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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베이컨의 신기관>오점과 오해 속에서도 시대의 사고방식을 바꾼 사람/귀납법 발명가 프랜시스 베이컨/학문의 진보를 막는 네가지 우상

by 돌냥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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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長短)의 개인사 속에서도 격동의 시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엘리트

베이컨은 대학에서 필수 과목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접하고 크게 실망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인간의 실제적 삶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그가 <신기관>이라는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상속을 거의 받지 못한 베이컨은 생계유지를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 친척 에식스 백작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는데, 훗날 에식스가 반역죄로 체포되는 일이 생기고 베이컨은 왕실 변호사가 되어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여 에식스는 결국 처형을 당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베이컨은 여왕의 총애를 얻어 출세를 하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은인을 배반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승승가도를 달려 법무차관과 법무장관, 대법관까지 거친 베이컨은 에식스 사건 약 20년 후 뇌물 수수 혐의로 고소 당한다. 대법관 재직시 관련자들로부터 받은 뇌물과 28가지 죄목의 고소를 그는 재판에서 모두 시인했다. 

저술과 연구활동에 전념한 베이컨은 많은 성과를 낳았다. 그는 우연한 발견에 의한 지식보다는 체계적 실험을 통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보았다. 그는 자연에 대한 참된 지식과 비밀을 알기 위해 기계나 도구를 이용한 계획적 실험에 집중했다. 

 

베이컨이 살았던 시대는 유럽에서 근대화가 뿌리내리는 시기였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유럽 전역에 휴머니즘 풍토를 조성했고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이 알려지며 유럽인은 더 넓은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은 교회의 힘을 약화시키고 개인에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16-17세기 활동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기존 천동설을 비판하고 지동설을 주장했다. 중세가 무너지고 새 근대사회가 형성되는 격동의 시대에 베이컨은 학문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학문의 진보를 위한 '대혁신' 계획을 세웠다. 그는 국가가 학문의 진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하며 국가의 지원을 받는 전문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자연과 사회를 탐구해 이 세상 모든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국가의 호응을 받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학문의 대혁신을 위한 <신기관>

베이컨은 학문의 대혁신을 위해 1620년 <신기관>이라는 책을 썼다. 라틴어로  Novum Organum,영어로는 New Organ '새로운 기관', '새로운 도구', '새로운 논리학'이라는 뜻을 지닌다. 여기서 기관은 화력 수력 등 힘을 기계적 힘으로 바꾸는 도구나 장치를 말한다. 베이컨은 연역법이 주축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한은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 주지 않고 학문의 진보에도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낡은 기관'으로 보았다. 

 

그는 <신기관>에서 인류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는 자연의 법칙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자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에게 자연은 지배와 정복의 대상이자, 인간을 위한 도구적 존재였다. 이는 근대 널리 퍼져있던 인간 중심주의를 반영한다.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갖춘 고귀한 존재이나 다른 자연 피조물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수단으로 활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여러 사상가들의 비판을 받았으며 슈바이처는 나무와 같은 식물도 '삶에 대한 의지'를 갖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존경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한스 요나스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를 추구했던 베이컨의 기획을 근본적으로 비판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부추김으로써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를 낳았으며 핵무기 개발은 인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됐다는 것이다. 

 

-풍요를 지향하는 이상 사회론 

베이컨은 풍요의 왕국을 이상적 사회로 간주했다. 학문 혁신과 과학 기술 발달로 인류가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의 영위할 수 있다고 여겼으며 이것은 그가 꿈꾼 거대한 근대적 기획의 최종 목표였다.

여러 사상가들의 유토피아 이론을 다양한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가, 않은가이다. 플라톤, 모어, 캄파넬라는 욕구의 절제를 바탕으로한 검소한 삶을 이상으로 제시했다면 베이컨, 마르크스는 고도의 생산성을 바탕으로한 풍요로운 삶을 이상으로 제시했다. 

