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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4천구 넘게 해부한 부검 전문가의 '극한직업' 이야기

by 돌냥 202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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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부검’.

이전에 알지 못했고 앞으로도 결코 쉽게 들을 수 없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다양한 시신(屍身)의 상황과 업무적 고충들을 저자 특유의 페이소스로 녹여내는 묘사를 읽는 동안 초반의 으스스한 무서움보다는, 더 읽고 싶고 알고 싶고 어느 샌가 나와는 다른 세계의 거리가 먼 캐릭터인 저자에게 깊이 공감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기존에도 강행군이었던 부검일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시신 증가와 과중해진 업무량이 작가의 직업관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시대 흐름과 현실적 이유로 부검 전문가의 입지가 어떻게 전환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를 읽으면서 살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세계의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추천대상:

평소 죽음이라는 주제와 연관이 있는 직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과 감정에 빠져있을 때 자기도 모르고 돕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사람

부검이라는 작업에 대해 한번쯤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껴본 사람

세상에 독특하고도 희귀한, 그러나 의미있고 가치있는 (힘든)직업들에 대해 남다른 공감을 느끼는 사람

에게 추천

 

 

 

 

나는 삶의 유한함을 직시하면서 일하고 춤추고 사랑하며 살아가려 한다

-프로일라인 토트(필명)-

[책&저자 간단소개]

매력적인 스토리라인과 깊은 통찰력이 담긴 직업 에세이다. 저자 유디트 브라우나이스는 뮌헨공과대학병원의 부검 어시스트로, 부검 전반 과정과 함께 유족들이 직면하는 슬픔을 돕고 상담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리과 직원이다. 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죽음의 의미와 유족의 상실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마음을 기울여야하는 직업이다. 코로나19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부검 작업과 업무량 증가하며 그녀에게 직업적 위기가 한차례 찾아왔지만 유족들과 주변 직원들에 대한 의무감과 감사함으로 자신의 직업을 계속해 나아가기로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으로 인해 어두운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된 연민과 지지를 보내며 삶의 가치를 찾는 법을 말하고 있다. 부검 어시스트라는 전문성과 유족들과의 따듯한 연결을 통해 인생의 작지만 찬란한 기쁨을 누리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를 얻고 있으며 일상에서 외면되는 특수 직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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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5년 넘게 4천구 넘는 시신을 다루며 부검전문가로 일해온 저자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단순히 제목의 ‘고양이’와 ‘천국’에 이끌려 매우 경솔(?)하게 책을 집어든 나는 책의 중반부까지도 과연 이 책을 계속 읽는 것이 내게 유익한지에 대해 긴가민가 해야했다 (부검 과정에 대한 그 과도할 정도로 상세하고 덤덤한 TMI들 때문에..)

 

고인과 유족을 돌보는, 누군가는 해야할 아름다운 일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는 다행히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최근 읽은 어떤 책보다도 강력한 여운을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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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유디트 브라우나이스는 뮌헨 공과대학 병원의 '부검 어시스트'이다.

의사도 아니고 장의사도 아닌 그 둘을 돕고 협력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 직업은 내게 아주 생소하게 다가왔고, 독일에도 이렇게 노동량 대비 처우가 박한 '극한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물론 한국의 부검 세계는 어떤지도 당연히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친숙함을 느끼기 힘든 이 부검 어시스트라는 일은 부검의를 도와 시신을 해부하거나 관리하는 일을 하고(예를 들어 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시신들의 머리만 잘라내어 이를 모아놓는다거나ㅠ), 다른 한편으론 비탄해 빠진 유족들을 직접 대면하여 애도하고, 장례 절차를 안내하고, 정신상담까지 하는 '사후 종합 업무'를 맡는다

 

저자의 세세한 업무 보고들을 읽고나니 시신을 해부한다는 게 단순히 냉정하고 침착한 강심장만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엄청난 육체적 강도는 물론, 한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일이다 게다가 부검 전후 과정을 내내 혼자 도맡다시피 하는(시신과 단 둘이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야 하는..)상당히 외롭고 고된 일이다

 

