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온화한 그림체의 책 속 에서 우리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어린 소녀 나미를 보게 된다.
이야기는 반려묘 '랑이'가 새끼 고양이 출산을 앞둔 특별한 날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평소라면 나미의 부름에 "야옹"하고 가볍게 달려오던 랑이가, 오늘은 뭔가 달라보인다. 랑이는 나미의 어떤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고, 심지어다가가면 하악 소리를 내며 털을 치켜세운다.
처음보는 나미의 낯선 모습에 놀라면서도 불안해진 나미는 엄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엄마는 전혀 놀라지 않고 랑이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알려준다. 랑이가 임신했었다는 걸 깜박했던 나미는 이제 설렘으로 가득해진다. 뭔가 돕고 싶어진 나미는 랑이의 출산에 필요한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로 한다. 나미는 엄마와 함께 판지 상자로 아늑한 둥지를 만들고 그 안에 부드러운 신문과 수건을 덧대어 새로 맞이할 아기들이 누울 수 있는 편안한 침대를 만든다. 작업이 끝나고 침대가 완성되자 숨어있던 랑이가 침대상자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냄새를 맡고 이리저리 살피던 랑이는 안심한 듯이 침대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랑이가 아기 고양이를 낳을 때까지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겠다는 마음에 나미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집을 걸어다닌다. 나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비스킷을 먹을 때 나는 바삭바삭한 소리가 크게 느껴져 손으로 입을 가리고 천천히 조심조심 먹는다.
갑자기 가스레인지 위의 주전자가 큰 소리를 내며 김을 내뿜는다. 나미는 서둘러 주전가에 다가가 "조용히, 조용히"라고 속삭인다. 이번에는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온다. 나미는 시계를 쿠션으로 살며시 덮어주며 "조용히, 조용히"라고 타이른다. 나미는 곧 태어날 아기 고양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종이에 한 마리 한 마리 그림을 그린다. 나미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두근두근해진다.
바로 그때, 초인종이 크게 울린다. 택배 아저씨다. 나미는 부리나케 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다급하게 속삭인다. "조용히, 조용히! 랑이가 곧 새끼 고양이를 낳을 예정이에요." 나미의 말을 알아들은 택배 아저씨는 모기소리만큼 작게 속삭이며 사과하고 택배를 전달한 뒤 돌아간다.
어머니는 랑이의 출산을 간절한 진심으로 기다리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미가 태어나던 날을 떠올린다. 엄마는 나미에게 오늘의 나미처럼 아버지와 남동생이 얼마나 안절부절 불안해했는지 얘기해준다. 엄마의 말을 들은 나미는 베시시 웃으며 살짝 긴장을 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희미하게 "야옹" 소리를 들려온다. 엄마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하지만 나미는 그것이 랑이의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미는 살금살금 랑이가 있는 방문 쪽으로 다가간다. 문 앞에 이르자 더 작은 야옹 소리가 더 많이 들려온다. 조용히 조용히 나미가 방문을 연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마리. 작은 새끼 고양이들이 랑이 품에 안겨 함께 웅크려 누워있다.
아기들을 건강하게 출산한 랑이는 예민한 모습이 사라지고 더 밝고 쾌활해졌다. 이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랑이를 바라보는 나미의 마음은 기쁨으로 벅차오른다. 나미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나미의 웃음은 부드럽고 따뜻함이 가득하다.
그림책<조용히 조용히>는 사랑하는 고양이의 성공적인 출산을 기다리는 어린 소녀의 진심 어린 기다림의 시간을 담고 있다. 랑이를 향한 나미의 깊은 배려와 책임감,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진지한 노력은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나미의 하루에 동화된 독자들은 어느덧 함께 숨죽여 랑이의 출산을 기다리게 된다.
반려동물을 돌본 적이 있거나 탄생의 순간을 목격한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그림책의 스토리가 특히 더 와닿을 것이다. 내러티브는 나미가 처음 경험하는 탄생에 대한 두근거림과 어머니의 부드럽고 차분한 노련함을 아름답게 대조하며, 소중한 새 생명을 맞이하기 위한 애정 가득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여준다.
랑이에 대한 나미의 마음의 헌신은 소중한 대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어릴 적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조용히, 조용히』는 이야기의 감동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감성적인 삽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미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 랑이의 보호본능적인 동작, 집 안의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는 짧은 페이지 안에서도 랑이의 출산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새끼 고양이의 탄생까지 이어지는 유기적인 서사 흐름은 '의미 있는' 사건을 기다리는 긴장감과 설렘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랑이의 출산 과정을 보며 우리는 인내의 중요성과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의 영향, 그리고 공감과 이해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이렇게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생명 존중에 대한 공감과 정서적인 탐구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보인다. 출산과 탄생이라는 화두는 실제로 가족간에 결속감을 다지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이다운 맑은 모습 속에서도 신중하고 진심어린 나미의 랑이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은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다.
<조용히 조용히>는 사랑과 인내의 본질을 아름답게 요약하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때로 가장 조용한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조용히, 조용히』는 부모와 아이 모두가 꼭 읽어야 할 보물같은 필독서다. 동물의 탄생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생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반려동물을 돌보는 책임에 대한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랑이에 대한 나미의 진심어린 응원과 도움은 연민, 인내, 배려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을 위한 훌륭한 모델이 된다.
나미와 어머니의 상호 작용은 출산과 가족의 지원을 주제로 하는 의사소통을 강조하여 부모와 자녀 사이의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미가 랑이를 위해 사소한 행동거지도 세심하게 조정하는 모습들을 실감나게 묘사한 일러스트는 일상의 소소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담아내며 이야기에 감성적 깊이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묘사되는 사랑이 묻어난 배려들은 안도감과 위안을 안겨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읽기에 읽을 그림책으로 완벽한 <조용히 조용히>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포근한 포옹처럼 따듯함을 안겨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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