 

-과학 탐구를 위한 우상 타파

우상이란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로막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리킨다. 그래서 베이컨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올바른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우상들을 연구해 이를 타파할 수 있다면 자연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포위하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째는 종족의 우상(인간이 만물의 척도다)이고, 둘째는 동굴의 우상(개인 각자의 편견)이고, 셋째는 시장의 우상(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인한 논쟁, 오류, 편견)이고, 넷째는 극장의 우상(잘못된 철학 이론이나 잘못된 증명 방법으로 인해 생긴 편견)이다"

 

-관찰과 실험에 기초한 귀납법

베이컨은 실용적인 학문관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학문을 탐구하는 이유가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발견해 자연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나아가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학문의 진보를 가로막는 것이 있으니 하나니 상기한 '우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연역법'이었다. 그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오류와 편견을 심화시킨다고 여겼다.

 

귀납법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객관적 자료나 경험적 사례를 모으는 것이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다양한 실험과 관찰이었다. 긍정적 사례 뿐만 아니라 주정적 사례도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적절한 제거와 배제 등의 방법을 사용해 참된 귀납 추론을 한다. 우선 낮은 수준의 공리나 원리를 도출하고 그다음으로 중간수준의 공리를 도출하여 최종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공리를 도출한다. 특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실질적 내용을 지닌 중간 수준의 공리인데, 이것은 자연을 탐구하거나 개발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납법을 통해 도출된 공리에서 다시 구체적 사례를 이끌어내 실험해봄으로써 그 공리가 옳은지 그른지 검증해봐야 한다. 

베이컨은 자신이 내세운 이러한 귀납법이 자연 탐구의 방법으로서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며, 점차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내가 자연을 해석하는 기술에 대해 해명할 때가 되었다. 나는 귀납법이 가장 유용하며 올바른 지침을 제공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지만, 이것이 (마치 이것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절대적으로 필요하다거나 완전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러한 지침에 첨가할 것이 없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정신을 그 자체의 선천적 능력의 측면에서 그리고 사물들과의 관계의 측면에서 고려하는 나는 다음 주장을 믿지 않을 수 없다. 발견의 기술은 새로운 발견이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성숙해질 것이다"

 

베이컨은 성과나 이익을 위한 실험은 단기간에 작은 이익을 가져다 줄진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학문의 진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빛과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실험은 당장은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지만 이러한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모은다면 지식과 학문이 진보해 결국은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보았다. 

 

"올바르게 고안되어 만들어진 공리가 실제로 적용된다면 작은 정도의 성과가 아니라 연속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낳는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학문을 진보시키고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빛을 가져오는 실험'에 치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베이컨의 귀납법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추론과 결론 형성에 대한 접근법(지식을 얻는 방식)에 있다.

■베이컨의 귀납법

과정: 베이컨의 방법은 구체적인 관찰과 실험을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 일반적인 원칙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추론: 구체적인 관찰과 특정한 자료, 사실의 수집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이론으로 일반화를 형성한다.
예: 이 사과는 떨어질 때마다 땅으로 떨어진다(특정 사례의 관찰 분석) -> 모든 사과는 떨어질 때마다 땅으로 떨어진다(일반적인 원칙 도출)베이컨은 물체가 땅에 떨어지는 다양한 구체적인 예를 관찰하면서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의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원리를 유도할 것이다.
공은 떨어진다-> 사과는 떨어진다-> 자전거는 떨어진다-> 사람은 떨어진다-> 지구에서는 모든 물체가 중력에 의해 떨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
과정: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은 일반적인 원리나 이론에서 출발해 특정 사례로 이어나가는 방법이다.
추론: 그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미 알려진 원칙이나 가정을 일반적인 원칙을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한다.
예: 모든 사람은죽는다(일반적인 원리(전제)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구체적인 경우)-> 소크라테스는 죽을 것이다(결론 도출)

요약하면, 베이컨의 귀납법은 구체적인 관찰에서 출발해 일반적인 원리로 나아가 결론을 도출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법은 일반적인 원리에서 출발하여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기존의 원리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베이컨의 경우에는 근본부터 (관찰에 의한 오류없는 정확한)지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

현대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과학적 방법을 개발하고 옹호한 것이다. 베이컨은 과학적 탐구의 기초로서 경험적 관찰, 실험, 귀납적 추론을 강조했다. 그의 연구는 과학 혁명과 현대 과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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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컨의 신기관 - 근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틀 


지은이 손철성 기획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펴낸곳 EBS 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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