홀로 100kg이 넘는 시신을 운반하는 것부터 시신 못잖게 엄청난 무게의 시신 수레를 소독하는 것, 부검대 위로 시신을 들어 옮기는 것..등 건장한 남자가 하기에도 힘든 노동 루틴을 여자 혼자 어떻게 감당했을까,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와중에 시신 인도를 독촉하는 장의사나 시신에 대한 기록 파일을 요청하는 동료들, 빠른 염습을 재촉하는 유족 등.. 고수위 육체노동과 고수위 정신노동이 순간 순간 뒤섞인다 그야말로 폭발직전 소용돌이 속에서도 시신을 대하는 일이기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하는 그녀의 멘탈과 체력은 거의 신계(神界)에 가까워보인다

 

 

[궁금해서찾아봤다]
부검 어시스트란(autopsy assist) ? :

직역하면 '시신을 준비하는 자'라는 뜻이지만 보다 폭이 넓은 일을 맡는다. 독일에서의 이 직업은 부검 시 부검의의 조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부검 전후에 시신을 관리 및 처리하고 유족들에게 장례 절차를 안내하고 상담까지 하는 병리과의 직원으로, '부검 코디네이터'라고 달리 부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검하는 의사를 보통 법의학자라고 부르며, 부검을 중점적으로 하는 업무 특성에 따라 법의학자의 대부분은 병리과 전문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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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노동 복지가 나을 거라 예상한 독일에서도 이 정신·육체· 감정 소모가 대단한 3D 직종은 일상의 보통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음지의 수퍼맨' 같은 일이었다 

직접 종사하는 이들이 아닌 이상 가까이에서 도움을 받는 유족들조차 그 세세한 노고를 알기 힘들다 

 

죽음의 병리학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인의 마지막 몸을 최대한 존엄하고 정성스럽고 깨끗하게 지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궃은 일을 처리하는 부검 어시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장례식 절차 중 '눈에 보이는' 진행과 위로를 제공하는 목회자들에게 유족들의 인정과 감사가 몰리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단순히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바라고서 이 일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 일은 죽음 그리고 시신에 무덤덤할 정도로 사무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의 의미와 유족들의 상실감에 깊이 동조하는 공감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만이 계속 남아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다보면 일종의 산업재해처럼 종사자 개인의 삶에서 원치않는 온갖 트라우마와 육체적 직업병에 시달릴수 밖에 없는데,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고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특정한 사명감이 없다면 득보다 소모가 커보이는 이 일을 결코 해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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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브라우나이스는 업무적으로는 철두철미한 냉철함을 보이지만 내면만큼은 타고나게 민감하고 따듯한 위로자다

 

그녀는 예상대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고, 또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할머니였다

사랑했던 할머니의 죽음과 노인요양원에서 일했던 어머니 때문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해 무서움보다는 깊은 호기심을 느껴온 것 같다

 

너무 솔직해서 당황스러운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어릴 때에도 시체를 다루는 일 말고는 다른 일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_@ 요즘같은 세상엔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심지어 부검 어시스트가 된 이유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온갖 끔찍하고 흥미진진한 사건을 조사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궁금해서찾아봤다]
부검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

1.범죄 수사 및 사망 조사 분야에서의 필요성
부검 전문가는 범죄 사건에 있어서 증거를 수집하고, 사망 사례를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범죄자를 추적하거나 의학적 원인을 밝힐 수 있다.
2. 의학 분야에서의 필요성
부검 전문가는 의학적 사례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하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진단이나 검사 보완을 위해 발생한 의문 사례의 경우 부검 전문가의 조사 과정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부검 전문가는 의료, 법률, 사법, 과학 연구 등 많은 분야에서 필요한 직종이다. 최근에는 보다 발전된 인공지능 기술들이 많은 부검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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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어시의 특별함은 다름 아닌 포지션 자체에 있다

부검은 곧 시신 해부다

 

