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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라퐁텐 우화>현대적 재해석과 매혹적인 재창조/ 다니구치 에리야/ 프랑스 고전문학

by 돌냥 202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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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퐁텐 우화의 새로운 재해석: 다니구치 에리야의 현대적 접근

 

 

장 드 라 퐁텐은 1668년에서 1694년 사이에 걸쳐 243개의 이야기들을 세 권의 컬렉션으로 출판했다.

단순한 동화가 아닌 교훈과 유머, 인간성을 담아낸 문학적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 고전적 우화들은 현대에 이르러 다니구치 에리야에 의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버전의 '라 퐁텐 우화(Fables de La Fontaine)'로 탄생했다.

다니구치는 우화 장르에서 흔히 보여지는 전형적이거나 직접적인 도덕적 색채를 지양하면서도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을 담아 우화로서의 매력을 더 풍성하게 전달한다.

 

라 퐁텐이 고대 그리스의 이솝을 재해석했듯이, 다니구치 또한 라 퐁텐을 재해석했다.

그는 원작의 우수성과 문학적 품격을 유지하는 동시에 시대에 따라 변화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 기존과 다른 관점을 녹여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본래 작가는 라 퐁텐 우화 원작을 그대로 단순 번역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수 세기 동안 사랑받아온 이솝과 라 퐁텐 우화를 굳이 또 한 번 재현하기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다.

 

성경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걸작을 손을 보아 번외편 또는 외전을 창작해 낸 다니구치의 이 시도는 분명 용기 있는 도전일 것이다.

다니구치의 새로운 작업을 통해 독자들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화의 내러티브적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고, 원작과 다른 미묘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라 퐁텐 우화의 독보적 색채: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시각

 

 

라 퐁텐 우화는 이솝 우화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라 퐁텐 우화가 이솝 우화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가장 크게 구분되는 점은 냉소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라 퐁텐 우화는 인본주의적 이상주의나 종교적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비관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면서도 힘과 교활함이 승리하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묘사해 낸다. 짤막한 이야기 속에 담긴 가차 없는 결말은 때때로 잔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교육의 새 지평을 연 장 자크 루소는 라 퐁텐 우화의 냉소주의를 지적하며 아이들 교육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루소는 모든 아이들이 라 퐁텐 우화를 배우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우화 속에 나타나는 도덕률이 일관성 없이 불균형하고 복잡해 결과적으로 미덕보다 악덕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였다.

 

루소가 지적한 이러한 점은 사실 라 퐁텐 우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솝 우화 역시 오랜 역사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여러 방대한 지역으로 흩어져 다양한 버전들로 재탄생되면서 동일한 제목을 가진 우화들 안에서도 내용적, 도덕적으로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전까지의 대부분 우화들이 도덕적 교훈의 전달만을 중시한 반면 라 퐁텐은 스타일과 재치, 그리고 유머를 살리면서도 깊은 철학적, 사회적 의미를 담아서 우화의 수준을 높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작품은 때로는 중립적 관찰자로, 때로는 직접적인 평론가의 시각으로 자유로운 어조와 다양한 문체로 쓰여져 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특히 18세기 초부터 예수회와 가정교사들이 활용하는 주요한 교육적 도구로 널리 활용되었다.

 

 

 

 

이솝우화에 대한 '오해' 풀기

 

 

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라퐁텐 우화의 원전 작품인 이솝우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솝우화는 기원전 620년에서 564년 사이 고대 그리스의 노예 아이소포스(이솝)에 의해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대 수메르, 아카드, 인도 등의 설화나 속담과 유상성이 높아 실제로 이솝 단 한 사람이 지었다기보다는 오랜 세월 다양한 문화의 영향 아래 형성된 집합적 민담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솝 사망 후 약 300년 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이솝 우화는 점차 서면화되었고, 시적 표현과 인쇄술의 발달로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최초의 책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지역의 민담이 섞이면서도 친숙한 동물들을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교훈을 전달하는 이솝우화는 애초 종교, 정치, 사회문제를 다루며 어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였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듯 특히 학령기 아이들을 교육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왔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재창조될, 우화의 운명

 

<라 퐁텐 우화>는 간결하지만 읽을수록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동물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농담을 넘어, 간결함과 허구성, 그리고 도덕적 교훈 속에 심오한 진실을 담고 있다.

 

저자는 기존 우화의 가치를 담으면서도 시대상에 맞는 내용으로 수정하고, 무엇보다 입이 벌어질 만큼 아름답고 감탄이 나오는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들을 있는 그대로 살리기 위해 ‘그림에 맞추어 내용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도 감수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번 버전의 라퐁텐 우화는 저자만의 각색을 거친 반절은 새로운 창작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새로운 버전만으로도 오락성과 교육성, 사회 풍자와 철학적 성찰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수세기 동안 독자들을 매료시켜 온 오리지널 라 퐁텐 우화의 우수함에 대해 충분히 경험하고 맛볼 수 있다. 

이는 우화라는 장르가 고정된 불변의 대상이 아니라 메시지의 본질을 보존하면서도 인간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각 시대에 맞게 강조점이 달라지고, 사회적 가치관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결론적으로 다니구치 데리야의 <라 퐁텐 우화>는 어떤 시대 어떤 방법으로 전달되든 우화의 그 영원한 기능은 인생의 다양한 상황들을 아우를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처세 철학’이라는 교육성과, ‘진지한 문학적 상상의 표출’이란 매혹성에 있음을 흥미로운 도전으로써 증명해 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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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텐 우화 - 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원제 : Fable For The New Era 

지은이 장 드 라 퐁텐 Jean de la Fontaine, 다니구치 에리야 谷口 江里也
그림 구스타브 도레 Gustave Dore
옮긴이 김명수 
펴낸곳 황금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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