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요약.
-과도한 휴대폰 사용이 뇌, 집중력,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어떻게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알아본다
-디지털 시대에 인지 능력을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약 10년 전 일이다. 우연한 기회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휴대폰 사용량과 전두엽 기능 퇴보’에 관련된 내용으로 권장희 소장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IT의 요람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자녀들에게 핸드폰을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일화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들의 모바일 기기 사용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거나, 빌 게이츠가 어렸을 적 아이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는 이야기다. 강의를 듣는 동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순히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심각하게 뇌를 손상시킬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소장님은 이미 세바시 347회 방송에서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란 이름으로 강의를 하신 후였고 그 즈음부터 학부모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자녀들의 핸드폰 사용에 대해 본격적인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강의의 내용이 거의 다 잊혀지다시피한 얼마 전 이 책 <인스타 브레인(2019)>을 봤다.
디지털 기기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가? 에 대한 질문은 세대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만지는 잘파세대에게는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는 얘기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대해 흐릿하게나마 기억이 있는 나는 ‘확실히 영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이제는 그 영향이 너무 익숙한 일상이 되었기에 그것이 다소 부정적인 것이라해도 당장은 완전히 끊어낼 수는(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처럼)없는 필요악 상태라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뿐이다.
1516년 태생 스위스 학자 콘라트 게스너는 ‘현대기술은 생각을 어렵게 만드는 정보의 홍수 속으로 우리를 밀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인터넷과 휴대폰도 없는 활판인쇄술 시대에 이미 말이다).
1800년대가 되어 철도가 보급되자 예언가들은 익숙하지 않는 속도의 기차 이동에 대해 기분이 나빠지고 구토를 일으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년후 세상에 전화기가 나오자 사람들은 이 악마의 발명품으로 인해 악령에게 끌려갈 것이라고 여겼다. 1950년대 TV가 출현하자 최면효과가 있다며 공공연하게 이 기기를 두려워했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7년이다. 올해 16년차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욱 박차를 가한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일상화를 둘러싼 우려를 상기한 것처럼 인류의 지난 발명품에 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오해로 치부하기엔 태도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기차에 하루 7시간씩 앉아있던 사람은 없었으며 전화를 하루에 6시간씩 통화하던 사람도, TV를 주머니에 들고 다니며 보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말그대로 하루 종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앞세대의 기술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속도’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속도가 더 빠르다’. 핸드폰 사용 부작용을 아무리 검색해도 또 그만큼의 반대적이거나 중립적인 의견들이 존재한다(지극히 개인적인 음모론적 추론으로 기업들의 입막음용 연구 결과도 그만큼 널리 퍼져있다고 해도).
책의 내용은 내내 노파심으로 가득했지만 저자의 결론은 한마디로,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적어도 잠을 점점 더 못자고, 점점 불안해하거나 집중력이 저하되고 있다면(동시에 하루 3시간 이상씩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면),지금까지의 연구결과가 무엇을 말하든 일단은 휴대전화를 잠시 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짧은 역사 속 인구 절반은 10세도 못 채운 채 죽었으며 평균 수명은 30세였다. 암이 아닌 감염, 기아, 살인에 의해 사망했으며 그 야생의 세계는 종일 그리고 사시사철 불안과 경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우리 선조들은 일상 속에서 평온보다는 불안을 더 익숙하게 느꼈을 것이다.
여러 종족 중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가장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다툼과 사고를 피하려는 행동(갈등 때문에 살인 당하거나 낙오되어 굶어 죽지 않기 위해)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불안과 우울감의 감정을 빈번히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들 거의 대부분의 삶은 매일 음식이 충분하거나 밝은 미래가 보장될 확률이 극도로 희박했다.
그러한 자연 속에 살아온 선조의 후손인 우리는 현재 넘쳐나는 정보의 세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으며(수렵시대 선조는 커녕 80년대 태생인 나조차도 나의 어릴 적 시대리듬과 현 시대의 리듬 차이가 너무나 커 늘 부적응상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더는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여전히 불안해하며 늘 위협을 살피고 살아간다.
근대산업화 이후 문학과 예술계를 포함해 많은 인간들이 기계문명과 자본주의 발달 뒤의 개인 존재의 축소와 의미 상실, 생명 침해로부터 현대인들의 불안과 우울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집결한 인류학적 근거들은 내 기존 예상과는 다소 다른 새로운 것들이었다. 핸드폰 사용의 영향력이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불안과 우울감은 인류 존재의 평생동안 늘 자연스럽게 함께 해온 부분이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이 감정들이 만드는 고통까지 즐겨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짚어준다.
