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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이토록 불합리한 결혼, 우리는 왜 하려고 하는 것일까 소노아야코의 '불순'하고 '관대'한 결혼관

by 돌냥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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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20대 후반에 <계로록-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흥미롭게 읽은 후 소노 아야코 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사두었다가, 구매 후 6년이 흐르고난 지금에야 이 책을 제대로 처음 읽게됐다

 

부부 사이의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이 에세이는 배우자와의 대화, 성격 차이, 바람기, 상대방가족 등 부부가 겪는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결혼과 사랑의 본질을 파헤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행복한 가정'에 대한 불신이 있었으며 고통을 견딜 수 없던 어머니의 자살시도에 동반될 뻔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 아나키스트 성향의 부모 아래 자신과는 정반대 환경에서 자라난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고 작가가 체험한 극과 극의 두 결혼생활을 통해 결혼을 믿는 동시에 또 믿지 않는 입장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사회에서 흔히 제시하거나 따라사는 대로 일반적인 조건이나 기대를 근거삼아 결혼하거나 나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을 조정하려하는 부부생활에서는 결코 행복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하며, 결혼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재단하지 않는 너그러움(관용)에 의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인간의 일생은 어떤 방식이라도 본인만 행복하면 되며 그러나 동시에 그 사람의 생애를 걸고 선택한 ‘한 인간을 대하는 방법’은 이치에 맞아야 하며 하나의 성역과도 같아서 어떤 사람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그렇지만 결혼생활 역시 시간이 오래될수록 익숙해지며 세월이 쌓이는 동안 무의식 중의 어떤 생활방식을 소유하게 되어 ‘자동화 반응’들 속에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책이 무엇을 뚜렷하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본인 또는 배우자의 ‘어리석음’과 ‘완고함’은 결혼생활에서 많은 고통과 시행착오를 남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실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자기를 앎’과 ‘너그러움’이라는 필터를 거쳐 본인이 속해있는 결혼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걸까?

 

결혼은 함께 하는 생애를 통해 각자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증명하게 되는 과정이다. 배우자는 원천적으로 타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과 동일해질 수 없다.

그렇기에 부부 사이의 모든 일은 ‘포기’를 하든가 ‘이혼’을 하든가 둘 중 한가지 입장을 취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추천대상:

결혼을 고려 중이거나 이미 결혼한 사람들- 결혼을 통한 인간 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부부 관계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찾고 있는 사람들- 작가의 독창적인 관점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부부 상황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 작가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사례와 경험담은 아는 척이 아닌 실제적인 조언과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문화와 사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 다르면서도 비슷한 일본 사회의 결혼과 가족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책&저자 간략소개

소노 아야코는 일본의 작가로 결혼과 가족 관계,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한 소설 및 에세이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은 깊이 있는 인간관계와 삶의 탐구를 제안하며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는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로, 결혼 생활의 복잡하고 신비로운 역학 관계에 대해 다룬 흥미진진한 에세이집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결혼- 이 불가사의한 유대관계-에 대하여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견해를 보여준다. 일본사회의 전통적인 결혼 관습과 가부장적 가족관계, 사회적 통념과 압박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인적 선택의 중요성과 사회적 인식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다. 
사랑과 헌신에서부터 도전과 타협에 이르기까지 결혼 생활의 다양한 면모와 함께, 결혼 관계 속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문제와 난관 그리고 이를 극복하여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과 방법에 대해서 부담없는 에세이 형식으로 자유롭게 열거해놓았다.  

 

 

 

 

아버지는 절대 악인은 아니었다. 사기를 치거나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거나 술에 취해 주정하거나 도박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단지 아버지는 자신과 다른 타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이 임원으로 일하던 회사의 사원이나 친구 등이 잘못을 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철저하게 책망했다. 잘못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아무리 사과해도 자신이 그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상대를 들볶았다. 만약 집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어머니로 하여금 밤새 잠도 자지 못하게 했다. 이것은 일종의 고문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순조롭게 살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으로 방증된다는 이야기를 전에 어딘가에 쓴 적이 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일은 노력함으로써 다소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결혼만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90퍼센트가 운에 달려 있다.. 굳이 말하자면 결혼할 상대에게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는 것이 노력에 해당하는 일이고, 조건을 붙이는 것이 스스로 행운을 배제하는 행위로 이어지는지도 모르겠다.

