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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나태주 시집/ 아름다운 치료 효과. 날 것의 순박한 시

by 돌냥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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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진정으로 감상하려면 철저한 사색의 시간이 허락될 때 시를 접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시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마음이 비워져 가난한' 상태의 때다. 그렇지 않은 때에 시를 무작정 읽게 되면 그 시의 본질이 나를 피해 간다. 글자만 읽었을 뿐 퍼즐의 남은 한 조각이 빠진 듯한 공허함을 남길 수도 있다.

나태주의 시는 이러한 완벽한 순간에 읽히길 바라는 듯하다. 그의 시는 풍요로움과 서두름에 갇혀있는 현대인들이 정서적인 제약을 벗어나 치유와 위안을 얻도록 해준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 나는 TV 프로그램 <유퀴즈>에 나온 나태주 시인을 본 적이 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히 각인되었다.

그 나이대 분들에게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맑고 순수한 면모를 가진 나태주 시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줬다. 현장에서 퇴임한 이후 시인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찾은 삶의 의미들을 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에서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영향을 받은 듯한 맑고 리드미컬한 시어들이 돋보인다. (실제로 생전 박목월의 제자였다고 한다)

'청록파'라는 단어를 떠올린 내가 스스로 으쓱해지면서 학창 시절 시험공부를 하며 '시'에 대한 정보를 '암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이 단어가 이런 의미인지, 이 주제가 맞는지 시인한테 물어봤어? 물어봤냐고." 늘 허공에 애먼 화를 내면서 공부하곤 했다).

명확한 단어 표현과 리듬이란 공유된 계보를 가진 '청록스러운' 나태주의 시는 평소 생각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연상하게 만드는 시어들로 마음을 두드린다.

 

 

시의 주제는 대개 자연과 인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담백하고도 섬세하게 표현된 문체의 시들로 표현한다.

교사로서의 기억, 농촌의 자연환경, 노년의 일상 등이 그의 시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그의 시는 가르쳤던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같은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제공한다.

 

 

 

이 시집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던 시기에 걸쳐 작성되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두려움, 고립감으로 가득했던 당시의 기억들이 순간적으로 펼쳐진다. 시인은 서로의 안위와 건강을 간절히 바랐던 그 시기의 소박한 바람을 담아 시를 써 내려갔다.

 

 

시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외에 '역사적 사건에 대한 변형적 기록'에 가까운 시들도 많다. 특히 사회에 대한 성실함과 공헌이라는 뚜렷한 흔적을 남긴 특정 개인들에게 과감하고 열의에 찬 경의를 표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인상과 진정 어린 감동을 각 라인에 불어넣는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시인의 마음가짐은 모든 구절에 있어 진심 그리고 진심이다.

 

 

시인의 작품은 어린 아이가 일기장에 그날의 일들을 기록하듯 솔직하고 순수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그의 시어는 치장이나 가식 없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나태주는 수록된 시 작품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바람과 작품 메시지의 정신적 핵심들을 드러낸다. 위로, 치유, 소생, 명랑, 소망, 평안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로 사람과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하는 열망이다. 그 열망은 결국 실현되어 그의 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공감과 위로의 통로를 만들어낸다.

 

 

시인이란 노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을 아낌없이 세상에 나누어 뿌리는 존재다. 시 속 언어들은 희귀한 광물처럼 아름다운 빛과 윤기를 발하며, 그것을 알아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영감을 준다.

코로나 시기에 쓰인 시들이지만, 포스트 코로나조차 희미해진 지금 그의 시는 여전히 유효한 위안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염병의 진통 속에서 읽혀지든,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 순간에 읽혀지든, 나태주의 시는 마치 새벽녘 이슬로 덮여있는 풀잎을 보듯 마음 한구석에 생기를 되찾게 해주는 시들로 가득 차 있다.

하나하나의 시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깊이와 넓이를 지니고 있다. 단순한 문자의 나열을 넘어서 읽는 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반사되어 울리는 성찰과 재생의 힘을 느끼게 한다.

 

 

 

꾸밈이 없고 진정성이 풍부한 '날것 그대로'의 나태주 시인의 심상을 경험하기 좋은 시집이었다. 단순히 문학적 가치만을 있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에게 심리적,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는 의료적 효과까지 있었다.

시가 주는 무조건적인 위안과 응원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다정하고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 나태주의 시를 찾아 읽어보길 바란다. '희망' 또는'긍정'처럼 평소 낯가려하는 감정들이 어느 순간 마음에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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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지은이 나태주 
펴낸곳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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