‘인류의 디지털화’는 200년 전 산업혁명보다도 훨씬 더 규모가 크며 이제 막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효율화된 시대 변동을 통해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많은 지역의 기아가 사라졌지만 넘쳐나는 칼로리를 관리하지 못했고 이제는 지나치게 먹어서(관련 병이 생겨서) 죽는 사람이 굶어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이처럼 디지털화 역시 우리 뇌에는 양날의 검이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정보를 얻는 것은 선조들이 아무리 상상력을 쥐어짜도 꿈꿀 수 없던 사치다(원서가 2019년도 첫 발행되었으니 심지어 이때는 현재와 같은 AI의 활성화가 언급되기도 전이다).
전에 없는 인류의 창조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반면 휴대전화를 매일 수천번씩 쓸어넘기며 뇌에 도파민 폭탄을 투하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주의 산만한 특성이 일반화 되면 우리는 이러한 특성을 따르려는 갈망을 느끼며 산만하게 만드는 존재가 없을 때에도 자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인정하든 하지않든 오늘날 핸드폰은 사용하는 모든 현대인은 잠재적 ADHD일 것이다). 우리가 문자와 SNS등의 작은 정보조각을 시도때도 없이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질수록 큰 정보의 조각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저하된다. 엄청난 칼로리 폭탄 그리고 영양가는 쓰레기인 음식이 우리 몸에 병을 남기듯, 엄청난 디지털 칼로리에 우리 몸이 적응하게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위험하다.
휴대전화를 둘러싼 기술이 우리를 2.0버전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0.5버전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일면 과한감이 있지만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의견에 대체로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휴대폰 사용시간 확인 앱을 통해 스스로 절제하는 자기 인식은 이제 돈 이상으로 시간을 금전 가치로 환산하는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에게는 필수적인 자기 계발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이 부분에서도 나는 부적응적 호모사피엔스인 관계로 책을 본 뒤에야 휴대폰 사용시간 확인기능을 켰다..).
모든 기술에 장단이 있고 디지털 기기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책이 남기는 여운은 조금 남다르다. 한켠으로는 MZ의 다양하고 활발한 디지털 활용 능력과 향후 시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초조감을 이 책을 읽으며 의도치 않은 안도(?)를 얻게 되기도 했다. 컴퓨터와 핸드폰의 극히 일부 능력만으로 활용하며 많은 부분 아날로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오히려 내 정신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자기 합리화적 위안 때문이었다(적어도 *스타나 *튜브를 하지 않는 것이 적게나마 집중력 저하를 막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고 모른다)
또 한편으로는 일련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발생되는 불필요한 자극과 그로 인한 시간낭비와 정력낭비를 극도로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 실천의 일환으로 심지어 2G전화만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야말로 2G를 써야 하는데 말이다..전화, 문자 기능만 쓰면서 100만원 이상 나가는 전화기를 나 같은 디지털치가 쓴다는 자체가 낭비다)
※ 책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찔리는 것들로 넘쳐난다
덕분에 굉장해진 스압에 양해를.
우리가 산만함을 사랑하는 이유 휴대폰 중독과 뇌의 기능 도파민 중독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집중력 훈련이 되는 게 아니라 뇌는 더더욱 주의가 산만해진다.
최근 몇 년사이 수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만도 충분치 않아서 아예 다른 방에 두기도 하지만 여전히 1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책에 빠져드는 것은 힘들다. 마치 예전처럼 (다시는) 집중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주의산만이 기본 특질로 자리 잡게 되면 우리는 주의를 흩트릴 거리가 없더라도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자꾸 눈을 돌리려고 한다. 집중력은 오늘날 사회에서 희소재가 되었다.
휴대전화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데 사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우리의 수면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환자 2명 중 1명은 수면제를 먹어야 할지 묻는다. 처음에는 그들 대부분 슬럼프를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런 게 아니었다. 오늘날 스웨덴인 3명 중 1명은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의 수면 시간이 1시간 단축되었다. 수렵 채집인이었던 선조들은 적어도 우리보다는 많이 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화된 세계에서 30%는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
휴대전화 때문에 우울증이 걸릴 수도 있는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자들이 1,000여명을 추적한 결과, 휴대전화 의존도와 우울증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관찰되었으며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대학생들이 더 외로움을 탔으며,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울한 경우가 많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극도로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나치게 적은 수면시간, 전례없을 정도로 가만히 앉아있는 생활방식, 사회적 고립, 알코올 및 약물 오남용 모두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휴대전화의 가장 큰 여파라면 우리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 우울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몸을 움직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시간 말이다.