의사가 부검을 안하기로 결정하면 시신은 즉시 장례를 치르게 되지만, 의사가 부검을 결정하면 병리과 직원들은 법적 절찰를 따라 고인의 유족으로부터 부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충분한 부검 정보 설명이라는 기술적 측면 외에도 유가족의 입장을 고려한 '심리적 배려'가 필요한데 '임상 의사' 입장에서 결코 쉬운 대화는 아닐 것이다(살면서 경험해 온 의사들만 떠올려보더라도 다분히..직업적 특성이라 이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검 어시스트가 부검 과정에 대한 정보를 유족들에게 전달하고, 부검 후 유족들이 다시 시신을 보았을 때 원래처럼 말끔하게 복원되리라는 것을 신뢰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뜻밖에도 부검 어시스트는 사람의 시신을 완벽하게 다룰 뿐 아니라, 이런 엄청난 난이도의 소통의 대가들인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시신을 '최상의 모습'으로 유족들에게 보이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다양한 원인으로 죽게 된 시신을 유족들이 꺼려하는 모습으로 마주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TV나 영화에서의 묘사와 달리 실제 절개나 봉합은 많이 다르며, 부검 후의 시신 모습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분장한 것보다 1,000배는 더' 잘 꿰매져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부검 어시스트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며 저자는 매우 언짢음을 표했다)

 

 

[궁금해서찾아봤다]

출처 : 청년의사 2021.09.06 김은영 기자 <어느 날 '부검하는 의사' 법의학자가 사라진다면?>

우리나라 법의학자 실정은 어떤가해서 찾아보니, 저자가 말한 상황(부검의 감소와 1인당 과중업무)과 크게 다르지 않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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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없이 늘 그늘진 곳에서도 즐거웠던 그녀의 부검 어시스트 일은 사망진단서 양식이 바뀌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거의 모든 부검의들은 사망진단서의 부검 여부에 ‘아니오’를 체크했고 유족들 또한 사인이 명백한 경우에 굳이 비싼 부검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임상부서에서는 주로 '현재 환자에 대한 치료 제공'에 주력하지만 병리학 및 해부학 분야는 '미래의 환자를 위해 최상의 치료 가능성 연구'를 목표로 한다 환자 치료를 위한다는 면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것이었지만 비용 절감 명분과 일반적 부검에 대한 몰이해로 부검 부서는 구조조정되었고, '그녀의 일은 2인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오랜 세월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보다는 홀로 해내는 고립감과 더 심해진 업무 강도, 줄어든 체력 등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이곳에 머무르기로 결정한다 

고인과 유족 그리고 친절한 병원직원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었다

 

평소 누구에게 얘기하든 사람들은 자기 직업을 말하면 소름끼쳐했고 그래서 잘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꿈꿔온 직업을 ‘그저 돈을 버는’ 직업으로 여기기로 관점을 바꾸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직무들에 대해 끊임없이 트집을 잡기보다 일 속의 작은 기쁨을 즐기기로 했다 (직업의 정점과 바닥을 모두 훑은 이의 허탄한 고찰과 더 없는 솔직함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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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방문하는 장의사와의 따듯한 우애가 코로나 후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직업의 위기에서 그녀를 살려냈다

늘상 어깨와 허리디스크에 시달리고 유족들의 죽음과 슬픔에 둘러싸여 있는 장의사들에 대해 그녀는 깊은 존경심을 느끼며 자기 일의 외로움을 달랬다

그녀는 시신을 안치하는 것, 유족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며 그들 곁을 지켜주는 일을 새로운 꿈으로 삼게 되었다

 

부검 작업을 계속하면서도 '애도 상담'이 유족에게 진정 힘이 된다는 것을 저자는 알게 되었다

완전한 냉정을 요구하는 부검 업무와 달리, 애도 상담가 일을 할 때는 헌신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굳이 무엇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정한 연민과 배려로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주고 싶었다

이 모든 것에 그녀는 헌신적인 동시에 최초 부검 일을 선택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의미있다고 여기는 것을 끈질기게 붙잡고자 하는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과 끈질김'을 갖고 있었다 

염증까지 느꼈던 일을 진정으로 즐겨하는 고수가 되기까지 그녀는 그녀 마음 속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살아온 것이다

 

[궁금해서찾아봤다]
고되면서도 수고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일, 앞으로도 부검 전문가라는 직업이 필요할까?:

앞으로도 부검 전문가는 여전히 필요한 직업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부검 전문가들은 사망 원인을 밝혀내고, 범죄 사건이나 의학적 이유로 발생한 미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는다. 또한 의학 연구 및 질병 예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과거 사례를 연구하는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따라 일부 업무 과정이 자동화되거나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의 발전과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부검 전문가들의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지식 없이 완전히 대체될 수 없는 수준이다.
 
