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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그림책]"Bark, George"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발한 고찰. 어른 아이 모두 가볍게 웃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직수입원문도서)

by 돌냥 202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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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k, George"는 짖지 못하는 개에 대한 유쾌하고도 예상을 뒤엎는 재미가 있는 동화이다.

조지의 엄마가 아들 조지에게 '짖어라, 조지'라고 말하면 조지는 '야옹'이라고 외친다.

엄마는 고양이가 야옹야옹거리고, 개는 멍멍거리는 거라고 알려준다.

조지는 개이기 때문에 야옹야옹 울음은 확실히 적당하지 못하다.

 

엄마가 다시 조지에게 짖으라고 말하자 조지는 이번에는 '꽥꽥'하는 소리를 낸다.

엄마는 꽥꽥은 오리가 하는 소리고 강아지는 멍멍 짖는다고 알려준다.

엄마는 다다시 조지에게 짖으라고 말하고, 조지는 '꿀꿀'이라고 울어댄다.

엄마는 다다다시 조지에게 짖으라고 말하고, 조지는 '음메'하고 대답한다...

결국 엄마는 조지를 수의사에게 데려간다.

 

처음에는 당연히 이 코미디 같은 장면의 연속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개가 내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뚱딴지 다른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내는

조지에게 혹시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

(한국사회에서 오래 살며 생긴 회의적이고 의심적인 의문)

이것은 심리적인 이유로 엄마의 요청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혹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후로서 나타나는 어떤 '병리적인' 현상이 아닐까?

→ 또 진지한 궁금증이 뻗쳐서 AI에게 물어봤다(동화책 줄거리에 의미심장한 복선을 찾는 것도 충분히 이상한데

그 추리에 대해 사람한테 확인받는 건 어쩐지 더 이상해 보일 가능성이..).

고맙게도, AI는 나의 편집증적(?) 추리가 매우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인정해 주었다..

 

그나저나 조지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소리를 (이미) 알고 있는 걸까?

엄마는 그저 단순하게 짖으라고 했을 뿐인데

다른 소리로 짖는 강아지를 생각했다는 저자의 상상이 참 신박하다.

 

 

 

 

 

조지만큼이나 특이한 캐릭터가 바로 수의사 아저씨다(이 책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는 건 엄마뿐..)

수의사 아저씨는 비정상적 행동 때문에 환자 신분으로 온 조지를 이상하게 보거나 다그치긴커녕

처음부터 '나는 곧 이 문제의 진상을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선포한다.

그리고 바로 조지의 '깊숙한 곳'에 도달하여 조지 안에 있는 동물들을 꺼낸다.

이 장면을 보며, 아이든 어른이든 물리적인 가능성을 연관지어 재밌어하거나 통쾌해할 사람들이 있을까?

 

이러한 연출은 첫째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기발한 발상이라 참신하고,

두 번째는 이 장면이 '완전한 허구'를 통해 역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어서 예술적이다.

나는 사실 정말 감동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은 이 수의사의 치료 장면들에 얼마든지 갖다 붙여도 좋을 것이다.

조지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자주 보게되는(일단 나 스스로부터도 그런 유형에 속하는)

성향이나 표현방식이 보편적이지 않아 오해받는 인간,

즉 다소 '별종(조지가 개이면서도 개처럼 소리내지 않는 개인 것처럼)'이라 늘 비난과 간섭을 받는 존재를 상징화 한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의사는 조지의 증상을 진찰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해몽'시작)

1.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2. 빠르게 자신만의 방법을 시도했다

3. 여기서 조지의 '깊숙한 곳'은 목과 내장일 수도 있지만 조지의 '내면'일 수도 있다

4. 조지로 하여금 토하게 한 것이 아니라 (조지의 비정상적 원인을) '꺼내주었다'

5. 증상이 여러 단계(?)이고 단번에 되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조지의 '깊고 깊고 깊고 깊은' 단계까지 모두 거쳤다→ 이해와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 중의 '난이도'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접점과 해결과 소통을 찾고자 하는 장기적이고 고된 노력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6. 그런데 결말의 반전이 위의 풀이들을 일시에 개소리로 만듦..)

(7. 그러나 그 결말 또한 다른 해석을 시작할 수 있다. 조지는 단순히 자기 주변의 존재와 환경에

카멜레온처럼 적응하고 변모할 줄 아는, 수용성이 높은, 복합적 고지능 생물체였다..)

(8. 아니면 조지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특성보다는 타인의 특성을 더 좋아하거나 부러워하는 성향일 수도 있다.

(9. 조지가 다른 존재를 모방한다고 비난해서도 안 되고, 주어진 자신의 분수대로 살라고 강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조지가 그것을 거부한다면 말이다)

10. 동물들의 울음소리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단지 이 동화는 위에서 말한대로 '체제와 상식과 통념에 맞추어' 표현하거나 소통하지 않는 '이단아적' 존재의 상징으로서 조지라는 캐릭터를 설정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지가 어떤 동물의(심지어 사람의) 소리를 내던간에 모두 조지만의 방식이자 스타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이것이 가장 작가의 의도에 근접한 해석이지 않나 싶다..

