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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 <아무튼, 스릴러>흥미진진한 '스릴러 전도서' / 칼럼스타일 짧고 재밌는 총서

by 돌냥 2023.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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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 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스릴러 덕후'의 흥미진진한 고백록처럼 다가온다.

단순히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추리소설의 깊은 숲 속에서 범죄와 스릴러의 다채로운 꽃들을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스릴러에 대한 장르에 대한 정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쓰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살인, 탐정, 공포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 드라마부터 멜로, 에로틱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방대한 영역을 탐험한다.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스릴러에 대한 협소한 이해를 넓혀줄 친절한 '스릴러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저자가 스릴러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무척이나 인간적이고도 개인적이다.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그의 학창 시절과 청년기의 추억들은,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저자를 스릴러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그 시절의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저자는 '끓는점'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통해 다른 장르와의 차별점을 우아하게 설명한다. 스릴러는 독자를 단번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녔기에, 누구나 쉽게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면, 다른 장르의 높은 '끓는점'이 어떻게 독자들을 지치게 하는지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반전의 매력과 스포일러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 소비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적어도 내 기억에 우리 사회(?)가 ‘반전’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시기는 영화 <식스센스>부터다. 대중적인 의미에서 유행어처럼 쓰인 것은 거의 틀림없이 그때부터라고 기억된다. 당시 중3이었던 나는 ‘진짜 무섭다’는 말만 듣고서 교회 친구들과 보러 갔는데 영화관에 들어갈 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나 반응을 캐치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저자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당시 <식스센스>를 보러 간 이들 중 영화관에 들어서자마자 스포 봉변을 당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상영관 입구로 향하는 길,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누군가의 단말마같은 외침을 들어버린...그랬다 그 때는. '영화관의 입구와 출구가 분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초딩시절 비디오로 봤던 <유주얼 서스펙트>도 영화관 개봉 당시에 그런 인간들(“절름발이가 범인이다!” 굳이 유포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꼭 뱉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못된 인간들. 90년대식 관종.)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책은 또한 스릴러 소설과 영화들에 대한 방대한 소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탐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의 열정적인 설명은 마치 스릴러 장르에 대한 사랑의 선언문과도 같다.

 

하지만 이 모든 탐험과 열정 속에서도, 스릴러가 다루는 '사건의 뒤편에는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경고는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범죄물에 대한 열정이 단지 살인 사건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관심은 그보다 훨씬 깊고 어두운 곳, 바로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의 심연'에 있다.

 

저자의 말에 동조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범죄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아마 '적어도 나는 안전하다'라는 기본적인 안도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이야말로 소설 속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시대다.

 

한국 사회에서조차 픽션을 뛰어넘는 듯한 충격적인 범죄 사건들이 발생하며, 저자는 이제는 더 이상 픽션과 논픽션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실에서의 범죄가 어떤 면에서는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스릴러 장르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형사들의 강의를 듣고 실제 사건 자료를 접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살인 장면의 사실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스릴러를 통해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스릴러 장르가 제공하는 정신적 자극과 스트레스 해소, 문제 해결 능력 향상 등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속 '사건의 뒤편에는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릴러의 진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중에도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고민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 범죄 사건에 대해 다룬 '잘 쓴 논픽션(Nonfiction)' 작품들을 추천하며, 이러한 작품들이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있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튼, 스릴러'는 이처럼 재치 있고 섬세하게 쓰인, 내가 처음으로 읽어본 스릴러 장르에 대한 안내서였다.

이 책을 통해 스릴러라는 매혹적인 세계를 탐험하는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인간 심리의 깊이와 현실의 무게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추천대상:

긴장감 중독자들 : 일단 평소 소설 안에서 모험과 긴장감을 즐기는 스릴러 덕후들에게 전반적으로 좋다

그들이 미처 아직 접하지 못한 좋은 스릴러 작품들이 이 책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해결을 재밌어 하는 사람 : 퍼즐같은 단서 해결과 추적에 관심있는 사람들

 

도덕적 고민과 심리학에 관심있는 독자: 저자의 스릴러 애호 이유도 이와 같다. 단순히 잔인한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도덕적 의문과 심리적 통찰력을 탐구하는 이들일수록 스릴러물이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책&저자 간단소개]

씨네21에서 일하며 에세이이스트이자 라디오, 팟캐스트,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가 ‘아무튼’시리즈의 하나로 ‘스릴러’에 대한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펴게 낸 책이다.