 

 

 

 

 

남녀 모두 결혼할 때 안목이 없는 시기에 한다는 것은 참으로 절묘한 인생의 함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한 인간이 출생도 성장과정도 취향도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살려는 생각 자체가 무모하지만 그걸 깨닫지 못할 정도로 젊은 시절에는 안목이 없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차이를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젊음의 순진함과 사랑스러움이란 바로 어른다운 안목이 없다는 것,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무방비 상태의 젊은 시기에 배우자를 결정하는 폭거를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다. 30~40대라는 시절에 상대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상대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간파해버린다는 데 있다. 어쨌든 배우자를 선택하는 요소의 대부분이 운, 나머지 얼마 안 되는 부분이 사람을 이해하는 자신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건 같으면 조금 남는 것은 버릴 수 있지만 심리적인 것은 조금 모자란 것이 좋다. 시간이 남아도는 것, 애정이 과도한 것 모두 결과가 좋지 못하다. 조금 부족할 때 인간은 ‘아, 조금만 더 있으면’하고 아쉬워한다. 어느 정도의 부족을 아쉬워하는 것은 인생에서 참으로 건전한 경험이다. 부족함은 인간에게 살아갈 의욕을 준다.

 

 

 

 

 

부부는 하나의 단위로 생활이 확립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 형제의 태도에 신경을 쓰고 부모의 안색을 살피고 친구의 비판을 걱정하고 이 모든 사람에게 성실하게 대하면서 나쁜 평판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가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나는 별로 섬세한 성격이 아니라서 내 식대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생활비를 보탤 것도 아니고 같이 살면서 보살펴주지도 않을 사람이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적어도 한 인간이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참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많은 남편이나 아내는 상대방 앞에서는 심신의 긴장을 유지하는 일이 낭비라고 생각하는부류가 많은 것 같다. 실제 어느 정도의 세월을 함께 살다보면 서로에게 새삼스러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람을 피울 기력조차 없어졌다는 것 역시 서로 잘 안다. 이 상태라면 두 사람 모두 타성에 젖어 죽을 때까지 함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그것이 현실이지만, 이 현실에 안주하여 노력하지 않는 심정이 참으로 쓸쓸하다.
긴장이 풀어지는 최대 이유는 그 사람에게서 타인의 존재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즉 그런 생활은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다만 어떻게 하면 이득이 되는지, 무엇이 편한지 등의 자기 중심적인 이기심만이 찌를 듯 남아있는 것이다. 
‘해이해진’ 부부는 그들은 정말 자기자신을 잃어서는 안 되는 주의주장이나 정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세상의 눈을 무서워하고, 자신의 신변안전을 꾀하며, 손해가 될 것 같은 일은 무조건 피해가는 것이 어른으로서의 지혜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신 작은 일로 남의 눈을 신경 써야 할 상황에서도 이제 나이 들었으니까 성가신 일을 못하겠다며 게으름을 피우고, 자신의 추함을 진심으로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나는 세상 사람이 서로 옥신각신하는 것은 성실하고 완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자신이 알 바 없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화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정신적 자유와 연결되고, 부부가 금전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에 오히려 순수하게 서로 정신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혼이란 둘이 살던 집에서 한 사람을 떼어내는 일이기에 당연히 가족으로서 완전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원만한 가정의 모습도 아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너무 조용해 허무한 느낌이 든다. 죽을 때도 혼자 죽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외로움을 알면서도 제발 저 지겨운 사람과 같이 살지 않으면 좋겠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감행해야 하는 것이 이혼이라는 대사업이다. 견딜 만큼 견딘 다음 이혼한 사람이라면 이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조용한 공간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좋은 말은 아니지만 이혼의 참맛이다.

 

 

 

 

요컨대 세상의 부부에 대해 우리는 더 냉정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들이 행복하게 되든지, 잘못된 선택으로 불행하게 되든지 타인이 알 바가 아니다. 또한 부부는 자신들의 생활에 개입하는 모든 부당한 요소는 부드럽게, 그러나 결연하게 거부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이유는 인간이란 타인에 대해 ‘적당히’ 균형 잡힌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부가 혈연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후천적인 육친’이 되는 것을 나는 일종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육친,이라는 것은 떠나가는 것을 슬프게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최종적으로는 승인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이다. 물론 그러는 도중에 원망하는 감정도 있을 것이고, 파괴적인 기분도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성적인 감정의 기본은 ‘그 사람이 행복하다면’이다. 인간의 생애를 어떻게 살다가 죽음에 이르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철학과 미학의 반영이다. 물론 누구나 이상적인 생활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면서 한 인간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할 때 부부의 모습도 좀 더 겸손해지고,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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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夫婦,この不思議な關係> 

소노 아야코 (會野綾子) / 오근영 옮김


출판사 책읽는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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