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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

[책]<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스뇌볼렌상 수상작/스웨덴 그림책/계속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의 속마음

by 돌냥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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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소재로 하여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담아낸 책이다.

 

주인공 나는 목요일 학교 운동장 탁구대 위에서 놀다가 바닥으로 '쿵'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치게 된다.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다.

사람들의 시선집중, 처음 보는 많은 양의 피에 당황하는 한편 이어지는 글쓰기 시간과 수학 시간, 미술시간의

수업 내용 조차 모두 상처를 소재로 진행될 만큼 아이들의 호기심이 자극받는다.

다리가 불편해진 나는 전처럼 탁구대에서 놀 수는 없게 됐지만 친구들의 배려로 다른 놀이를 하고

식사나 수업 준비 등 학교에서의 여러 행동들에서 도움을 받는다.

금방 나을 거라는 선생님의 말에 궁금해진 나는 커다란 밴드를 조심스레 떼어내고

다음날 커다란 딱지를 드러낸 채 학교에 간다.

아이들은 내가 처음 다친 그 순간처럼 딱지를 보고 몰려든다.

체육시간이 되어 수영 수업을 받으며 나는 제일 먼저 다이빙을 한다.

아이들은 내가 아닌 물에 가라앉고 있는 조그만 딱지를 바라본다.

순간 놀란 나는 눈물이 찔끔 났지만 분홍빛을 내는 보드랍고 매끈한 살을 보며 안심한다.

 

 

 

 

1학년들이 달려왔습니다. 2학년들도 달려왔고요.

4학년 니콜라스랑 방과 후 교실 친구들도 몇 명, 합창단 사람들이 모두 왔고, 3학년에 키 큰 안나랑 5학년 절반 정도, 6학년은 두 명이 왔어요.

그리고 야르모 선생님이 왔고, 시세의 언니가 왔고, 요니 선생님은 청소 카트를 몰고 왔어요.

뒤따라 비둘기가 한 마리 왔고, 악셀이 왔고,

마지막으로 온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어요.

"피다." 누군가 말했어요. 내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거든요.

 

 

 

 

동화는 이야기 이전에 사실적인 일상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라켓이 부서져서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뛰어다니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 새 라켓을 보완해 주지 않거나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도 현실적이다.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다양한 사정으로 다치게 된다.

그리고 아이는 다치는 순간의 충격과 함께 그 당시에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묘한 체험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체해서 스파게티를 토한 이후 두 번째 방문하는 교사 휴게실의 정경(이 모습도 현실적으로 디테일한 나머지 웃음이 난다)과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의 상처에 대한 위안과 케어를 받는 과정이 차분하고도 정감있게 그려진다.

상처 자체 보다는 상처 이후의 아이들의 반응은 어른과 다른 관점을 가진 아이들만의 세계를 확인시켜준다.

나를 포함해 아이들은 놀람과 절망에 대한 집중보다는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은 경험이라는 차별화'자체에 집중하는 듯하다.

자신이 붙여보지 않은 아주 커다란 '밴드'와 내가 흘린 '피'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불을 붙인다.

 

 

 

 

아르모 선생님이 말했어요.

"초록색이나 파란색으로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말이 안됩니다!"

결국 선생님은 빨간색 수채화 물감을 꺼내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처를 주제로 한 이 이야기는 아이만의 이중적 심리에 대해서도 잘 표현해 준다.

아이는 상처로 인해 두려워하면서도(상처의 아픔보다는 상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상처로 인해

받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듯 하다.

지나가던 아르모 선생님이 밴드가 잘 붙어 있는지 물었어요.

"네, 잘 붙어 있어요."

"그래, 그럼 금방 다 나을 거야."

"네에에?"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어요.

밴드 끄트머리를 아주 조금만 잡아서 살살 들추어 보았어요.

상처가 사라졌으면 어쩌죠?

 

 

 

수업 시간 다이빙을 하면서 무릎에서 딱지가 떨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아파서 운다기 보다는 '딱지(상처에 대한 대표적 상징)의 상실'을 걱정한다.

딱지는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 '흉터'가 남았다.

아이의 마음에 대한 내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선생님은 나를 안심시킨다.

"이 자국은 아마 오래오래 있을 거야."

 

 

 

 

주인공은 생각보다 예쁜 상태의 딱지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대한 안심과

딱지는 아니지만 이 흉터로 인해 당분간 계속 지금 같은 아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안심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이 동화는 단순히 아이들의 일상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는 사실성 만큼이나 아이들의 숨겨진 내면의 욕망에 대해 놀랄 만큼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요즘에 상처가 났다고 해서 이렇게 '요란을 떨어주는 착하고 다정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을까?

물론 스웨덴 동화 속의 이 학교는 학년별로 최소 인원으로 구성된 자그마한 공동체로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 아이들의 단순한 원함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주고 '사랑 받으면서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아이들이 바란다는 사실을 이 동화는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좋은 느낌이 든 나쁜 느낌이든 '직접 자기 몸으로 겪는 경험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유년기에 처한 아이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벌써부터 어른의 바쁜 삶처럼 쫓기면서 드러난 겉면만 바라보는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자기 경험의 내면적 느낌들을 유심히 기억하고 관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저자 (글&그림)소개:

엠마 애드버그(Emma Adbåge)는 스웨덴의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주로 쓰고 그리고 있다.
1982년에 태어난 엠마는 스웨덴의 문학과 예술계에서 독특하고 따뜻한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작품은 어린이들의 일상 생활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어린이 책의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녀의 책은 종종 가족, 우정,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 그녀의 작품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나라의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엠마 애드버그의 책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품으로는 "Leni blir en bebis" (레니는 아기가 된다), "Gropen" (구멍) 등이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어린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유쾌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녀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하면서도 표현력이 풍부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엠마 애드버그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스웨덴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여러 상을 수상한 엠마 애드버그의 작품은 어린이 문학 분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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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 원제: <Såret>

 

지은이(글, 그림) 엠마 아드보게

옮긴이 이유진

펴낸곳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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