저자는 “구글에서 thriller를 검색하면 마이클 잭슨의 곡이 먼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상황에서, 스릴러를 정확하게 규정하고 그 테두리 안의 작품을 정확하게 정의하고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라고 말하면서도 본인의 다년간 커리어에 함축된 경험과 지식을 한껏 대방출하여 짧으면서도 내실이 엄청나게 탄탄한 이 책을 펴냈다.

책에서 예시로서 등장하는 수많은 스릴러 작품만 감상해도 스릴러 덕후가 되기 충분한 자격이 있을 듯하다(참고문헌에 정리되있음)
스릴러에 평소 관심이 많은 독자들과 관심이 덜한 독자들 모두에게 간편버전의 스릴러 총론이자, 전에 없이 신선한 ‘장르 브로슈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돌냥 정리-

 

 

 

 

내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스릴러는 다른 수많은 창작물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감춰진 것, 세상을 움직이는 욕망, 혐오, 가장된 교양, 편견을 탐구하고 드러내 보여준다.

 

 

 

반전이 유명한 작품들은 반전만으로 평가 받는 불운에 처하기도 한다.
‘너무나 유명한 그 트릭 때문에 흥미가 반감되었다’는 후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하지만 한 개의 트릭을 안다고 해서 범인과 그 동기까지 맞히지는 못한다는 사실.
고개만 들면 스포일러를 발견하는 세상 트릭에만 집중하면 피곤해지는 건 관객 혹은 독자뿐이다.
가끔은 알아도 모른척해야 인생이 즐겁다.
(나는 뒷통수맞는 재미로 추리물을 보는데..머리 회전이 살짝 둔한 편이 작품 감상면에서는 더 좋을 때가 많다ㅋ)

 

 

그러나 진짜 문제는 ‘명탐정’이니 ‘추리’하는 말이 실제 범죄를 다루는 뉴스에 전면으로 등장했을 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이다. 통계수치 뒤에는 사람이 있고, 명석한 추리 뒤에는 살해당한 사람의 시체가 있다. 잔인한 사건을 두고 “소설 같아요”라며 감탄하는 일은 현실의 강력범죄를 비현실로 소비하게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현실이 잔인하다고 잔인한 설정을 한 것 이용하는 창작물을 즐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현실의 문제를 픽션의 연장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픽션’과 ‘픽션 같은’은 전혀 다른 말이다. 픽션을 픽션으로 즐기려면 현실의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스릴러 읽기. 딱히 이로운 것들,이 있다면 따져보자


정신적 자극: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 뇌가 활성화되어 비판적 생각이나 인지 기능을 예리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

현실 도피: 스릴러 문학은 서스펜스, 음모, 미스터리로 가득 찬 세계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이러한 도피감은 일상적인 스트레스 요인들로부터 주의를 분산시켜 정신적으로 휴식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감성 지능 향상: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스릴러 속 등장인물과 교감하면 강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과 연민을 키울 수 있다.(바람직한 기능에 비해 그렇지 못한 소설 묘사들..)

어휘 및 언어 기술 향상: 스릴러 소설은 종종 고급 어휘, 복잡한 문장 구조와 함께 설명적 언어를 사용한다. 이 풍부한 언어에 노출됨으로써 독자는 자신의 어휘, 독해력 및 전반적인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으음?)

삶의 귀중한 교훈: 스릴러 소설은  내용적으로 인간 본성, 선과 악의 투쟁과 같은 주제를 자주 탐구한다. 이러한 주제를 숙고함으로써 독자는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문제해결능력 향상: 스릴 넘치는 이야기의 우여곡절을 따라감으로써 독자는 이야기에 내재된 단서와 미스터리를 풀려고 시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독창성과 상상력 고양: 긴장감 넘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스릴러의 특성은 독자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나 관점에 대해 영감을 줄 수 있다. 상상력의 자극은 개인이나 직업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요약 →현실도피, 스트레스 감소, 어휘력향상, 통찰력, 문제해결능력 향상
("추리소설이 지능 개발에 좋다는 것은 이를테면 거대한 농담으로, 부모들이 근심하지 않고 자녀들 손에 추리소설을 쥐어줄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고 말한 저자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돌냥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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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스릴러>

지은이 이다혜
펴낸이 이정규
펴낸곳 코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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