결국, 부검 전문가들은 사회와 과학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계속할 것이며 인간의 역할과 기술의 통합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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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전문의 브라우나이스의 경험담은 직종을 떠나 인생의 어떤 직업이든 적용할 수 있는 진정한 사수의 현실적인 가르침이 된다

사람의 속살을 말그대로 낱낱이 들추는 일을 하기에 누구보다 냉혈 인간일거라 오해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삶의 가장 고통스럽고 어두운 면을 매일 마주하기에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듯한 마음의 충전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온혈' 인간이었다

 

 

직업적 고충과 사람들의 외면과 홀로 감당하는 외로움, 이 모든 것들을 거쳐서 그녀는 결국 '인생의 진정 찬란한 것들'이 무엇인지 더욱 잘 헤아려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부검전문의라는 일을 알기 전과 알게 된 후가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앞으로도 그녀의 일은 밖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지지 않는 가치들로 더 가득하겠지만, 그녀의 일과 인생은 누구의 것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를테면, 그녀가 '사랑하는 반려묘의 털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쉬는 일', 이 작디작은 찬란함을 가장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높은 감정 민감도는 자신을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 항상 끊임없이 더듬이가 뻗쳐있고, 마음이 활짝 열려있으므로 삶에서 실망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왜 아무도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거지? 나는 왜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 받지 못할까? 누가 나를 이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구해줬으면 하는 강렬하고 세찬 갈망이 나를 짓눌렀다...

20년 이상 매일 죽음과 맞닥뜨린 나날은 결국 나를 징징대고 변덕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감정이 범람하며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이 차에 실려가는 것을 보면 항상 울음이 터져 나온다. 첼로 연주를 들을 때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스위치를 켜는 것처럼 강한 전사는 물러가고 울보가 등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남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로서는 완전히 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더는 그리 중요하지 않는데 그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낀다. 내 직업이 괴상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시신을 자르고, 애도하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의구심을 표한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말하고,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며, 일하면서도 울고 싶으면 운다. 깨어있는 예민한 감각으로 압생트 없이도 유령과 요정들을 만난다. 밤에 침대 옆에 누가 나타나는 것을 보는 것은 내게 드문 일이 아니다.

나는 종종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감을 느낀다. 또 선행에 대한 믿음은 그 반대의 경험을 하기까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의 에피소드들은 내 직업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둠이나 외로움, 비틀거림은 빛과 웃음, 쾌활함과 꿈, 그리고 악몽만큼이나 내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몇 년전부터 악몽이 시작되었다. 꿈이 아닌 듯 느껴지는 상황에서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깨어나서는 갑자기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 상태는 내가 의식을 되찾고 꿈을 꾸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지속된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꿈일까? 나는 죽음에 대한 불안한 꿈에서 그럴듯한 행복한 결말을 얻지 못했고, 악몽은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가능한 한 악몽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나는 내 우주를 신뢰한다. 그것은 항상 나를 놀라게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지상에서 베푸는 선한 행동으로 인해 결국에는 천국에서 연어(Salmon)로 보상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평생 몽상가로 살아왔다. 그래도 상관없다. 회의론자와 과학자 그리고 합리주의자에 의해 삶의 신비가 벗겨지는 것도 전혀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우주에 살아요. 그것도 괜찮아요. 저 위에서는 나를 알아보시거든요.”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매일 나는 죽음 앞에서 살아간다. 또 항상 내 옆에는 20여구의 시신들이 놓여있다. 어떤 운명은 더 빠르게 삶을 벗어던지고 어떤 운명은 덜 빠르게 삶을 마감한다. 나는 지상에 있는 동안은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걱정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매일 아침 일어나 죽은 자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면서 최선을 다해 의무를 다할 뿐이다. 
나는 낮 동안 그 어떤 시신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것을 약속한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누군가에게 내가 빛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족들이 사랑하는 고인을 내 손에 편하게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은 사람이다. 죽음과 함께 사는 삶을 살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과연 깨달을 수 있었을까?

 

 

 


나는 여러분의 삶에 꽃길이 열리길 바란다.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으며 큰 꿈을 꾸고 기적을 믿기를 바란다. 이 우주는 당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서로를 돌보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길 바란다. 기쁨과 축복을 느끼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야말로 그 누군가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될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춤추며 살아가라! 천국의 천사들과 나중에 만났을 때 서로 무엇을 할지 몰라 어색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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