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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불만이 있어요>딸의 사랑스런 불만폭격과 아빠의 엉뚱발랄 대답들/부모와 자녀 의사소통/외국그림책 창작동화/초등학저학년 책 추천

by 돌냥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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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불만이 있어요>는 어린 딸의 어른들을 향해 터뜨리는 귀여운 불만과 유머 넘치는 아빠의 반응을 담고 있다.

 

딸 아이는 어른들이 '얌체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얌체'라는 단어가 어른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얌체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아이의 표현은 꽤 적합해 보인다.

 

딸은 어른들의 불공평한 행동에 대해 억울함을 느끼며, 자신이 겪은 부당함들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그 불만들은 대부분 전 세계 거의 모든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딸아이는 "왜 어른들은 늦게까지 자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일찍 자라고 해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어른들은 보통, "아이들은 키도 커야하고 뇌도 발달해야 해서 어른보다 더 많은 잠이 필요해."라고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답을 하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아빠의 대답은 (많이) 다르다.

 

"다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려고 산타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조사원이, '늦게 자는 아이'를 조사하러 오기 때문이야,"라고 답한다.

 

딸아이는 또 질문을 한다. "동생이 먼저 잘못했는데,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나만 혼나요?"아빠는 또 (예상을 벗어나는) 대답을 한다. "착한 누나(형)은 왕자님(공주님)한테 인기가 많기 때문이야." 딸의 불만사항은 지극히 타당하고 현실적이지만, 반대로 아빠의 대답은 갈수록 점점 황당해진다.

 

 

 

 

 

"왜 아빠는 매실 절임도 못 먹으면서 나는 완두콩을 먹어야 해요?"라는 딸의 말에 아빠는 "목성에서는 다들 밥 먹을 때 완두콩을 먹으니까 지금부터 연습해둬야 해."라고 답한다. "왜 아이들은 자기 전에 과자를 먹으면 안 돼요?"라는 질문에는 "그래야 잠든 후 꿈속에서 과자가 커지기 때문이지."라고 받아친다.

 

"왜 아빠가 짜증나면 나까지 야단쳐요?"라는 질문에는 "짜증벌레 때문이야. 그 벌레를 쫓아내려면 닥치는 대로 화를 낼 수밖에 없어."라고 답한다. "왜 아빤 사고 싶은 건 다 사면서 내가 원하는 인형은 안 사줘요?"라는 질문에는 "계산대에 인형을 가지고 가면 가게 주인이 아빠를 인형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한다.

 

 

 

 

 

이쯤 되면 아빠의 대답은 한참 선을 넘었지만, 이 모든 엉뚱한 답변에는 사실 숨겨진 의도가 있다. 아빠는 아이의 질문에 합리적인 답변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예상치 못한 엉뚱하고 웃긴 대답을 함으로써 아이가 원래의 화두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사실 딸의 대부분의 질문은 아빠가 "미안해"라고 말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빠는 귀여운 핑계를 대면서 딸과의 티키타카를 통해 ‘관계’에 더 집중한다. 아빠의 방법이 통했는지, 딸은 화가 풀리면서 어른들의 상황에 공감한다.

 

"흠, 어른은 참 힘든 거네요,"라는 딸의 말에 아빠는 "아빠도 옛날엔 아이였기 때문에 잘 알아. 어른들은 얌체야. 아이들이 참 힘들 거야. 어른들은 왜 얌체가 되는 걸까... 되도록 얌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라고 답한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자 아빠도 기다렸다는 듯 딸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아빠를 쏙 빼닮은’ 딸은 당황하지 않고 창의적인 답변으로 순식간에 아빠를 감동시키고 만다.

 

 

 

 

그림책<불만이 있어요>의 매력은 이쪽 아니면 저쪽 양극단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모로서 일관성이 없거나 불합리한 면들이 있을 수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게 하는 아빠의 태도는 신선하면서도 건강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중요한 사실은, 아이와 부모 사이의 소통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유머와 창의적인 대답을 통해 아이는 부모와의 신뢰를 쌓고,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키워간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부모 역시 순수한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이는 ‘솔루션’보다는 ‘소통’을 원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이란 단순히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다. 아빠의 엉뚱한 답변은 농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딸에게는 사랑과 신뢰의 표현이 된다.

부모가 책 속의 아빠의 모습처럼 유쾌하고 창의적인 위트로 소통하려 노력할 때, 아이는 간혹 서운함을 겪게 되더라도 덜 억울해하고 오해하지 않으며 부모로부터 충분히 진실한 사랑을 받고있다고 느낄 것이다.

 

<불만이 있어요>는 이야기 내내 익살이 가득하면서도 가볍게 지나가는 일회성 웃음이 아닌,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를 단단하고 깊게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 따듯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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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어요> 원제 : ふまんがあります (2015년)

지은이(글, 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옮긴이 권남희
펴낸곳 주니어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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