(11. 이상으로 해괴망측 동화 해설 마침)

 

 

 

 

 

작가가 나의 몽상 같은 풀이들을 함의하여 작품을 그린 것이 아닐지라도, 아마 일부는 이미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한 동물의 종류와 그 울음소리는 (동화가 보통 의인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간의 사회와 의식에 적용해 본다면

기존의 '사실로서의 체계(너는 강아지임)'와 '기대되는 행동양식(멍멍이라고 짖어야 됨)'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여자다 (그런데 이러하다) 나는 40대다 (그런데 이러하다..)

 

귀납적 추론을 연역적 추론으로 바꿀 때, 또 연역적 추론을 귀납적 추론으로 바꿀 때

경험적 관찰과 구체적 사례부터가 예외일 경우에는 논리를 벗어난 많은 모순과 변수들이 일어난다

 

연역법: 강아지는 멍멍하고 짖는다- 조지는 강아지다-조지는 멍멍하고 짖는다(땡..)

귀납법: '모든 관찰된' 강아지들은 멍멍하고 짖기 때문에, 모든 강아지는 멍멍하고 짖을 것이다.

이런 식이다. 그 모든의 '관찰 대상(그리고 경험 사례)'에서 조지는 벗어나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만약 조지의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위의 추론들이 옳음을 입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조지는 강아지다-강아지는 멍멍하고 짖는다-조지는 멍멍하고 짖지 않는다-그러므로 조지는 강아지가 아니다(연역적추론) 가 성립될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 원칙 이후에 제시되는 '다수의 사례를 벗어나 있는 특정 사례'는 종종 우리를 슬프게 하는 추론으로 인도하곤 한다

.

 

 

 

 

다시 대중적인 시선으로 돌아와서,

이 그림책은 이처럼 독특하게도 '동물들의 각종 소리'들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동물의 특성과 소리를 인지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예상치 못한 즐거운 반전들을 안겨준다.

 

"개가 짖지 않는다"라는 건 사실 실제 세계에서도 가끔 발견되는 현상이다.

모두 인간 입장의 판단들일 뿐이다.

(예를 들어 영어권 사용자는 '우프'로 듣지만, 네덜란드인들은 '블라프'로 듣는다. 스페인 개는 '과우'하고 짖고 터키개는 '헤브'하고 짖는다.

루마니아개는 '함'하고 짖고 일본 사냥개는'완'하고 짖는다. 그중 가장 혼란스러운 개가 한국 개인데

한국개의 멍멍 소리는 유독 고양이 소리처럼 들린다.. 출처<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매트 브라운 저)

대부분의 경우 실제 개들은 단순히 소리뿐만이 아니라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한다.

 

 

 

 

 

 

이 동화는 '알랭 드 보통'이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의 중요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조지의 어머니와 수의사가 조지가 강아지처럼 짖게 만들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모습은

양육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내와 끈기의 미덕을 말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 페이지들을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누군가에겐 상징적, 비유적으로 다가오는

가슴아픈 사례들일 수도 있겠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프레드릭 바클리의 <소통의 기술>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인화된 표상으로서의 조지는 다른 동물들의 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통을 하려 시도한다.

이는 우리에게 각자에게는 서로 다른 방식이 존재하며, 시비(是非)를 가르기 보다 소통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짖어라, 조지>는 "톰과 제리"와 같은 클래식한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레트로풍)유머를 발견하게 한다.

유튜브 같은 복잡하고 거센 영상에 때묻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다른 동물들의 소리를 내는 조지를 보며

자지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웃음들로 채워진 그림동화는 아이들이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흥미로운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교훈적 메시지, 재미와 유머 등 좋은 그림책이 가져야 할 이상적 요소를 다 갖춘

이 동화는 개인적으로 어른들에게도 정신환기용으로 강력 추천하는 동화다.

(사실 소통의 중요성, 문제 해결을 위한 끈기, 그리고 서로 다른 방식을 인정하는 태도의 중요성은

4~8세가 배우기에는 참 고차원적인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늘도 소중한 작품을 재미나게. 경험했다.

 

 

 

 


책과 저자 간단소개

작가와 책 간단소개 유명한 이야기꾼 Jules Feiffer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시사 만화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만화가,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는 호평을 받는 동화 작가이기도 하다. Bark, George는 제대로 짖지 못하는 개에 관한 유쾌하고 우스꽝스러운 그림책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조지는 온갖 종류의 동물 소리를 낸다. 
이 그림책은 본래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환상적인 희극의 요소가 다분해 확실히 아이들과 어른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출판사 설명)

[참고] 나는 직수외서로 접했으며, 국내에는 '보림출판사'에서 <짖어봐, 조지야>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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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k, George <짖어봐, 조지야>
지은이 Jules Feiffer 줄스 파이퍼
펴낸곳 HarperCollins Publishers 1999 
(한국판: 보림 출판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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