정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저장될거라고 믿으면 뇌가 더는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런 현상을 ‘구글효과’ 혹은 ‘디지털 기억 상실증’이라고 부른다. 뇌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어있는지를 우선순위 삼는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지 않은 피실험자들이 사진을 찍은 피실험자들보다 예술품을 더 잘 기억해냈다. 뇌는 ‘사진으로 찍을 건데 굳이 기억할 필요가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작동된 것이다.
그렇다면 휴대전화를 구글에 접속만 하면 되는데, 왜 뭔가를 배워야 하는 걸까? 모든 지식을 구글로 대체할 수는 없다. 뇌의 강화는 RAM메모리에서 하드디스크로 단순히 로우데이터(raw data)가 옮겨가는 과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식을 구축하기 위해 정보를 개인적인 경험과 통합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인간에게 지식이란 사실을 줄줄 외워 읊는 게 아니다. 당신이 아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 세세한 내용을 가장 잘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듯 말이다. 깊이 있게 뭔가를 배우려면 사색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클릭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사색과 집중을 놓쳐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종일 인터넷을 넘나들기 바쁜 사람은 뇌에 정보를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 셈이다.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하는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단 10분만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했다. 특히 항상 휴대전화를 사용해온 사람들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뇌의 역할상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24시간 동안 10분에 한번씩 소량의 도파민 주사를 놓아주던 무언가를 빼앗긴다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우리 뇌는 생존에 필요한 뭔가가 사라졌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뭐라도 좀 해봐! 도파민 주던 거 가져와! 당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강렬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여 자신의 요구를 실현시키려 한다.
미국심리학회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자주 휴대전화를 본 사람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따금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게 현명하다고 여겼고 과반수 이상이 이러한 ‘디지털 디톡스’가 자신의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 사람은 30%도 채 안 되었다.
스트레스 외에 불안 역시 마찬가지다. 피실험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다른 곳에 두도록 지시한 다음 걱정과 불안 수치를 측정한 결과, 휴대전화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너무나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진다. 마치 자신의 모든 신용카드가 다 들어있는 지갑을 다른 곳에 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30분 간격으로 불안감을 상승했다. 누가 가장 불안해했을 것 같은가? 당연히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들이었다.
감정은 생존 전략이다- 스트레스, 회피, 우울의 존재 이유
우리의 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제 뭘하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만 답을 찾으려 한다. 어떻게하면 기분이 좋아질지, 어떻게 해야 경력이 쌓일지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살아남아 물려준 유전자의 방식에 집중되어 있다. 감정은 기본적으로, 기린의 긴 목이나 북극곰의 털 색깔과 같은 생존 전략이다. 뺨을 긁적이는 것부터 원자폭탄을 터뜨리는 것까지, 인간의 모든 활동은 내적인 정신상태를 바꾸고자하는 욕구의 결과다.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엔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뇌는 빠르게 계산하여 감정이라는 형태로 답을 제시한다.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 감정보다 우세한 것은 역사적으로 위협과 연관된 상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처했던 주변 환경은 기회보다 위협이 많았을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어쩌면 더 일반적이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언어에 긍정적 감정어보다 부정적 감정어가 더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다. 사자와 맞닥뜨린 상황에서 재빨리 달아나거나 공격하기 위해서는 근육에 더 많은 피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심장이 더 빠르고 강하게 뛰게 된다. 두려움과 위협을 느끼는 순간 뇌는 즉각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심장이 더 빠르고 강하게 뛰도록 만든다.
오늘날에도 이 기능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박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전혀 다른 이유로 불필요하게 작동되곤 한다.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여자친구가 날 떠나면 어쩌지’같은 앞선 이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뇌는 진짜 위협과 상상한 위협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항상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이러한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 늘 작동하는 상태와 마찬가지다. 완전한 작동이라기보다 항상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기 중’인 셈이다. 그 결과로 주의력 결핍, 좌불안석, 피로감, 위장장애, 입마름의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증의 가장 일반적 원인은 장기적인 스트레스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직면한 뇌는 우리의 감정, 즉 기분을 통해 주변이 위험으로 가득하다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라’고 신호를 보낸다. 우울감을 느끼게 하여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머리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피해있다고 스트레스의 요인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뇌는 논리를 무시하고 회피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뇌가 오늘날 세계에 맞춰 발달하지 못한 탓이다.
