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BOOK] 풍부의 추월차선90 [에세이]<작가의 계절>일본근대문학 맛보기. 일제강점기과 광복 전후시대의 일본 작가들 햇빛이 내리비치는 나무 하나에 걸터앉아 잠시 쉰다. 발밑에는 메마른 풀고사리와 도톰한 푸른 이끼가 폭신폭신하고 따스하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조금도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이 정도면 외로움쟁이는 아니지 않나’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 싶다. 지금 내 안은 고요로 가득 차 있다. -하시모토 다카코 1950 은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의 일본 근대문학 작가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처음에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소개된 작가들이 이렇게 많을지도, 삽입된 글들이 이렇게 짧을 지도 몰랐다. 작가별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편람(便覽) 같기도 하다. 길어야 네다섯 페이지 내외의 짧은 산문들과 간단한 프로필만으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그려지는 병약하고 섬세한 이미지로 그.. 2024. 4. 2. [책]<문어의 방>노르웨이수상작그림책. 가족성폭력의 민낯과 '이야기'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 저학년동화책 외국그림책추천 -나는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는 사실들을 자꾸 말하고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지어내서라도 자꾸 드러내고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화책을 골랐을 때만 해도 이런 내용으로 내 안이 검게 물들게 될 줄은 몰랐다 어둡긴 하지만 아동들이 보아야 하는 동화, 막연히 아동 우울증이나 가정 내 폭력에 대한 이야기일 줄로만 생각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끔찍했지만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현실 속에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심장이 쓰라려 온다 내적 공감력이 크기 때문에 사실 쓰고 싶지 않은 리뷰였지만 그렇기에 더 쓰는 사람이 없을 것도 같아서 써보려고 한다 이동화는 '금이'라는 아이가 겪은 '친족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르가 .. 2024. 3. 29. [소설]<순박한 마음>'천애고독'을 잊기위한 헌신의 삶/ 귀스타브 플로베르 단편소설/ '세가지 이야기' 수록작품/ 프랑스고전문학 세계문학전집 은 퐁레베크 마을에 사는 ‘펠리시테’라는 하녀에 대한 이야기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일과는 늦은 저녁까지 쉬지 않고 계속된다. 요리, 청소, 바느질, 빨래, 다리미질, 말과 닭과 오리 기르기, 젖을 짜 버터 만들기, 그리고 거만하여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는 안주인 ‘오뱅 부인’을 향한 한결같은 충직함. 펠리시테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축용 짐승처럼 헌신적으로, 그리고 종교적 대상을 숭배하듯 정성을 다하여 한 주인을 섬긴다. 소처럼 왕성하게 일하면서도 깔끔하고 알뜰하기까지 한 그녀는 도가 튼 흥정 실력으로 값을 깎아 장을 보고, 자신의 식사량지도 알아서 아껴서 빵 하나로 스무날이 넘도록 식사를 해결한다. 그런 그녀를 하녀로 둔 오뱅 부인을 부르주아 부인들은 무척 부러워한다. 스물다섯 살에 이미 .. 2024. 3. 26. [그림책]"Bark, George"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발한 고찰. 어른 아이 모두 가볍게 웃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직수입원문도서) "Bark, George"는 짖지 못하는 개에 대한 유쾌하고도 예상을 뒤엎는 재미가 있는 동화이다. 조지의 엄마가 아들 조지에게 '짖어라, 조지'라고 말하면 조지는 '야옹'이라고 외친다. 엄마는 고양이가 야옹야옹거리고, 개는 멍멍거리는 거라고 알려준다. 조지는 개이기 때문에 야옹야옹 울음은 확실히 적당하지 못하다. 엄마가 다시 조지에게 짖으라고 말하자 조지는 이번에는 '꽥꽥'하는 소리를 낸다. 엄마는 꽥꽥은 오리가 하는 소리고 강아지는 멍멍 짖는다고 알려준다. 엄마는 다다시 조지에게 짖으라고 말하고, 조지는 '꿀꿀'이라고 울어댄다. 엄마는 다다다시 조지에게 짖으라고 말하고, 조지는 '음메'하고 대답한다... 결국 엄마는 조지를 수의사에게 데려간다. 처음에는 당연히 이 코미디 같은 장면의 연속에 웃음을 터.. 2024. 3. 17. [책]<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생각을 과장하는 습관 끊어내는 연습 중/감정때문에 손해보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 책의 제목만 볼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과몰입해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스스로 간과하고 있던 측면, 즉 지나친 확신과 경직된 사고 패턴의 해로운 영향을 인식하게 해 주었다.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지레짐작'을 하고 눈앞에 놓인 상황들을 심각할 정도로 분석(해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것이 끊임없이 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여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려서부터 익숙한 ‘혼자만의 추측' 습관들로 인해 나는 크고 작은 변수들이 생길 때마다 즉시 불안과 걱정으로 채워진 소설을 빠르게 써 내렸고, 아주 오랜 시간을 부정적인 악몽의 순환에 갇혀 낭비하곤 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나는 .. 2024. 3. 16. [책]<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조용히하렴! 나를 봐봐! 삶은 쉽지 않단다하지만 어렵지도 않아 그건 다 애들 생각이야"/ 독일문학 자연에세이 사후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글 모음집이다. 이 문집은 헤세가 나무와 자연에 대한 깊은 탐구와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일기, 에세이, 시의 모음과 함께 아름다운 나무 그림 삽화로 구성되어 있다. 얼핏 식물원에 들어가 나무를 감상하는 느낌 같은 것을 예상할 수 있지만 그보단 헤세 자신의 삶에서 나무와의 관계에 대한 경험과, 그 속의 간결하고도 관찰자적 사색에 몰두하도록 초대받는다. 산문 속에서도 시어가 갖는 함축된 정서가 느껴지는 헤세의 글에서는 시대를 초월한 자연에 대한 추앙과 함께 (산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저마다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지니고 있을 자연과의 소소한 추억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소비주의와 도시화로 인한 자연 서식지의 만연한 파괴를 한탄하면서 현대의 환경 문제에도 언급을 한다.. 2024. 2. 27. 이전 1 ··· 4 5 6 7 8 9 10 ··· 1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