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메리골드마음사진관]위안과 치유의 서사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200%필독/생애 세번째로 읽은'상점판타지소설'도 성공.

by 돌냥 2024. 6. 21.
반응형

 

소설을 다 완독한 후에야 이 책이 전작 <메리골드마음세탁소>의 후속작임을 알게 되었다.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출간된 <메리골드마음사진관>은 거의 독립적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각 인물들의 사연이 옴니버스로 구성되어있어 나처럼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목(무슨무슨 상점 또는 가게)을 가진 책들은 주로 판타지 장르인 경우가 많다. 나는 약 10년 전 '가게 시리즈' 소설의 대표작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 처음 이 상점판타지장르(?)를 접했다.

어쨌든 이 소설이 판타지물인지 모른 채 큰 기대가 없는 상태로 읽었는데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 묘사가 워낙 실감나다보니 충분히 클리셰적인 부분들에서도 뭔가 순수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가진 인물들과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게 되는 일상적인 소재는 독자들의 이입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주부들이 자주 보는 시간대에 방영되는 가족 일일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빌드업이 잘 쌓이다가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눈물이 핑도는 것조차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갔던 이야기는 봉수와 영미 부부의 이야기였다. 같은 고아원에서 자라난 두 사람은 각자 어려서부터 각종 비극들을 겪고 서로를 의지해오다가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채소 트럭 가게를 운영한다. 그들의 유일한 딸 윤이는 그들의 힘든 삶을 버티게 하는 희망의 원천입니다. 그런 봉수가 어느날 병원에서 시한부 진단을 받게 되고, 봉수는 가족과 함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여행지로 '메리골드'마을을 정하고 그곳에서 끝없는 이 지옥의 삶을 끝내려 한다.  이 에피소드는 봉수와 영미 각자 그리고 함께의 고난들을 실제 누군가의 인생을 스케치한 것처럼 진솔하게 담고 있다. (최근  몇 년 실제로 가족 동반 자살이 잦아지다보니 살짝 민감해지기도 했지만) 누구에게나 도덕적 판단조차 무용해질 만큼 힘들고 막바지에 치닫은 순간이 찾아올 수 있으며 그것을 견디게 하는 것이 바로 '작고 따듯한 연속된 도움'이라는 메시지가 잘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또 다른 인상에 남는 스토리는 수현의 이야기였다. 누가 보아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자 일중독 환자인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는 유년기와 가정적 배경을 갖고 있다.  수현은 차별받는 딸이자, 차별받는 며느리이자, 모든 문제를 홀로 끌어안은 아내로서 극도의 감정적 소진을 경험한다. 오로지 '성취'만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는 수현은 언제나 결과만을 위해 모든 것을 들이붓고 정작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는 소홀히 한다. 수현에게 있어서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노력하면 그만큼 상응하는 결과로 돌아오는 '정당함'이 존재했지만, 두 여자 어른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남편과의 관계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만큼 돌아오지 못하는 '부당한' 것이었다. 어머니와의 불화, 그리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수현은 공허하고 지친 상태에 빠진다. 그럴 수록 다시 일에 몰두하는 수현의 모습은 '인정중독과 갈등회피란 명목으로 자신을 혹사하는',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동변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편 상미는 전형적인 한국의 중년 여성을 대표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의 직장의 승진 관련 어려움과 딸들의 성장통, 집안일과 늘 모자라는 시간 사이에서 상미는 늘 주기만 하고 필요할 때는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운하고 외롭고 그러나 어떻게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할지 모르는 상미는 자기 자신이란 존재 자체가 사라진 듯한 느낌에 망연자실해한다. 

 

 

 

 


'마음사진관'의 사장인 해인은 '행복 카메라'를 사용하여 이렇게 지치고 상처받은 인생에도 엄연히 존재해야 할 진심 어린 행복의 순간'을 사진에 담아낸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라일락 '꽃비'로 변하며 피사체를 감싸안는 순간들은 실제 판타지 드라마의 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 듯한 느낌을 준다. 해인은 자신의 마법에 오해하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그들의 배려하면서 피사체인 그들이 삶에서 놓쳤던 것과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기억해내고 확인하게 하는 과정을 도와준다. 해인과 그가 찍은 행복사진은 다양한 사람들의 기쁨, 슬픔, 상실, 사랑의 이야기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들 삶의 조용한 증인이자 따듯한 위로자의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은 장르를 보면 주로 청소년에게 추천되지만 (필요적으로는) 진정한 치유가 필요한 성인 독자들에게 더욱 적합해보인다. 인생의 어려움과 씨름한 질고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이 소설의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감정 치유와 해소 효과를 마치 '마법'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 고통 작은 고통 할 것 없이 각기 다른 괴로운 짐을 지니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그 어려움의 관찰 기록만으로도 독자에게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메리골드마을과 마음사진관을 방문하기까지의 삶을 반추하는 과정의 스토리는 매번 깊은 몰입감을 느끼게 만들며 이야기의 말미에 이르러 독자들은 인물과 완전히 동기화된 경험과 감정을 갖게 된다. 

 


다소 예측 가능한 진부함이 없지 않지만, 소설의 매력은 과거와 미래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감정적 공감을 일으키는 묘사에 달려 있다. 작가는 아픔이 큰 인물들이니만큼 치유와 희망의 과정을 뻔하지 않고, 부드럽고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덕분에, 마음사진관을 통해 각 인물들의 여정은 하나같이 감동적이고 바람직하고 따듯한 결말을 맞는다.

 

사람들은 힘든 시기에 어려운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메리골드마음사진관>은 시대를 떠나, 개인 삶의 어느 시기에 읽든 삶과 행복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물들의 대사에 걸쳐진 약간의 교훈적인 어조가 소설이란 장르에 비해 전향적으로 치우쳐진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애초 이 소설이 창작된 의도가 그렇듯이 위로와 안식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내내 들이부어주는 <메리골드마음사진관>은 따뜻하고 치유되는 서사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뭔가 후회없는 충족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특히 인생의 고비를 겪으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격려를 찾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가진 '따듯함 전파의 마법'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탄탄한 위안과 영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상점 판타지 소설'로 추천한다.

 

 

 

 

본 리뷰는 개인의 노동 에너지가 들어간
창작물(2차창작물)로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인용문 외의 모든 내용의 권리는 작성자에게
있으며 작성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 용도로
무단 배포, 수정, 복제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지은이 윤정은

펴낸곳 북로망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