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에서_
심리치료에서의 ‘전이(transference)’의 개념과 환자와의 치료적 관계에서의 영향을 탐구한다.
환자의 과거 경험과 감정과 경험이 치료자와의 관계에 무의식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가 치료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미술치료사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하고 독특한 영역에 대해 발견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치료방식에 있어 명확하고 전문적인 경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고찰해본다.
<치료로서의 미술> 이디스 크레이머 제2부 미술치료의 전문성 4장 정의에 대한 탐색
‘전이(transference)’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마거릿 나움버그(Margaret Naumburg)가 행한 초기 미술치료 시기부터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 나움버그는 전이를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서 생기는 신뢰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이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이것은 어떤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이는 불확실하고 근거 없는 관계의 기초를 형성할 뿐이며, 신뢰가 있다 해도 결국 아주 쓰라린 환멸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긍정적 전이에서조차 맹목적 욕구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또한 치료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환멸감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전이적 태도의 원천이 무의식이라고 하는데, 마치 복잡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무의식을 점차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 과정의 핵심이 된다. 무의식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술치료사를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는 별개 문제로 두고, 과연 이것이 적합한 목표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는 미술치료사는 정신분석가 또는 다른 언어적 치료 방법을 사용하는 전문가는 사용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다. 바로 미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만 가능한 어떤 기능을 경험하는 것과, 이러한 과정 외에는 다른 어떤 과정으로도 얻을 수 없는 통찰을 획득하는 것이다.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갈등이 미술 작품에 드러나는 것을 전이가 방해할 때, 미술치료사는 전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가능한 한 줄여주어야 할 것이다. 미술치료사와 정신분석가의 공통점은 신중하게 계획된 전이로 이루어진 분석적인 관계를 내담자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치료적 동맹을 맺는다는 것이다.
미술치료사는 언어뿐 아니라 복잡한 인간 상호작용을 다루어야 한다. 만약 미술치료사가 미술을 통한 치료보다 정신분석의 과정이나 다른 언어적 치료 방법에 더 흥미가 있다면 그는 차라리 다른 형태의 치료자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나을 것이다.
또한 미술치료사는 여러 다양한 치료들을 잘 조화시키는 책임을 맡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미술치료사는 남들도 다 할 수 있거나, 오히려 남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흉내 내면서 자신의 전문 영역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치료 분야에서의 지위가 미술에 관심을 가질수록 낮아지고, 언어적인 치료법을 많이 쓸수록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미술치료사가 ‘미술 심리치료’라는 말을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미술치료사는 다른 모든 전문가처럼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마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어 성급히 수술을 해서 사소한 위급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는 아마추어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급한 상황에서는 아마추어가 해부학 책을 참고하거나 음성으로 녹음된 지시에 따라 맹장 수술을 성공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마추어가 외과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 밖에서 찾는 미술치료사는 영원히 이류 치료사밖에 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다른 분야의 치료자가 미술치료사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제아무리 최고의 심리치료사라 할지라도 치료 회기 중에 미술 재료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성공적 팀워크를 이루려면 상호 간의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치료 간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은 모든 치료의 전문성을 희석시킬 뿐 아니라 ‘적절한 치료’분야를 찾는 것 또한 어렵게 만들 것이다.
[참고]
'전이(transference)'란 무엇인가
심리치료 분야에서 '전이'란 과거의 관계나 경험에서 오는 환자의 감정, 태도, 감정 등이 무의식적으로 치료자에게 옮겨지거나 전이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이는 치료 관계와 치료사에 대한 환자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이를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간단한 예시를 살펴볼 수 있다.
종종 거리를 두고 비판적이었던 아버지와 어려운 관계를 맺고 있던 경희라는 환자를 상상해 보자. 경희가 치료를 시작하고 치료사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게 되면, 그녀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그렇게 대해주길 바랐던 것처럼 치료사에 대해 자신을 양육하고 배려하는 인물로 보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것은 경희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긍정적 전이'의 예이다.
반면, 경희가 과거에 자신에게 지나치게 비판적이었던 교사로부터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면, 비록 치료사가 비판적인 태도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감정을 치료사에게 투사할 수 있다. 이것은 경희의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이 치료사에게 옮겨지고 있는 '부정적 전이'의 한 예이다.
전이는 치료사와 환자가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환자의 감정과 패턴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치료 과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환자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과 같아서 치료사와 환자 모두가 탐색하고 다룰 수 있는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정리:
이번 장의 핵심은 미술치료와 정신분석의 맥락에서의 '전이'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과거의 감정을 치료사에게 무의식적으로 투영하는 전이 현상이 환자와의 신뢰 기반을 형성할 수 있지만 동시에 환멸감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 미술치료사는 언어적 치료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통찰력을 제공하면서 환자가 미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독특한 역할'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크레이머는 미술치료사들이 '전이가 예술에서 환자의 표현을 방해할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고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언어 치료를 모방하려는 미술치료사들에 대한 경고와 함께 다양한 치료 방식의 경계와 강점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미술치료사는 미술에 대한 자신의 전문 지식을 수용해야 하며 다른 치료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또한 적절한 훈련 없이 미술 재료를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다른 분야의 치료법에 대해서도 주의를 표하고, 미술 치료의 고유한 영역에 대해 다시 한번 각성시켜준다. 치료사들 간의 효과적인 팀워크는 치료 경계의 명확성을 유지하면서 상호 이해와 존중이 뒤따를 때 가능함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크레이머는 미술 치료사들이 자신의 전문 지식에 충실하고, 자기 분야의 완전성을 보존하면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치료사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도록 격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