열중해 있다면 재료를 바꾸도록 간섭해서는 안 된다.
포스터 물감은 색을 혼합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하게 다른 색과 섞이지 않도록 얼음을 얼리는 그릇과 같이 칸이 나누어져 있는 그릇에 준비되어야 한다. 검정, 빨강, 주황, 군청, 청록, 보라는 한 칸씩, 노란색과 흰색은 두 칸씩 제공되어야 한다. 혼색을 위해서 깨끗한 팔레트가 제공되어야 한다. 흰색을 포함한 모든 색깔이 회색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므로 도화지의 색은 회색이 좋다. 물감이 떨어지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채워준다. 아동이 재료가 충분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점토 작업을 위해서 점토와 간단한 조소용 도구들이 필요하다. 점토를 반죽하기 위한 그릇과 물을 담을 그릇 또한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선으로 그린 그림은 지적으로 조절된 표현과 함께 상상적 혹은 사실적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림물감은 정서와 분위기가 있는 표현을 자극한다. 이것은 아동의 창조 작업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절되지 않는 정서 때문에 자아가 넘쳐남으로써 방어기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 점토는 구강기, 항문기, 성기기 혹은 생식기적인 성격을 가진 놀이적인 행동으로 퇴행을 유도한다.
요안나:
8장 내용은 내가 경험한 미술치료작업 중에 첫 회기에 하기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다.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한 첫번째 작업은 이렇게 하면 내담자에 대한 이해와 내담자와의 라포 형성 등이 보다 순조로울 수 있다. ETC 이론을 적용할 때도 첫 날 수업에 이 프로그램을 따르면 작업에서 내담자의 상태를 파악하기에 매우 용이해 이후 ETC원칙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할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가지 매체작업은 일반 임상심리학자들이 실시하는 진단검사와는 상이하다. 예를 들어 임상심리학자들은 아동의 작업을 돕지 않는다. 지능검사나 HTP 모두 마찬가지로 아동으로 하여금 작업을 하도록 하고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한다. 반면 세 가지 매체작업은 아동이 하는 과정을 도울 수 있고 검사보다는 평소 수업처럼 작업하는 느낌에 가깝다.
연필, 템페라, 점토는 앞으로의 미술치료 작업 재료 전체를 대표하는 재료들이다. 각 라인드로잉, 컬러링, 입체를 위한 클레이 매체로 상징성을 띄는 재료들로서, 아이들은 미술치료를 하며 이 세가지 중 적어도 한가지 재료에는 흥미를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나이로 보통 다섯살부터 작업을 시작하게 되며 어른이라도 아이같거나 용감하거나 다양한 재료가 가능한 경우라면 제약이 없다. 본문 내용대로 성인이나 중고등학교 청소년 경우 첫 회부터 템페라 물감이나 점토를 사용한다면 다소 겁이 날 수 있다(유치부~초6 등 아이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심리적 불쾌감이 없고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준비한 재료를 알려주고 불편한 재료가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쓰도록 해도 좋다.
미술치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에게 대개 가정의 문제가 있다. 가족을 그리라고 하면 곤란해하거나 당황해하거나 속상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HTP검사에서 이미 가족을 그렸는데 또 그리라고 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평가 회기는 각 아동의 1:1개별 면담이 가장 정확해서 좋긴 하지만 HTP검사와 마찬가지로 교육현장의 상황에 따라 정 여의치않을 경우엔 선택과 집중을 하여 집단검사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가 이상적이며 아이가 처음 치료실 방문 후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좀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본문에 제시된 종이 치수는 A4용지 사이즈가 맞지만 이렇게 되면 보통 복사용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16절지 도화지로 수정했다.
연필 그리기를 마친 후 아동은 물감 또는 점토를 선택하도록 요구 받는다. 둘 다가 둘 중 하나 선택인데, 이것을 통해 아동의 선호와 흥미를 알 수 있다. 또한 아이 스스로 선택을 함으로써 더욱 동기유발이 된다. 아이가 연필 재료를 쓰면서 결국 세 가지 매체를 다 쓸 수 있도록 격려를 해야 한다. 빨주노토파보검흰으로 외우고 노랑 흰칸은 두 칸씩 준비한다. 노랑과 흰색 경우 다른 색과 혼색하며 많이 쓰이는 컬러들이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한다.
물티슈나 따듯한 물이 담긴 대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양동이 두 개를 준비해서 하나는 스폰지를 띄우고 핸드워시를 풀어놓아 손을 충분히 씻고 털고 마지막으로 헹구고 해서 교실을 나가게 하면 작업 중 오염된 손으로 복도나 주변환경 오염도 예방할 수 있다. 아니면 가벼운 물티슈를 준비해도 좋다. 수도시설이 가까이 있다면 핸드로션을 준비해 발라주면 좋은 향과 스킨십으로 친밀감 형성에도 좋다.
점토작업은 마분지(16절지)위에서 하면 다 끝내고 바닥에서 하는 것보다 작품이 잘 떨어져서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 검은 마분지 하나를 더 준비하면 점토로 만들어 완성된 작품을 판 위에 들고 가기 좋다. 같은 크기의 바닥을 가진 종이 쇼핑백을 준비하면 넣고 작품을 소중히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연한 회색 도화지를 쓰게 하는 이유는 흰색을 쓰게 하기 위해서다.
회기가 끝나자마자 기억이 가물거리기 전에 바로 자세한 프로토콜(protocol)이 써져야만 한다. 어떤 분은 작업 중 기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답은 없다. 오롯이 상담에의 집중 위해 안하는 분도 있고, 가벼운 메모에 대해 내담자에게 불편한 여부 등 의사를 묻고 방해가 안된다면 상담 중 기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잊어버리는 것 보다 낫다)
라인드로잉은 이성이 관여하고,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림물감은 정서를 자극한다. 라인드로잉이 이성이라면 물감 표현은 감성 표현이다. 색채심리에서 형태를 쓰기보다 색채를 많이 쓰게 하는 것도 좀 더 정서를 자극해서 감성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이다.
연필을 통한 라인 드로잉은 이성이 작동하기 때문에 무의식이 덜 올라온다. 그런데 물감은 방어가 살짝 느슨해져서 무의식이 좀 더 올라올 수 있다. 아동이든 성인이든 정서가 확 드러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나 방어가 심할 경우 색 사용을 거부할 수 있고 쓰더라도 단조로운 색을 쓸 수 있다. 점토는 어린 시절로서의 퇴행의 유도한다. 만지는 순간 어릴 때 흙장난하던 마인드로 돌아가서 특히 누런 흙점토는 응가 같은 느낌을 주어 어릴 적 항문기로의 퇴행을 유도한다.
미술매체가 주는 심리적 영향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내담자의 상황을 살펴 매체를 하드에 가깝게 유도할 지, 소프트에 가깝게 사용할 지 적어도 다섯개, 열개 정도 케이스를 해보면 매체 작업을 내담자 치료에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라포 형성을 재밌게 할 수 있으면서 아이에 대한 다양한 강점 찾게 하고 발달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정리:
이번 장은 치료의 초기 단계를 위한 효과적인 미술치료 평가 세션을 소개하고, 내담자의 이해와 라포 형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연필, 물감, 점토를 포함한 세 가지 매체 접근 방식은 기존의 임상 심리 평가와는 다르며, 아이들에게 보다 상호 작용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세션 직후 상세한 프로토콜을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상적인 종이 크기, 재료 준비, 다양한 미술 매체의 심리적 영향 등 실제적인 고려 사항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