우울증 위험을 키우는 여러 유전자는 동시에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랜 과거에는 감염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수가 많았고 우리 몸은 각종 감염증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진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했다. 상한 음식을 먹고 구역감을 느끼는 것, 부상 위험에서 몸을 사리는 것 등을 통해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우울과 불안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이것들이 우리의 생존을 도와주었기 때문일 지 모른다.
도파민- 뇌는 예측불허와 새로움을 좋아한다
휴대전화는 어째서 그렇게 유혹적인 것일까? 뇌의 전달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관련 실험에 의하면 뇌는 보상이 확실한 상황보다 기대감 속에 미래의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그 ‘길(path)’자체에서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은 주변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생존 가능성이 커지므로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는 본능이 생겨났다. 이 본능에 작용하는 뇌의 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음식과 자원이 부족했던 과거에 선조들이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했을 지도 모른다. 시대는 변했지만 뇌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식량을 찾아 도파민에 기대어 새로운 장소를 찾아 헤매지 않지만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전달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갈망한다.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한 우리의 타고난 애착을 활용하는 것은 도박 업체와 카지노만이 아니다. SNS의 끊임없는 새 장면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선조들이 새로운 환경을 보았을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뇌의 ‘보상 추구’ 행동을 따른다. SNS개발자들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행동과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을 고용해 연구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이미 우리 뇌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멀티태스킹은 기만이다
디지털 생활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멀티태스킹이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에 의하면 두 그룹으로 나눠 집중력을 살피는 일련의 실험을 한 결과 한번에 하나씩 수행하는 그룹과, 멀티태스킹을 하는 그룹 중 후자의 사람들이 집중력이 훨씬 낮았다. 특히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는 실험에서 제대로 필터링 하지 못했다. 마치 여기저기에 모두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였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스스로 뛰어나다 과신했던 사람들은 철자 암기 실험에서도 능력이 떨어졌다.
뇌가 가진 다양한 능력 중 ‘집중력’ 영역은 한 번에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여러가지 일 사이를 빠르게 왔다갔다 하고만 있는 것이다. 10여 초만 에 대상을 바꿀 순 있지만 문제는 뇌가 여전히 조금 전까지 하고 있던 일에 머물러있다는 사실이다(주의 잔류물attention residue).
뇌가 모든 공을 놓치고마는 형편없는 저글러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뇌는 멀티태스킹을 못하도록 우리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며 대신 ‘도파민을 분비하여 보상을 한다’. 우리가 이곳저곳 주의를 분산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 선조들이 주변의 모든 자극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 때 도파민이 분출됐다)이다. 주의를 흩트리는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위험이 될 지 모르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개나 고양이 등 일상에서 늘 ‘작은 변화에도 즉각 반응을 보이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는 동물 역시 같은 행동 세포를 갖고 있다는 것에 자연히 납득하게 될 것이다). 인류 절반이 10세도 못 되어 사망하던 시기에 빠른 주변 대응 능력은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며 뇌는 여기에 맞추어 진화했다.
우리는 집중을 방해하는 다양한 디지털 방해물들을 건너뛰면서 효과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 그저 수박 겉핥기인 정보가 기억으로 흡수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는 ‘원동력’은 우리가 이러한 상태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야 도파민이 분비되니 말이다.
다시 말해, 직장에서 혹은 시험공부를 하며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은 자신을 이중으로 기만하는 셈이다. 내용 파악 능력은 떨어지고 동시에 시간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
-휴대전화 의존증은 최근 청소년, 청년 우울증의 폭발적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더라도 말이다.
-운동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결해주고 집중력을 강화해주는 기적의 치료제다. 예를 들어 하루 5분 달리기만으로도 ADHD청소년과 성인의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인류가 사바나에서 살 때 사냥과 야생동물 피하는 활동에 하루 2~3시간을 사용했기에 현재의 우리 역시 신체 활동을 할 때 집중력이 강화된다. 다만 지금은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점점 많은 일을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아웃소싱하고 살아가면서 길찾기 외에도 다른 추상적 사고력을 잃어버렸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비판적이고 진취적인 정보 평가 능력을 얻게 될 수도 있으며 그렇기 위해 필요한 능력(그리고 약화되고 있는 능력)이 바로 '집중력'이다.
본 리뷰는 개인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 창작물(2차창작물)로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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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 원제 : SKARMHJARNAN (2019년)
지은이 안데르스 한센
옮긴이 김아영
펴낸곳 동양북스(동양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