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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풍부의 추월차선90

[책]화실에서 수십장 그려댔던 그 노인 석고상, '세네카'의 가르침을 처음 알다/인문에세이<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세네카 철학사상 중학교 때는 뎃생 연습삼아,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석고수채화에서 아그리파, 줄리앙, 비너스 외의 반짝 등장 번외인물로 그렸던 세네카. 당시 나와 같이 세네카를 그렸던 학생들 어느 누구도 세네카가 그렇게 역사적으로 저명한 철학가였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도덕시간에 스토아 학파, 에피쿠로스 학파를 그렇게 달달 외었음에도). 하긴 석고상은 석고상일 뿐 미대에 들어가면 그걸로 끝, 수백장 그려댔던 인물 하나하나의 히스토리와 의미에 대해서는 거의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아그리파, 비너스만 한줄 요약처럼 알 뿐이다. 수업 중 선생님들이 굳이 알려준 적도 없지만 무엇보다 처음 맞닥뜨린, 그리고 볼 때마다 느꼈던 세네카의 인상은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어보이는 극도로 굶주리고 처절할만.. 2024. 2. 20.
[책]모두가 맞을, 아침 그리고 저녁<아침 그리고 저녁> 욘포세 장편소설/음미 중독 빠지게 하는 특유의 산문체/노벨문학상 북유럽소설 노르웨이문학 지금까지 본 소설 중 가장 신기한 형식과 내용의 소설이다 내용은 사실 굉장히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박진감 넘치는 내용이 전혀 아님에도 숨 쉴 틈 없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눈을 몰아붙이게 만든다 그런데 고도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몰입감 그것이 생각 대화 모든 것을 따옴표나 마침표 등 어떤 문장부호도 없이 통틀어 집어삼킨 순수한 ‘산문들의 연결’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1장과 2장은 왜 나누어놨는지 다 보고나서 의아했는지, 알고 보니 사건의 서사적으로서가 아니라, 간단하게는 주인공 요한네스의 탄생 전 그리고 죽음 이후를 구분하기 편하게 해 놓은 분류이다 (요한네스의 죽음 이후 다시 읽어보니 큰 감격이 있다 이 부분이 있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고상한 영.. 2024. 2. 13.
[책]<반려견문록>각자 외롭고 고독한 두'프리랜서'의 교집합인생/개키우는사람 개사랑하는사람 대공감/반려견에세이 책추천 표지는 어쩐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지만 제목에서 얼핏 보이듯 엄연한 '반려견'에 관한 에세이다. 아마 작년부터 올해가 강아지나 반려견에 대한 책을 가장 많은 해가 되었다. 막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마지막 아이까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물리적으로, 또한 펫로스 진행으로 인한 심리적으로) 시기에 이렇게 많은 강아지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다니. 지나간 시간을 채운 열심들은 알고보면 언제나 오만이고 기만이라 여지없는 뻔함과 부질없음 이란 결과를 낳게 되는 것 같아 잠시 또 스스로가 싫어진다..싶지만 여기까지 하는 걸로. 결론은 여태 읽었던 일반인+관련 업계 전문가(의사, 훈련사)들의 반려견 에세이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라고 해도 될까. 내가 언젠가 생각.. 2024. 2. 5.
[책]<헌치백>장애 당사자 문학 속의 연꽃과 진흙탕. 다양성 그 다음 단계의 시대를 바라며/2023 아쿠타가와상 나만 그런 것을 아닐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저자와 자아동일화 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샤캬'라는 주인공의 어디까지가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아닌 것일까 였다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실제로 가진 병,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내가 과연 어떻게 읽고 받아들였을지 그 차이가 굉장히 클 것이라는 데에 있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치카와 작가는 ‘근세관성 근병증(Myotubular Myopathy)’라는 병을 갖고 있다 책을 세 번 정도 읽었지만 아무리 반복해 보아도 입에 붙지 않는 병명이다 그녀의 말대로 이 병은 선천적으로 ‘설계도가 잘못되어서’ 생겨난다 원인을 검색해 보니 myotubularin이라.. 2024. 2. 1.
[책]김영하<살인자의 기억법>시처럼 간결하고 일기처럼 진실한/난독증도 단숨에 읽히는 소설(*스포있음)/다중반전소설 6.25나 월남전에서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놈들도 있을 것이다. 그놈들이 다 밤잠을 설치고 있을까? 아닐 거다.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최근 본 때문인지, 나는 이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전두환(내가 생존했던 년도 안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권력자)을 떠올렸다. 작가는 특정인물은 아닐지라도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 내지는 '무죄책감'이란 특성을 아울러서 김병수란 연쇄살인범으로 대체 창조한 것이 아닐까 마음대로 짐작해보았다 2020 독일 추리문학상 국제부문 수.. 2024. 1. 25.
[책]<베이컨의 신기관>오점과 오해 속에서도 시대의 사고방식을 바꾼 사람/귀납법 발명가 프랜시스 베이컨/학문의 진보를 막는 네가지 우상 -장단(長短)의 개인사 속에서도 격동의 시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엘리트 베이컨은 대학에서 필수 과목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접하고 크게 실망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인간의 실제적 삶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그가 이라는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상속을 거의 받지 못한 베이컨은 생계유지를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 친척 에식스 백작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는데, 훗날 에식스가 반역죄로 체포되는 일이 생기고 베이컨은 왕실 변호사가 되어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여 에식스는 결국 처형을 당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베이컨은 여왕의 총애를 얻어 출세를 하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은인을 배반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승승가도를 달려 ..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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