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은 대중적인 유행어와 새로운 용어를 통해 오늘날의 중국 사회를 포괄적으로 살펴본다. 저자 곤도 다이스케(Daisuke Kondo)는 각 신조어가 출현하게 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개인적인 일화를 추가하여 주제를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중국의 최신 동향과 급변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라면 흥미를 느끼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관계를 두려워하는 중국 청년들
- 사회 공포증( 社恐 )인가, 사회적 죽음( 社死 )인가?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은 중국어로 줄여서 '社恐(shèkūng)'이라고 한다. 다이스케는 젊은 중국 응답자의 62%가 어느 정도 사회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증거로 제시한다. 응답자 중 단지 2%만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낸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직업상 중국에서 보내며 일본인과는 '지나치게 오지랖 넓고 사교적인' 중국인들의 환대 문화를 익히 경험했던 저자에게는 믿기 힘든 결과라고 덧붙인다.
저자의 관점에서 일본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그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마치 '하강 엘레베이터'를 탄듯 저절로 뒤쳐지게 된다고 말한다. 다민족만큼 출처가 다양한 문화, 언어, 가치관을 가진 중국이란 사회 덩어리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며 생존하기 위한 명목으로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적 압력이 매우 강하다고 분석한다.
어느 분야든 치열한 생존 다툼 뿐 아니라 정부, 지역 사회, 심지어 가족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이 더해져 많은 중국 젊은이들, 특히 1980년대에 태어난 외동딸 외동아들(빠링허우세대-1자녀 정책 세대)주류의 청년층은 어려서부터 혼자로서의 삶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전통적인 상호교류를 쌓는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상 연결을 유지하고 자신의 껍질 안에만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 저자는 '셔쿵'이 전혀 낯설지 않고 자연스러운 중국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머잖아 중국내에도 일본의 '8050' 현상과 유사한 심각한 사회적 고립이 확산될 가능성을 추측한다.
중국판 캥거루족 - '啃老族(컨라오주)'
'啃(kěn)'은 '갉아먹다'라는 뜻이고, '老(lēo)'는 '부모'를 뜻하며, 합쳐서 'kěn lao zú'라고 하는데, 이는 계속해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중국의 청년들을 의미한다. 컨라오주는 이미 중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상에 그들 사이의 토론으로 매일 가득 차 있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널리 퍼져있다. 3년차 컨라오주 한 명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컨라오주 여자친구를 찾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여러 선택을 하기도 하고 큰 수박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등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저자는 중국 청년층의 적잖은 수를 차지하는 이 간로족들이 40대와 50대가 되면 중국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의문을 표시한다. 부모에 대한 광범위한 의존이 중국의 미래 사회 경제적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몽의 잔혹한 민낯
- 한 인플루언서의 기적과 붕괴
중국의 유명한 인플루언서인 웨이야(Weiya)의 이야기는 '중국몽(中國夢 :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뜻하는 시진핑 정권의 대표 통치 이념. 국가 부강, 민족 진흥, 인민 행복 3가지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의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화다. 한촌 출신의 그녀는 각고의 노력과 절묘한 타이밍에 힘입어 중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판매(라이브 커머셜 분야)의 여왕으로 성장했다.
항저우 근처의 소규모 여성 의류 사업에서 전적인 전자상거래 전환, 결국 Alibaba와 계약을 맺고 놀라운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과정은 아메리칸 드림을 뺨치는 차이니즈 드림의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 규모에 공포감 마저 들게한다(웨이야는 2020년 11월 중국 광군제 쇼핑 축제 기간 중 '단일' 라이브 스트리밍 세션에서 혼자 31억 1천만 위안(약 4억 8,600만 달러)의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웨이야의 가파른 상승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번영 (共同富裕궁퉁푸위)'선포에 따라 탈세 혐의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어느날 한방에 끝나버렸다. 신기록을 연속으로 갈아치우며 코로나 후 중국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한 이 국가적 위인의 비극적 결말은 이는 중국이란 사회의 변덕과 변화 무쌍한 정책기조와 그만큼 '성공의 순간이 가장 위태로운' 나라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업데이트 동시에 순간 삭제( 秒删 )
- '인민공화국'에는 '인민'이 없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온라인 콘텐츠 통제와 검열이 강화됐다. 기사든 개인적 댓글이든 상관없이 시진핑이나 공산당에 대한 비판적인 콘텐츠는 모두 신속하게 삭제되는데, 이것이 바로 "(시간의)초"와 "삭제"가 합쳐진 단어 "秒删(miao shān)먀오샨"이다. 다이스케는 이런 먀오샨을 피해 기적적으로(?) 을 빠르게 기사를 캡처한 경험을 공유한다(저자가 기억하는 시기는 이미 옛날이 되어, 현재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개인이 올린 게시물이 업뎃과 동시에 사라지는 현상은 만연해있는 중국 정부의 검열 수준을 증명하는 동시에, 중국 인터넷 유저들 사이에 일상이 되어버린 체념어린 좌절을 반증한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중국 헌법에도 불구하고, 독립 저널리즘이 존재하지 않을 만큼 중국 미디어 환경은 엄격히 통제되있다. 이렇게 인민의 목소리가 체계적으로 침묵되는 와중에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중국의 정식 명칭은 점점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곤도 다이스케의 "요즘 중국"은 그의 경험과 예리한 관찰이 풍부해진 34개의 새로운 단어를 통해 통찰력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 현대 중국 사회가 시장경제화의 과정이 다소 다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본, 심지어 한국과도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전형인줄 알았던 한국 사회 이상으로 복잡하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중국의 사회 환경에 대한 구체적이고 미묘한 이해를 얻기 위해 충분히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