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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87

[책]<난 빨강>좌절부터 명랑까지, 십 대들만의 자기표현의 여정/청소년시집 추천/사춘기과 '사춘기어른'이 읽으면 좋은 시 최근 청소년들의 시각을 담은 시집들을 읽으면서, 왜 내 어릴 적에는 이런 '청소년 전용의 시'를 접한 적이 없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어쩌다 인상 깊은 시들을 접하더라도 그것들은 주로 시험 준비를 위한 것이었기에('언제 가는 시험 치게 될 대상으로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접근했기에') 결과적으로 온전히 느껴야 할 감상의 약 60% 정도만 맛본 느낌이다. 시 본래의 매력을 그대로 느끼기보다는 단어 하나하나가 낱낱이 분해되어 해석되어 '암기'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진정한 감상의 여지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어린 시절의 그림책에서 초등학교 수준의 문학 작품까지의 독서 여정은 비교적 순차적 등급으로 난이도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우리는 갑작스럽게 성인 문학의 세계로 떠밀려 가게 된.. 2024. 6. 2.
[책]<구의 증명>'잡아먹히듯' 완벽히 소멸된 존재의 존엄성. 그럼에도 삶 죽음 애도를 아우르는 사랑 이야기/ 엽기를 가장한 순애보 소설 내가 읽은 모든 소설 중에서 '구의 증명'은 가장 오해의 소지가 있는 책 제목 중 하나다. 제목에서 기대되는 뭔가 딱딱한 수학 문제 같은 느낌과는 달리, 소설은 생동감 있고 감각적인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일부 줄거리 장치는 비현실적이지만, 소설 전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제목의 '구'가 내가 생각했던 것(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저자가 책의 본색을 가리기 위한 의도였다면, 그것은 영리한 마케팅였다고 생각된다. 괴이해보이지만 결국, '사랑이야기'소설은 본질적으로 사랑 이야기이다. 분명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이것이 그것의 중심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필자는 최근 저자와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야 완전히 파악했다.나는 구씨나 다미.. 2024. 5. 31.
[책]소설<아우라>마술에 걸린 듯 빨려드는 환상소설/카를로스 푸엔테스 중남미소설 고딕소설 서스펜스소설 추천 젊은 사학자 펠리페 몬테로는 마치 자신을 특정하는 듯한 기묘한 구인 광고를 보게 된다. 이틀을 망설인 끝에 몬테로는 전화를 걸어 광고에 적힌 돈셀레스 거리 815번지를 찾아간다. 그는 인적 없는 구시가지의 돈셀레스 거리에서 누군가 살고 있고 일을 구한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낀다. 을씨년스러운 대저택에 도착한 몬테로는 침상에 누워 있는 백발의 노파로부터 일을 받는다. 그것은 60년 전 사망한 노파의 남편 요렌테 장군의 회고록을 정리하고 출판하는 것이었다. 노파는 몬테로에게 저택에 머물며 일을 완성하길 요청한다. 몬테로는 노파의 집에서 일하는 것이 거북했지만 그 순간 노파의 옆에서 나타난 초록빛 눈을 가진 여인 '아우라'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결국 그는 매혹적인 젊은 여자에 이끌려 이 저택에서 지내기.. 2024. 5. 30.
[책]<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자살률일등 출산율꼴등의 '불행한 한국인 보고서'/좁은 시각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시간/한국에서 수십년 산 독일인의 진정성 넘치는 애정어린 쓴소리 한국인들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활기차고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뿌리 깊은 자기혐오가 감춰져 있다. 이러한 내면 속 자기 의심과 불확신은 겉모습, 즉 외모와 허영심에 대한 강박적인 추구로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의 자기비판 경향이 더 크다고 보는 편이다. 저출산, 부동산 위기, 교육, 차별, 불공평과 같은 만연한 문제가 지배하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동료 간의 일상적인 오프라인 대화 속에서도 얕고 넓게 퍼져있는 자기 비하적인 면모를 관찰할 수 있다. 거리에 나가 한국 사회의 현재와 앞으로 전망에 묻는 인터뷰를 한다면 '매우 좋다'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운 일이 될지 모른다. 독일에서 온 안톤 숄츠(Anton Scholz) 는 수십 .. 2024. 5. 29.
[책]<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성찰러버 추천 수필집/ 최유수 감성 에세이 에세이 읽기를 좋아하지만 책 리뷰를 하자면 가장 난감해지는 것이 에세이이기도 하다.  에세이도 종류가 다양하다. 특정 주제에 대한 논리적이고 비평적인 내용의 중수필(重隨筆)과 달리, 일상에서의 신변잡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써 내린 경수필(輕隨筆)의 경우가 오히려 감상을 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에세이들은 보통 일기보다는 의식의 흐름이 질서가 있고 정연하고 동시에 가끔의 진지하게 생각의 구렁으로 빠져들 때 쓰는 일기만큼 깊이가 있다. 그래도 자주 읽지 않게 되는 건 내가 감정적인 공감이나 위로를 직접적인 감정의 언어로 좀처럼 위로받지 못하는 인간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도 언제나 그렇듯 제목만 보고 골라든 책이다.지드래곤이 인스타에 인용한 책이었을 줄은 몰랐다. 스타.. 2024. 5. 26.
[책]<재밌다고들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않을 일>매력적인 냉소와 재치의 혼합/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에세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덕분에 에세이라는 형식은 과거와는 다른 것이 되었다. - 마이클 로빈스 / 시카고 트리뷴  대수롭지 않은 손짓 한두 번만으로 사물의 물리적 진실이나 감정적 진실을 전달할 줄 아는 능력, 엄청난 속도와 열의로 평범한 것에서 단숨에 철학적인 것으로 도약하는 재주. - 미치코 가쿠타니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원제: Consider the Lobster and Other Essays )』를 읽는 것은 매우 빈번하고도 방대한 양의 각주 (느낌상으로는 살짝 과장해서 책 전체의 1/3쯤 되는 듯한)  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인내와 노력을 요하는 책이다. 생각지 못한 여러 불편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월리스의 세계.. 2024.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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